받기보다 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선홍 빈첸시오 신부님 (교구 이주사목국)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 라.(루카 6,27) 예수님의 간곡한 말씀은 오늘 복음에서 두 번 반복돼 등장합니다. 지극히 인 간적인 관점에서 생각할 때, 예수님께서 복음 안에서 우리 에게 가르치시는 말씀들은, 오늘날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 바보 같이 되라는 말 씀과 다를 것 없이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 께서 우리에게 이 말씀을 하신 것은, 바로 당신께서 그 말씀들을 모두 실천하셨기에 가능했습니다. 군 중들에게 존경을 받으시면서도 동시에 미움과 시기 질투, 박해를 받으시는 와중에도 당신께 맡겨진 사 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습니다. 예수님 당신을 사 랑하는 사람들만 사랑하시고 당신을 멀리하는 사람 들을 똑같이 멀리하셨다면, ‘원수를 사랑하여라’라 는 이 말씀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 없이 허공을 맴돌 았을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가능하게 하시고 몸소 아낌없는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분 께서는 당신을 따르는 우리 또한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기를 원하셨기 때문에 예수님의 말씀에는 그 자체로 힘과 권위가 있었습니다. 그 힘과 권위에 의 지하며 우리는 예수님을 따르는 여정 중에 있습니 다. 그런데 우리의 여정 중에는 예상치 못한 난관들 이 존재합니다. 특히 인간관계 안에서 의외의 변수 들이 생길 때가 많습니다. 99번 좋았던 일들이 있었 음에도 단 한 번 불행한 일이 있었다면, 한 번의 불 행 때문에 99번의 좋았던 일들을 모두 잊어버리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할 때도 있을 겁니다.
단 한 번의 오해, 단 한 번의 실수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형제자매가 원수로 둔갑하는 불행이 종 종 생깁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단 한 번의 불행이 있 어도 나머지 99번의 행복을 되살려서 용서해 주고 이해하여 존중해 줄 것을 우리에게 가르치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참 많은 유혹을 받습니다. 나만 당 할 수는 없다는 생각과 존중받아야 한다는 마음이 우선이라면, 사랑받는 방법은 알아도 사랑하는 방 법은 알 수 없습니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선의 결핍 으로 이어지고, 선의 결핍은 결국 악으로 향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먼저 원수를 사랑하며 오직 선이 충만한 삶으로 초대하시는 겁 니다. 그래서 원수를 사랑하여라 이 말씀은, 그저 명령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권유와 권고에 더 가깝습니다.
사랑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겉으로 보 여지는 사랑도 여러 가지 유형이 있지만, 그중에서 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그 마음을 우리도 지니고 살아갈 때, 애초에 원수를 만드는 점차 사라집니다. 즉, 원수를 사랑하여라 라는 말씀은 ‘여러 가지의 방법으로 용서하고 화해하며 내 눈앞에 있는 이 사 람의 환경과 배경도 널리 헤아려야 한다.’ 이 의미로 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랑받기보다 먼저 사랑하고, 존중받기보다 먼 저 존중하고 경청합시다. 한 순간에 원수를 사랑하 는 것이 불가능해 보여도,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하 느님께서 가능하게 바꿔주심을 굳게 믿고 예수님께 서 반복해서 말씀하시는 사랑,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다짐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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