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사제 단상 | 회개

松竹/김철이 2024. 2. 17. 10:00

회개

 

 

2024년 올해는 좀 빠르게 사순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림 시기에도 같은 맥락이 있지 만 개인적으로 대림 시기보다는 사순 시기 안에서 회개에 대한 생각이 더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신자분들이 십자가의 길 기도를 많이 바치는 시기로 예수님의 수고 수난을 더 깊이 묵상하기 때 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사순 제1주일인 오늘부터 회개의 마음으로 의미 있는 사순 시기를 보 내시길 기도합니다.

 

회개의 은총은 하느님과의 화해이고 더 나아가 일치를 체험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으로부터 등 돌린 삶에서 하느님을 마주하는 삶으로의 전환은 우리에게 평화와 안식을 줍니다. 그래서 회개하는 순간 동 시에 우리는 은총 속에 있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축복의 회개를 방해하는 몇 가지 걸림돌이 있습니다. 그중 중요한 하나는 스스로 범한 죄(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짐)의 무게와 하느님 사랑(인간에게 가까이 다가오심/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의 무게를 스스로 저울에 올린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범한 죄의 무게 를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를 향한 하느님 사랑의 무게는 알지 못합니다. 말씀과 강론을 통하여 또 교회의 많은 가르침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가 얼마나 큰지를 배워 알지만, 무화과 나뭇잎으로 몸을 가리고 숨은 아담과 하와처럼 두려움에 사로잡혀 회개의 문 앞에서 돌아서 버립니다.

 

아직도 하느님을 모르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 세상은 심각하게 망가져 있지 않습니다. 믿는 이들의 노력도 있겠지만 하느님을 모르더라도 스스로 의롭게 살려는 이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라 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양심은 우리를 도덕적인 사람이 되도록 독려합니다. 인간의 불완전성에서 기인 하는 나약함으로 불의에 빠지기도 하지만 지속적으로 불의하기를 선택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마치 ‘나 는 유혹에 빠지고 또 죄짓겠지! 그러니 회개해도 소용없어, 그냥 죄 속에서 살아야지.’ 라고 한다면 믿 지 않는 이들도 잘못된 생각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니 신앙인인 우리는 회개의 순간에 어떤 의지를 지녀야 하겠습니까? 신앙인인 우리는 단순한 도덕적 삶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양심을 넘어 하느님의 마음을 닮고 하느님과 같은 사랑을 추구하는 사람들입니다. 신앙인이라고 해서 더 착하거나 더 착할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신앙인은 더 잘 회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죄를 반복 한다고 뉘우치기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성 안에서도 그렇고 신앙인으로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따라서 회개는 선택의 순간이 아닙니다. 인간성이 유지되는 외길입니다. 회개의 완성인 고해성사는 선택이 아닌 신앙인이 나아가는 삶의 길이며 스스로 범한 죄의 무게보다 자신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이 더 크고 무겁다는 것을 믿으며 선언하는 신앙고백의 순간입니다.

 

죄의 두려움에 사로잡혀 토하듯이 고백하는 고해성사가 아니라 이렇게 죄 많은 나를 아무런 조건 없 이 또 용서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는 은총의 고해성사가 되어야 합니다. 회개는 무거운 짐을 드 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며 자유를 누리는 순간입니다. 사순 시기는 회개의 시기이지만 동시에 회개하는 죄인 하나를 더 기뻐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이 넘쳐흐르는 시기입니다. 우리 모두 하느 님의 사랑을 가득히 받아 누리는 회개의 사순 시기를 거룩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