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롭게 연결되어 있는 인간의 몸처럼
어린 시절 오빠를 따라 공놀이, 달리기 등 활동적인 운동을 좋아했던 저는 발목을 자주 접질렸습니다. 어 머니께서는 다친 저를 한의원에 데리고 가 침을 맞게 하셨습니다. 어린 저는 발목이 아픈데 팔과 머리에 침 을 놓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사람의 몸은 다 연결되 어 있다는 한의사의 말도 신기한 동화처럼 들렸습니다.
이후 성인이 되어 부산선택주말 봉사자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또래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웃고 우는 청년들을 바라보며 이 또한 대단하다는 느 낌이 들었습니다. 생면부지인 사람들이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그 이야기에 진심으 로 공감하고 경청하는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마치 하 느님께서 사람의 몸을 신비롭게 연결해 놓은 것처럼 당신 자녀들 또한 신비롭게 하나가 되도록 만드셨다 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가 서 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손과 발, 눈과 코와 입 등 신체 부위의 역할은 각기 다르지만, 이들이 모여 한 몸을 이룹니다. 우리가 한 몸을 이룬다는 것도 우리의 한명 한명이 서로 연결되 어 있다는 말인 것 같습니다. 발목이 아픈데 팔과 머 리에 침을 맞는 것처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음에도 하느님을 통해 함께 아파하고 눈물 흘리며 기뻐하는 청년들의 모습처럼 말입니다.
그 모습은 마치 우리 공동체의 머리이신 주님을 중 심으로 청년들이 서로 연결되어 한 몸을 이루는 일치 를 체험하게 했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강하고 확실하 게 느껴지는 주님이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청년 들은 서로 마음을 열고 자신 안에 담긴 삶의 체험과 이 야기들을 편하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감과 경청으로 위로와 힘을 얻고 서로 연결된 한 몸으로 새 롭게 변화의 여정을 향해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는 용기 를 주셨습니다.
“한 지체가 고통을 겪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겪습니다. 한 지체가 영광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기뻐합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몸이고 한 사람 한 사 람이 그 지체입니다.”(1코린 12,26-27)라는 바오로 사도 의 말처럼 제가 속한 부산선택주말에서 이들과 한 형제 자매라는 것을 느낍니다. 그들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 되 고, 때로는 저의 아픔에 그들을 붙들고 의지하기도 합니 다. 주님과 함께 걸어가는 삶의 길이라 할지라도 실패와 역경 앞에 금방 실의에 빠지거나 좌절하기도 합니다. 하 지만 용서와 화해로써 기꺼이 그들과 함께하려 할 때 또 우리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차기도 합니다. “기뻐하는 이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이들과 함께 우십시오.”(로마 12,15) 함께 아파하고 함께 기뻐하는 것. 그것이 바로 “서 로 사랑하여라.”라는 계명에 충실한 삶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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