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죄의 매커니즘 | 겸손기도 마진우 요셉 신부님

松竹/김철이 2023. 9. 11. 10:00

죄의 매커니즘

 

                                            겸손기도 마진우 요셉 신부님

 

 

죄는 예방해야 합니다. 이미 짓게 된 죄는 아무렇지 않게 물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용서받아야 하는 것이고 회복의 과정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를 좀 더 분석해 보겠습니다.

 

죄은 자유의지와 긴밀히 연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죄의 첫 시작은 행위가 아니라 내면에 존재합니다. 즉, 어둠의 의지가 죄의 시작점입니다. 마치 콩 심은 데에서 콩나고 팥 심은 데에서 팥이 나는 것과 비슷합니다. 어둠의 의지에서는 어둠의 결과가 나오게 마련입니다.

 

우리가 전혀 모르는 것을 실행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우리가 무엇을 습득하는가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고 종교의 적지 않은 비율의 필요성이 여기에 존재합니다. 우리가 평소에 듣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 속에서 우리의 의지가 형성됩니다. 주변에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건전한 활동을 하는 사람이 가득한 곳에 있다면 비록 내가 약한 사람이라도 그 환경 속에서 건전하고 건강한 생각과 말과 행동을 하기가 쉽습니다. 교회는 바로 그런 목적을 위해서 필요하고 평소에 많은 건강한 것을 비축해 두도록 하기 위해서 필요한 많은 환경과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알게 되고 나면 우리는 그때부터 그것을 욕구하기 시작합니다. 우리의 내면은 여러 욕구들의 전장과 같습니다. 배고픔의 욕구가 있어도 동시에 이뻐 보이고 싶은 욕구가 존재한다면 우리의 자유의지는 그런 여러가지 욕구들 가운데에서 취사 선택을 하고 그렇게 선택된 것을 실행하게 됩니다. 배고픔이 강하면 밥을 찾아 먹을 것이고 이뻐 보이고 싶은 욕구가 강하면 식욕을 참을 것입니다. 엄마들은 배가 고파도 아이를 먼저 걱정하고 밥을 찾아 먹이기도 하고 반대로 가정이 있어도 제 욕구대로 살려는 사람은 가정을 버리고 자신의 욕구를 추구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의지는 하나의 씨앗을 선택해서 그것을 자신에게 심게 됩니다. 그러면 그때부터 말과 행동이 시작됩니다. 죄는 그릇된 욕구에서 씨앗을 얻어 그것을 자신의 내면에 심고 그때부터 거친 말, 음험한 말, 거짓말, 험담과 같은 것을 슬슬 꺼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아직 단계가 남아 있습니다. 누군가에 대해서 험담을 하는 것과 누군가를 실제로 공격할 생각으로 실천을 하는 것은 상당히 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헤로디아가 세례자 요한을 죽일 기회만 엿보고 있던 것처럼 우리의 내면에 가득 차게 된 어둠의 씨앗은 결국 그 실행할 시기와 방법만을 물색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행실로 표출되면 결국 죄가 구체화되고 완성되는 것입니다.

 

죄가 저질러지고 나면 그것은 다양한 면에서 그 결과를 남기게 됩니다. 죄의 첫번째 결과는 자기 스스로에게 남습니다. 죄는 양심의 가책을 만들고 더 위중한 죄로 건너가기 쉬운 환경을 우리의 내면에 조성합니다. 나아가 죄는 그 종류에 따라 가해지는 상대자에게 결과를 남깁니다. 혼자서 누군가를 증오하는 것과 그 증오를 그에게 표출하는 것은 그 결과에 있어서 전혀 다른 범위를 지니게 됩니다. 나아가 죄는 사회적인 분위기까지 조성하게 됩니다. 하나씩 둘씩 저지르는 죄가 결국 그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지배적으로 만들기까지 하고 또다른 희생자가 그 죄악에 빠져드는 환경을 쉽게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죄를 금방 짓는 것과 꾸준하게 반복해서 짓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금방 거짓말을 해서 가슴 두근거리며 잘못했다고 비는 어린아이와 거짓말이 아예 자신의 삶의 일부가 되어 버린 어른은 전혀 다른 위중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마태오 복음은 그런 죄의 위중함과 심각함에 따른 회복 절차를 알려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잘못을 하면 혼자 가서 타이르고 그대로 말을 듣지 않으면 그만큼 심각해지게 됩니다. 그래서 한 사람이 두 사람을 더, 나아가 교회 전체에 알리고 최종적인 결정에 가 닿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복잡한 과정은 죄를 회복하는 과정입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이 있으니 '예방'하는 것입니다. 죄가 처음 시작되고 형성되는 과정은 내면에서부터입니다. 그래서 그 내면을 미리 건강하게 잘 가꾸면 죄는 충분히 예방됩니다. 우리가 건강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평소에도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삶을 가꾸도록 도우면 어둠은 미리 예방될 수 있습니다. 코로나와 비슷합니다. 마스크 한 장이면 미리 막을 수 있었던 일이 커져 버리고 나면 며칠을 입원할 수도 있고 심하면 죽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죄는 예방하는 것입니다. 가능한 모든 단계들에서 죄를 멈출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