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다 | 김홍식 시몬 신부님(광천 주임)

松竹/김철이 2023. 9. 8. 09:15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다

 

                                                                            김홍식 시몬 신부님(광천 주임)

 

 

바오로 사도의 편지 에서 보듯 초세기 교회는 교우를 가족처럼 ‘형제’, ‘자매’라고 불렀습니다. 피가 섞이지 않았는데 이렇게 부른 것을 보면, 교우들끼리의 친밀함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습 니다. 그런데 피를 나눈 정도의 형제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두 사람이 가서 설득해도 안 되면, 교우들이 모인 자리에 가서 이실직고해야 하는 것으로 보아 신앙적으로 심각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마태오 복음이 써졌던 곳은 여러 문화와 종교들이 섞여 있던 도시였기에, 사람들이 가치관에 혼란을 겪던 상황입니다. 교회에도 주변의 이방 종교에서 영향을 받아 도저히 함께할 수 없는 형제가 있 었을 것입니다. 요즘 식으로 ‘이단’에 물든 신자죠.

 

그런 때는 별수 없이 교회적인 차원에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그러나 모진 결정을 내리고 마음이 약해질 수 있기에 예수님은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교회의 결 정이 곧 하늘의 결정이라는 의미죠. 이처럼 교회에 엄청난 권위가 주어졌습니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교회가 판단력과 분별력을 상실할 경우 엄청난 파국이 닥친다고 걱정합니다. 실제로 그리 스도교의 역사에서 불행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희년인 2000년을 맞이하며 성 요한 바로오 2세 교황은 교회가 역사에서 저지른 잘못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용 서를 청한 적이 있지만, 그렇다고 그때의 상처가 다 지워 지는 것은 아닙니다. 때문에 언제라도 신중한 결정을 내 려야 하는 십자가의 무게가 크다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오늘 복음은 교회에 막강한 권위가 주어 졌다고 해석하기보다 교회의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가? 얼마나 신중하게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라는 뜻으로 봐야 합니다. 그래서 마음을 모은 기도가 필요하고, 교회 공동 체는 하느님 중심으로 살아야 합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은 이런 우리에게 지혜로운 삶의 기준을 제시해 줍니 다. ‘사랑하라, 그리고 그대가 원하는 것을 하라.’ 그래야 교회의 결정이 하늘에도 매여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