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고 살리는 길
임석수 바오로 신부님(부산가톨릭음악교육원장 겸 교구 성음악감독)
오늘 복음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신자들 간의 관계에 대해서 말해주 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잘못했을 때 단둘이 만나서 그를 타 이르고, 그래도 듣지 않으면 한 두 사람을 더 데리고 가고, 그들의 말 도 듣지 않으면 교회에 알리고, 그 래도 안 들으면 다른 민족 사람이나 세리처럼 여겨라고 하십니다. 형제 를 쉽게 내쳐 버릴 것이 아니라, 어 떻게 해서든지 다시 얻기 위해서 최 선을 다하라는 것이며, 형제에 대한 깊은 사랑의 마음이 들어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씀 자체만 떼어 놓고 보면 오해의 여지가 있습니다. 마치 나는 아무 잘못도 없고 상대방만 잘 못한 것으로 몰아가는 듯합니다. 모 든 것이 그의 잘못이고, 그래서 단 둘이 만나 그를 타이르고, 또다시 몇몇이 힘을 모아서 그의 잘못을 충 고하고, 그래도 안 되면 교회의 이 름으로, 마침내는 그를 내치라는 것이지요. 사람을 구하고 살리는 수순 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을 판단하고 내치는 수순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오해는 오늘 복음 구 절의 전후 문맥을 살펴보면 곧바 로 풀립니다. 먼저 18장 시작 부분 에서 예수님은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8 절부터는, “네 손이나 발이, 눈이 너 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 라.”고 하셨고, 이어지는 10절부터 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말씀과, 길 잃은 양을 되찾아 오듯 이 작은 이들 가운에 하나라도 잃어 버리지 않는 것이 하늘에 계신 아버 지의 뜻이라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자신을 낮추고, 형제를 업 신여기지 말며, 온 마음을 다해서 다른 이를 사랑하라는 말씀을 하시 고는, 이어서 오늘 복음 말씀 즉 형 제가 죄를 지으면 깨우쳐 주라는 것과, 일흔일곱 번까지도 용서하라는 말씀으로 이어집니다. 구구절절이 형제를 사랑하고 그를 받아들이고 더 사랑하라는 말씀입니다. 사람을 내치려는 수순이 아니라 한 사람이 라도 구하고 살리는 수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는 결코 일방적일 수 없 으며 누구도 다른 형제의 잘못을 판 단하고 규정지어서는 안 됩니다. 자 신의 모습을 먼저 돌아보고 자신을 낮추어 겸손한 마음으로 형제를 사 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잘 받아 들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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