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내 안에 머무르시는 아버지께서 당신의 일을 하시는 것이다."

松竹/김철이 2020. 5. 9. 09:52

"내 안에 머무르시는 아버지께서 당신의 일을 하시는 것이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주님의 말씀을 따르는 이들은 '도구' 또는 '종'이라는 표현에 익숙합니다. 하느님이 하시는 일에 쓰이는 도구이거나 주님이 원하시는 일을 하는 종의 처지라고 스스로를 밝히는데 이는 겸손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뜻을 말합니다. 


이 모든 것의 근본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은 누구를 시켜서의 의미가 아닌 당신 스스로 그 일을 직접하신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그 일을 이루는 것에 우리가 당신의 방법이나 내용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곧 하느님은 늘 직접 일하시며 우리를 통해서, 또 우리 안에서, 우리와 함께 일하신다는 의미로 알아들어야 합니다. 


예수님을 보며 그 아버지를 뵙게 해달라는 필립보의 이야기는 주님의 가치를 넘어서는 곧 예수님의 부족함을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주님은 좋지만 주님보다 더 대단하신 분을 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그의 말은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신 이유를 깨닫지 못하는 사고이자 또 예수님의 가르침을 바로 알아듣지 못한 이의 마음을 드러냅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당신은 온전히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의 뜻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셨음을 말합니다. 곧 예수님을 통해 드러난 모든 것에서 아버지가 동시에 드러났다는 것입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이시지만 이 장면은 예수님이 세상에서 아버지의 살아있는 증거로 사셨음을 곧 도구의 역할에 충실하셨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 섭섭함이나 서운함이 아니라 제자가 받아들인 그 모든 것에서 예수님을 다른 가치로 여기고 있었음을 바로잡아 주시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예수님이 세상에 오신 이유는 당신을 알리려 하심이 아니라 인류가 곡해하거나 외면했던 하느님의 뜻을 바로 알리기 위해서 였기에 예수님을 보고도 하느님을 따로 보고 싶어하는 것은 욕심이 아닌 바른 것을 깨닫지 못한 마음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일을 보아서라도 하느님 아버지께서 이미 직접 당신의 일을 하고 계신다고 말씀하십니다.  



"내 안에 머무르시는 아버지께서 당신의 일을 하시는 것이다."



예수님은 아버지를 당신과 완전한 하나로 알고 계시며 당신의 모든 것으로 아버지를 따르며 아버지를 드러내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예수님은 아버지와 당신의 일치 안에 제자들도 포함시키려 하십니다. 



"나를 믿는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일도 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세상에는 눈에 보이는 예수님이 계시지 않습니다. 주님은 성체로 우리에게 오시며 성사를 통해 당신의 힘을 우리에게 베푸십니다. 주님은 보이지 않는 곳에 그분의 도구들이 움직입니다. 그들은 사제이기도 하고 또 신자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하느님께서 직접 당신의 은총을 베푸시고 언제나 사람들과 함께 하심을 압니다. 그래서 복음 전파도 또 신앙으로 세상의 선함과 정의로움이 지켜진다는 것도 압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이자, 그분의 종이고, 또한 그분의 도구입니다. 그리고 세상은 우리를 통해 하느님을 보고 알게 됩니다. 우리의 부족함을 말하자면 모두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지만 하느님의 선택은 분명하고 그래서 우리는 그럼에도 세상을 하느님 안에서 살며 그 하느님이 자신 안에서도 완전히 드러나심을 믿고 살아가야 합니다. 


세상을 구하러 오신 아들 예수님. 그 구원은 원래 아버지의 것이었고 예수님을 통해 완전히 우리에게 전해졌듯 우리의 사랑과 선함과 정의가 세상에 여전히 드러나는 하느님의 가치가 되기를 믿고 고백하며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