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갔다가 너희에게 돌아온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부활에 이어지는 승천을 준비하는 시간들입니다. 주님이 우리를 떠나려 하심이 그 때의 제자들에게도 지금의 우리에게도 아쉽기만 하지만 예수님의 의지는 분명하셨고 이 일은 처음부터 준비되어 있었던 일로 보여집니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시려는 평화는 이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평화가 주님이 우리 안에 계셨기에 지켜졌다고 말하고 싶어합니다. 또 사실이 그러했습니다. 제자들이 다른 생각에 휩싸여 있어도 주님이 계셨기에 주님의 말씀도 또 모든 행동도 그리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에 주님은 한사코 우리를 떠나시겠다고 다짐을 하시고 제자들을 준비시키십니다.
주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평화는 지금이 그리스도의 영향을 받은 문화권이라고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세상의 평화는 여전히 힘의 균형이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대치하고 그 중 정도를 넘어서지 않는, 아니 서로 정도를 지키는 수준에서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세상의 평화입니다. 그 때도 지금도 말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분수를 지켜 천하면 천한대로 귀하면 귀한대로 살아야 하고, 이 상대적인 차별을 순종하거나 아니면 합법적인 방법으로 뒤집는 것이 평화를 지키는 수단입니다.
그러나 주님의 평화는 모두가 함께 살며 서로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평화입니다. 그래서 이 평화는 질서가 무너진 듯 보이고 일정한 방식도 없이 어우러져 이루어지는 평화입니다. 하느님과 사람이 함께 있어도 괜찮은 평화이고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어도 그것으로 모두를 위해 살아가는 것이 이 평화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이 계시고 하느님이 계셔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 말은 분명하지만 그 방식은 우리를 통해서라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그 평화의 길을 보여주셨고 우리는 그 평화 속에서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시겠다는 그분의 약속을 믿고 기다려야 합니다. 아무리 오랜 기다림에도 우리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사랑을 통한 평화가 우리에게 참 기쁨을 전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부재를 틈타 세상의 평화의 가르침이 우리를 억압하고 통제하려 하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이루어지는 이 평화가 얼마나 불의한 것이고 불안한 것인지를 알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 공동체 안에서부터 살아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평화를 이루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주님의 바람이고 하느님의 뜻이며 우리가 원하는 영원한 생명의 내용입니다.
그러므로, 참 평화의 길을 가며 다시 오시는 주님을 꼭 기다려야 합니다. 우리는 그분의 반환점 다음에서 기다리는 중임을 잊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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