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자료 모음방/아름다운 당신

맑고 순한 차 한 잔 드립니다

松竹/김철이 2011. 7. 8. 06:42

맑고 순한 차 한 잔 드립니다

 

 

슬픔의 비늘과도 같은 연분홍 꽃잎들이
하염없이 흩날리는 봄날입니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꽃잎의 발걸음 따라
마음도 함께 나풀나풀 길을 잃곤 합니다.
잠시 마음의 소란함을 접고
맑고 순한 녹차 한 잔 하실래요?

많은 인연들 속에는
차로 만난 인연도 있습니다.
그윽하고 잔잔하고 단아한
그 인연에게도 이름을 붙인다면
다연(茶緣)이라고 붙이고 싶어요.

차를 마시는 것은 맑음을 마시는 것이고
차를 나누는 것은 여유를 나누는 거고
누군가와 함께 차향을 누리는 것은
귀한 인연을 함께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스스로를 태우듯 뜨겁게 끓어오른 물이
열정에서 한 걸음 물러서기를 잠시 기다렸다가
다관에 부어 차를 우려내는 침묵의 순간
우리들 마음의 연초록 빛깔도 살살 우러나오고
눈으로 지켜보고 마음으로 즐기는 사이에
인연의 향기도 푸르게 물들어갑니다.

맑고 순한 녹차 한 잔 하실래요?
맑음의 여유와 은은한 향기의 넉넉함을
아름다운 당신과 나누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당신께 맑고 순한 차 한 잔을 드립니다.
당신은 또 다른 당신과 무엇을 나누고 싶은가요?
금요일 이 자리는 당신의 나눔으로 채워집니다.
아름다운 답장을 기다리며…

노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