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두레박

[군종] 2011년 부활 메시지/유수일 주교

松竹/김철이 2011. 4. 23. 01:11

[군종] 2011년 부활 메시지/유수일 주교(예수 부활 대축일)

 

1.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지금 전 세계의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음으로부터 부활하신 것을 기쁨 속에 경축하고 있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했던 스승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참혹하게 처형되시던 모습을 지켜보았던 마리아 막달레나,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 요안나 그리고 살로메 등 몇몇 여인들은 안식일 다음 날 새벽 예수님께서 묻히신 무덤을 용감하게 찾아갔습니다. 예수님의 시신에 향료를 발라드림으로써 사랑과 존경의 마지막 표현을 하고자 함이었습니다. 이들은 예수님께서 살아계실 때만이 아니고 죽으신 후에도 변함없이 예수님께 충실했던 여인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여인들은 무덤에서 엄청난 것을 체험하게 됩니다. 예수님의 시신이 있어야 할 무덤은 비어 있었고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라는 천사의 말을 듣게 된 것입니다. 너무도 놀라운 일이라서 기쁨보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던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잠시 후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나타나심으로써 마리아 막달레나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최초로 만나는 영광을 입게 됩니다.

바오로 사도는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복음의 중심으로 보면서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나도 전해 받았고 여러분에게 무엇보다 먼저 전해준 복음은 이렇습니다. 곧 그리스도께서는 성경 말씀대로 우리의 죄 때문에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성경 말씀대로 사흗날에 되살아나셨다는 것입니다.”(1코린 15,3-4) 바오로 사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해 아직도 의심하거나 믿지 못하는 이들에게 확신을 주고자 부활하신 예수님을 목격한 증인들에 대해 말합니다. “케파에게, 또 이어서 열두 사도에게 나타나셨습니다.

그다음에는 한 번에 오백 명이 넘는 형제들에게 나타나셨는데, 그 가운데 더러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대부분은 아직도 살아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야고보에게, 또 이어서 다른 모든 사도에게 나타나셨습니다. 맨 마지막으로는 칠삭둥이 같은 나에게도 나타나셨습니다.”(1코린 15,5-8) 부활하여 나타나신 예수님을 목격한 이들 가운데서 상당수가 바오로 사도가 이 편지를 쓰는 당시에도 생존해 있었음을 증언해줍니다. 이 증언은, 마리아 막달레나가 발현하신 예수님을 만난 사실 및 예수님께서 열한 제자에게 여러 번 발현하신 사실과 더불어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또한 같은 코린토전서 15장에서 부활신앙의 중요성을 이렇게 역설합니다. “그리스도께서 되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여러분의 믿음은 덧없고 여러분 자신은 아직도 여러분이 지은 죄 안에 있을 것입니다.”(1코린 15,17) 만약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지 않으셨다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생활은 덧없는 것이 되고, 누구보다도 이 신앙에 의지하여 독신정결, 가난 그리고 절대 순명의 삶을 택해 일생을 살아가는 성직자와 수도자들에게는 한없는 좌절과 절망감만 남을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기에, 성직자와 수도자들은 이 삶이 요구하는 많고도 큰 포기를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성소를 항구히 그리고 기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옛 구약의 백성들이 주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저버리고 우상숭배에 떨어지는 유혹을 받은 것처럼, 오늘에도 우리의 순수한 믿음을 흔들리게 하는 유혹들이 많습니다. 때로는 교회의 성직자, 수도자, 신학자들 가운데서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해 의심을 일으키게 하는 언동을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번 부활시기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한 믿음을 더욱 굳게 하는 시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2.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이 세상에 “새로운 시대”, “새로운 역사”를 열었습니다. 그래서 영적으로 새로 태어나는 은혜, 곧 새 생명을 얻는 은혜를 갖다 주었습니다. 이런 의미 때문에 교회는 예부터 부활 대축일 때 세례 예식을 많이 거행해 왔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우리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받는 세례의 근원을 그리스도의 부활에다 두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과연 우리는 그분의 죽음과 하나 되는 세례를 통하여 그분과 함께 묻혔습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을 통하여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로마 6,4) 여기서 새로운 삶이란 다시 태어나는 우리의 영혼을 의미합니다. 본능과 내 중심과 이기심에 의해 지배되던 과거의 내가 죽어버리고, 성령의 인도를 따르는 거룩한 영적인 존재로 새로 태어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 각자에게 이토록 깊은 내적 변화를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부활 대축일을 맞는 우리는 “세례 받은 나는 과연 변화되었는가? 성령의 도우심 가운데 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가?”라고 자신에게 심각하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금년에 우리 교구는 군선교 60주년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뜻 깊은 해를 맞이하면서 금년 한 해를 특별히 “감사와 정화의 해”로 삼고, 이 표어를 우리 각자가 실천에 옮기려 애쓰고 있습니다. 저는 부활하신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 태어난 그리고 새로 태어나는 이들이 보이는 삶의 특징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감사의 자세가 증가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마리아 막달레나와 다른 여인들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간 것을 알고 있습니다. 특히 일곱 마귀에게 시달리는 삶을 살다가 예수님을 만나 새 인생을 살게 된 마리아 막달레나는 예수님께 대한 깊고도 변함없는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었고, 이 감사의 마음이 그로 하여금 어떤 위험도 감수하고 안식일 다음 날 새벽 주님의 무덤을 찾아가게 한 것입니다. 마리아 막달레나의 이 감사의 자세는 그로 하여금 부활하신 예수님을 최초로 만나게 하는 큰 축복을 누리게 해주었습니다. 내가 세상에서 베푸는 사랑이 사랑의 보답을 받게 해 주는 것처럼, 감사의 자세 역시 이렇듯 큰 축복의 보답을 받게 해줍니다. 저는 사목교서에서 “감사의 삶은 예배의 근원이자, 신앙, 희망, 사랑의 세 중심 덕들이 맺어주는 가장 큰 열매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부활 대축일을 맞으면서 무엇보다도 마리아 막달레나가 보여준 감사의 자세를 본받으면서 언제나 어떤 처지에서나 감사하는 삶을 추구하도록 합시다.(1테살 5,18 참조) 저는 개인적으로 국토방위를 위해 헌신하는 모든 군인들에게 늘 감사드리고, 전사한 우리 군인들, 특히 6.25사변, 두 차례의 서해 교전, 그리고 작년에 있은 천암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에서 전사한 우리 군인들의 고귀한 희생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우리 군종교구의 가족 모두는 그 누구보다 국토방위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이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지닌 채 이 부활절을 맞이해야 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가져다 준 “새 생명”의 은혜는 또한 “정화의 삶”을 향하게 해줍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에게 “욕망”이라는 위대한 선물을 주시어, 이 욕망이 우리로 하여금 이 세상의 삶을 기쁘게 또 적극적으로 살아가게 해줍니다.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신 욕망들은 다양합니다. 욕망들이 위대한 선물인 만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행복의 원천이 되기도 하고 불행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욕망들이 복음의 정신에 따라 사용되어야지, 잘못 사용되면 타락인 욕심으로 변질되어 여러 탐욕들을 낳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시편저자의 기도처럼 “하느님, 깨끗한 마음을 제게 만들어주소서.”(시편 51,12)라고 마음의 정화를 위해 기도드리도록 합시다. “마음의 정화”가 바로 “욕망의 정화”가 되는 것입니다. 또한 마음의 정화는 넓은 변화를 포함하기에 욕망들을 정화하는 기능만이 아니고 두 마음이 빚어내는 “위선의 자세”까지 정화하는 기능을 지닙니다. “정화의 삶”은 궁극적으로 예수님께서 “참 행복”(마태 5,3-11)의 하나로서 말씀하신 축복, 곧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마태 5,8)라는 축복을 누리게 해 줄 것입니다. 정화의 길을 충실히 걷기 위해 참회와 보속의 삶을 더욱 열심히 추구하도록 합시다.

3. 사랑하고 존경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가져온 한없는 은혜들을 묵상하고 또 그 은혜들을 누리면서,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의 기도를 바치도록 합시다. 특별히 “부활찬송”의 다음 구절을 마음을 다해 바치도록 합시다. “오, 오묘하도다. 우리에게 베푸신 자비! 오, 헤아릴 길 없는 주님 사랑! 종을 구원하시려 아들을 넘겨주신 사랑! 참으로 필요했네, 아담이 지은 죄, 그리스도의 죽음이 씻은 죄, 오, 복된 탓이여! 너로써 위대한 구세주를 얻게 되었도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