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소설

진흙탕 속에서 핀 장미 4부

松竹/김철이 2010. 1. 26. 14:09

이제 날씨는 한겨울의 한 가운데로 치닫고 세상 안팎의 기온은 시간이 흐를수록 차갑게 떨어져 갔으며 실질적으로 네 식구의 비닐 집 가장이 되어버린 혜정의 가슴 한 편에는 뚜렷한 소득도 없이 세상 만물이 거의 다 동면하는 이 추운 혹한을 어떻게 견디어 낼 것인가를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특히, 뚜렷한 직업도 없었지만 일을 할 일자리가 있다고 하여도 세 사람의 중증 장애인을 보살핀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연약한 여성의 혼자 몸으로 어떻게 직장을 가질 수 있었겠는가. 그렇다보니 혜정은 다부진 결심을 하기에 이른다. 혜정은 준호가 전에 말했던 장애인 공동체에 대해 구체적인 구상을 하기 시작했고 이윽고 준호에게 이 일에 대해 의논을 건넸다.

-저~, 준호씨!
-네,
-저번에 준호씨가 제게 말씀하신 장애인 공동체 있죠?

-네, 그게 왜요?

-그거 우리도 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제 생각엔 우리도 힘만 모으면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만(?)
-경험이 없는데도 말이에요?
-누구는 처음 부터 경험을 쌓아서 그런 일을 하나요
-그렇긴 하지만요
-우리 두 사람 마음만 맞으면 잘 될 수 있을거에요
-그리고 혜정씨가 기도해 주면 되잖아요
-참! 준호씨, 신앙을 가져보는 게 어때요?
-신앙을요?
-네,
-그럼 혜정씨처럼 성당에를~
-네, 신앙을 가지면 좋은 점이 많아요
-먼저 자기 자신을 다스릴 수 있으니 좋구요
-네......

 장애인 공동체를 이루어 비닐집 가족들과 헤어짐 없이 살아보리라 굳게
결심한 혜정은 먼저 가족들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으기 위해서는 같은 신앙을 가지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 여기고 제일 먼저 준호의 의향을 떠본 것이었다. 생각외로 준호의 반응이 좋자 혜정은 본격적으로 한 사람씩본인의 의사를 들어보기로 하고 그날 저녁 혼자 밖으로 나와 조용히 기도를 올린 뒤 안으로 들어가 가족들의 의향을 들어보기 시작했다. 혜정은 준호를 제외한 호태와 그리고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아이에게 마음속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신앙을 함께 가져보지 않겠느냐며 권유와 설득해 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가 윗대 조상 대대로 불교를 믿어 왔기에 처음엔 조금은 거부감을 느끼며 반대 아닌 반대를 하였으나 끈기있는 혜정의 설득에 두 사람은 신앙을 갖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날 밤 네 사람의 가족은 이제 이 세상을 떠나는 그날까지 한 가족으로 살아가기로 마음을 모으고 '사랑의 집'이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장애인 공동체 생활에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날부터 네 가족은 한 마음으로 사랑을 모아 나아갔다.

 

 살을 에인은 듯한 추위는 동지섣달 혹한 속을 향해 다름질 쳤고 가진 것 없는 비닐집 가족들이 느끼는 추위는 가진 사람들이 느끼는 추위의 몇 배 더 심하게 느꼈는데 피부로 느끼는 추위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혜정의 심한 고생은 더욱더 심해져 갔고 비닐집 가족들의 허기진 뱃속은 극심한 요동을 졌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이른 새벽부터 폭설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산위에서 눈사태가 일어나 산더미 같은 눈덩어리들이 쉴 새 없이 마구 산 아래로 굴러 내려 비닐집 연약한 기둥들을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가곤 하였다. 어느 한 순간 외마디 비명소리와 함께 태산같은 몇 개의 눈덩이가 비닐집 지붕을 덮친 것이다. 순식간에 비닐집 주위는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비록 연약하기 그지없는 삶터였지만 오갈 곳 없는 네 사람의 진정 의지하며 살아온 터전이었기에 순식간에 공간 속으로 사라지고 만 것에 눈물겨웠다. 시간이 흐르면 몇 방울의 물로 그 생명을 다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가 버릴 몇 개의 힘없는 눈덩이에 어처구니없이 생명의 삶터를 잃어버린 비닐집, 사랑의 집 네 사람의 가족은 너무나 큰 허탈감에 빠져 울음마저 울지 못한 채 실의에 빠져 있었다.

 

 몇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이 사고의 소식을 전해들은 고물장수 부부를 비롯한 몇 몇 동네 주민들이 급히 달려와 보니 정신을 놓아버린 사람처럼 멍하니 아무 말 없이 먼 산만 바라보고 있는 것에 너무나 큰 충격을 받는다. 폐허가 되어 야산 이곳저곳에 정신없이 흩어져 있는 비닐 오두막 잔해들을 대충 정리하고 급히 세 사람의 장애인과 혜정을 고물장수 부부네로 옮겨 우선 깊은 산속에서 세차게 불어오는 거친 눈바람에 얼음처럼 변해버린 온몸을 따뜻한 물로써 데워 주었고 급한 대로 흰죽을 끓여 허기진 뱃속을 채워 주었다. 그 날 밤 만큼은 따뜻한 온돌방 아랫목에서 순간적이나마 행복을 느꼈지만 혜정의 심정은 착찹하기 그지 없었다. 그랬다. 당장 몇 시간 뒤인 내일의 일들이 가슴을 억누르는 것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따스한 온돌방 아랫목에 누우니 설사 세상 아래 의지할 곳이라고는 한 곳도 없고 갈 곳이라고는 어느 한 곳도 없던 준호와 자신을 마치 미친개 몰듯 쫓아 내었던 부모, 형제이지만 진정 보고 싶다는 그리움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그리움과 서러움이 교차되는 뜨거운 두 줄기 눈물이 혜정의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혜정과 준호를 비롯한 사랑의 집 가족들의 크나큰 근심에는 조금도 아랑곳없이 또다시 하루의 새 아침은 동터왔고 동네 주민 몇 사람의 도움으로 며칠 동안은 동네에서 머물 수 있게 되었지만, 이제 또다시 아무것도 없는 빈터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를 이루어야 할 혜정와 준호의 걱정은 정말 태산과 같지 않을 수 없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사랑의 집 가족들이 살던 비닐 움막집이 있던 곳으로 돌아온 혜정은 그 동안 네 식구가 끓여 먹고 살던 몇 몇 살림살이들을 줏어모아 한 곳에 모아놓고 비바람이라도 막아줄 작은 처마밑이라도 있어야겠기에 비닐을 사고 이 곳 저 곳에 정신없이 흩어진 쇠꼬챙이들을 모아 또다시 사랑의 집 네 식구가 살아갈 삶의 터전을 이루었다. 그 후, 혜정과 준호가 사랑의 집이라는 장애인 공동체를 만들어 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발도 없는 소문이 산밑 동네 이 곳 저 곳에 번져나갔고 이어서 크고 많은 성금과 성품은 아닐지라도 동네 주민들의 정성어린 성품과 성금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하였으며 오갈곳 없는 장애인 가족 몇 사람이 더 늘었다. 가족이 늘수록 혜정의 삶은 더욱 힘들어 갔지만 보람도 그만큼 커져갔다. 사랑의 집 가족이 한 둘씩 늘어갈 때마다, 혜정의 보람과 장애인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더욱 깊어갔다. 그렇지만 이러한 혜정의 진심도 모르는 채 주위의 일부시각들은 그다지 곱지만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장애인들을 빌미로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하려 한다. 장애인들을 보살핀다는 구실로 각처로 다니며 성금, 성품들을 뜯어내려 한다는 등, 갖가지 억척과 곱지 않은 소문들이 무수히 난무하였으나 혜정은 그 모든 아픔들은 한 귀로 듣고 또 한 귀로 흘려버리는 여유로움과 만인을 다스릴 수 있는 폭넓은 마음은 지녔지만 찢어지도록 아파오는 가슴은 달랠 수 없었다. 그것은 부모, 형제가 멀쩡히 눈을 뜨고 세상에 살아있음 에도 불구하고 보살펴 줄 보호자 한 사람 없다는 거짓을 예사로 행하며 아무런 죄책감없이 주위의 이웃을 통해 자신들의 혈육들을 한낮 쓰레기 내다 버리듯 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 한 켠이 무너지는 아픔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 날도 다른 날과 같이 저녁식사를 끝내고 설거지를 마친 혜정이 사랑의 집 주위를 돌며 하루를 무사히 마무리 지을 수 있게 해 주신 신께 감사의 기도를 마음속으로 되뇌고 있을 때였다. 사랑의 집 한 귀퉁이에 검정색 보자기에 비닐로 감싸여진 채 무엇인가 꿈틀 되고 있어 처음엔 무서운 생각에 그냥 집안으로 들어가 버릴까 하는 생각도 하였으나 자신의 집 주위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호기심이 생겨 몇 걸음 가까이 다가가 보니 한 생명체가 살아 숨 쉬며 꿈틀되고 있었다. 군가가 아기를 낳고 보니 선천적인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자 보자기에 싸서 아무도 모르게 사랑의 집 주위에 갔다 버렸던 것이다. 순간, 혜정은 세찬 산바람이 거세게 부는 집 밖에서 추운 줄도 모른 채 아기를 부둥켜안고 목놓아 통곡하며 뜨거운 피눈물을 쏟아야만 했다. 혜정은 아기를 친자식처럼 키워야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이젠 사랑의 집 가족은 여덟 명으로 늘어났다. 사랑의 집 가족이 한 사람 두 사람 늘어가니 혜정이 아기에게 신경 쓸 시간이 부족함은 당연지사이고 삶은 정말 숨가쁜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숨가쁜 나날의 연속 중에서도 가족들에 대한 깊은 관심과 사랑에는 조금도 변치 않은 혜정은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시켜야만 하는 가슴 아픈 또 하나의 사연을 가슴속 한 켠에 묻어야만 했다. 아무리 사랑이 많고 강한 체력을 지녔다 할 지라도 철인이 아니고 성인 성녀가 아닌 다음에야 한 두 명도 아닌 열 명의 장애인과 갓난 아기를 한꺼번에 보살핀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말도 되지 않는 어불성설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혜정은 부모가 없는 유아들을 모아 보살펴 주는 '유아전문복지시설'로 아기를 보내기로 하였다. 아기가 복지시설로 가는 날 혜정은 자신에게 가슴 아픈 일들만 부여해 주는 현실이 너무나 싫고 미워 다시 한 번 목을 놓아 서럽게 대성통곡을 하였으나 마음은 시원치 않았다.

 

 처녀의 몸으로 자신을 낳은 친자식 이상으로 아기를 사랑하고 정성을 다해 보살펴 왔는데 하루아침에 이별을 해야 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아기를 보낸 뒤 며칠 동안을 아기의 깊은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실의에 빠져 정신을 놓고 있던 중 준호의 사랑 어린 위로를 받고 간신히 정신을 가다듬는다. 혜정의 손이 아니면 노동력 하나 없는 사랑의 집 안팎에는 쓰레기 하치장을 연상케 하였고 준호를 비롯한 여덟 명의 장애인의 몰골은 마치 TV 드라마에서 보았던 다리 밑 거지떼를 연상하게 하였다. 혜정은 자신의 삶은 결코 개인의 삶이 될 수 없음에도 며칠 동안 자신의 본분을 다하지 못함에 대한 자책감을 느끼고 앞으로 자신의 힘이 닿는데까지 최선을 다하여 사랑의 집 가족들을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며 다시 한 번 마음에 심한 채찍질을 가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사랑의 집 가족들은 더욱 마음을 한데 모아 진한 가족애를 보였고 진정한 장애인 공동체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혜정과 준호는 사랑의 집 가족들의 축복을 받으며 백년가약을 맺었다. 비록 양가 친지들의 축복이나 허락도 받지 못했지만, 두 사람은 하늘이 맺어준 부부의 연을 사랑으로 이어갈 것을 맹세하고 앞으로 부부로서 한 마음이 되어 사랑의 집 가족들에게 따뜻한 온정을 베풀며 이 세상 모든 비장애인들에게 장애인들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장애인들에 대한 잘못된 시각에서 오는 편견과 인식을 바르게 잡아 주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였으며 그 결심을 지키고 이루기 위해 사랑의 집 모든 가족은 마음을 모았던 것이다. 그러던 중, 뜻하지 않았던 불의에 큰 사고가 크게 발생하고 말았다.

 

 평소 삶의 회의를 느껴 불평불만을 수시로 털어놓던 스물 일곱 살 된 영진 이라는 뇌성마비 장애인이 혜정과 준호가 잠시 외출을 한 틈을 타서 사랑의 집 비닐 오두막에다 불을 지른 것이었다. 두 사람이 도착했을 땐 이미 화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검은 잿더미로 변해 있었다. 자신의 소중한 목숨을 끊으려 사랑의 집에다 불을 지른 영진이는 바람에 사라진 사랑의 집 오두막과 함께 잿더미가 되어 아무런 변명 한마디 없이 차디 찬 겨울 찬 산하에 누워있었고 그나마 다른 장애인 가족들은 때마침 사랑의 집 부근을 지나가던 행인의 눈에 띠어 동네 주민들이 급히 달려와 무사히 동네 주민들 집으로 피신한 상태였다. 너무 놀란 혜정은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 위 준호를 휠체어에 앉혀놓은 채 주민들 집으로 피신한 사랑의 집 장애인 가족들을 찾아가 보니 거센 불길에 그을려 있는 모습을 보았다. 혜정을 보는 순간 장애인 가족들은 누구 하나 도와줄 이 없는 상황에서 짙은 두려움에 싸여 몇 시간 동안 공포와 싸운터라 서러움에 복받쳐 큰소리로 목놓아 울었다. 이런 모습들을 본 혜정의 가슴은 산산이 무너져 내렸고 다시 그들에게는 자신의 힘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닿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나저나 졸지에 집을 잃어 당장 숙식을 해결해야 할 입장에서 인근 동네 주민들의 집에서 며칠씩 돌아가며 숙식을 해결하곤 하였지만 하루 이틀도 아닌 세월을 아무리 사랑이 많고 정이 많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하물며 피와 살과 뼈를 나눈 부모형제도 아닌 타인이 그것도 한 두 사람도 아닌 여덟 명이라는 대식구의 잠자리와 식사를 해결해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서 혜정은 다시금 사랑의 집 둥지를 틀 집터를 찾기에 분주하기에 이른다.


 그러던 어느 날 혼자 집터를 구하려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는 혜정을 가엾게 여긴 동네 아낙네 한 사람이 예전에 자신의 시아버지께서 생전 농사를 지을 때 마구간으로 사용하다 지금은 쓸모가 없어 몇 년 째 그냥 내버려 뒀다고 한다. 그 마구간이라도 좋다면 임시 거처로 사용하라는 것이 아닌가. 순간, 허허벌판에 구세주를 만난 듯한 마음의 혜정은 기쁨의 눈물이 쏟아졌고 정말 의지할 곳 하나 없던 자신에게 천군만마의 지원군을 찾은 듯하였다. 그 마구간은 마구간이라기 보다는 아주 큰 창고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큰 규모였다. 혜정과 사랑의 집 가족들은 새 보금자리가 생겼다는 기쁨과 환희에 들떠 며칠을 두고 이어진 대청소에도 불구하고 힘드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임시에 불과하지만, 새 보금자리가 생겼다는 작고 소박한 기쁨의 마음에 큰 상처를 주는 사건이 또다시 일어난 것이었다. '호사다마'라 했던가, 인간사 세상에서는 좋지 않은 일이 있은 뒤 좋은 일이, 좋은 일이 있는 뒤 좋지 않은 일이 반드시 찾아오게 마련인데 사랑의 집 가족들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마구간을 임시 보금자리로 빌려주겠다고 약속한 사람이 찾아와 하는 말이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무리 마구간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마구간에 사랑의 집 장애인들이 모여 산다면 주위의 사람들이 마치 자기네 집을 장애인들이 모여 사는 즉, 장애인 시설로 오해하기 쉽기 때문에 마구간을 빌려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혜정과 준호, 그리고 사랑의 집 장애인 가족들은 실의에 빠져 피눈물 나는 속 울음을 삼켜야만 했다. 그 누가 말했던가 '절망은 없다'고 말이다. 혜정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랑의 집 가족들을 추위와 허기에 내맡겨 둘 수 없다는 굳은 결심으로 또다시 동분서주하기에 이른다.  이런 지극한 정성에 하늘도 감동한 것인지 동네 주민 중 할머니 한 분께서 찾아오시어 기쁜 소식을 전해주신 것이다. 할머니의 큰아들이 서울에 살고 있는데 이번에 할머니께 합가를 하자며 서울로 올라오라고 하였고 비교적 큰 집에서 혼자 살아왔던 지라 갑자기 집을 처분하려니 잘 안된다고 하시며 당분간 집을 처분 할 때까지 그 집을 사랑의 집 가족들에게 빌려 줄테니 임시 사용하라는 것이었다. 할머니의 이 말씀을 들은 혜정과 준호, 그리고 사랑의 집 가족들은 성치 못한 몸을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혜정은 심한 노동과 추위 때문에 살갗이 터지고 미어져 피가 맺힌 손등으로 기쁨의 눈물을 훔치며 사랑의 집 장애인 가족들을 위해 자기 한 목숨 바쳐 이 세상의 모든 이에게 참 사랑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겠다며 또다시 자신과의 굳은 약속을 해 본다. 할머니의 집으로 이사를 하고 주위에 사랑의 집 가족들의 이야기가 동네 주민들의 입가에 오르내리면서 간간이 봉사를 자원하여 찾아오는 사람들도 하나 둘 늘어갔다. 물질적 도움을 주겠다는 이들도 늘어가면서 아직도 세상은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열고 반가이 그들을 맞이하곤 하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