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74

폐농|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폐농 松竹 김철이 1년 365일 편히 한번 쉬어본 기억 어디로 나들이 갔는지 불러봐도 대답이 없고 목탄 농심은 사시사철 헛물만 켜더라 농심은 천심이라 땅을 지배하는 자 천지를 지배할 수 있거늘 쉼없이 흘러가는 역사 속 이야기 중심 잃은 농민들 허리만 휘게 하더라 세상만사 다 팔아도 양심만은 두라시던 조상님들 높은 말씀 어디다 팔았는지 수입개방 좋다마는 뒷일은 그 누가 책임지랴 코팅한 수입쌀에 발광한 수입 소라 발광한 이 작태에 옥토는 화병이 들고 선량한 농심 말 못할 피멍이 든다. 제 삼차 병자호란인가 무자비한 청나라 오랑캐 창도 칼도 아닌데 의, 식, 주로 전 국민 심장마저 노린다.

작품 발표작 2021.01.09

슬픈 로라의 그리움|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슬픈 로라의 그리움 松竹 김철이 낮에 피는 꽃 제 잘 나 피는 줄 아느냐 단비 내려 은혜로운 날에 하늘의 축복으로 필 테지 불을 찾는 부나비도 아닌데 밤이슬 벗을 삼아 쓴웃음 파는 광대로 사는 네 팔자 산 팔자 물 팔자로구나 산을 닮아 산 팔자 물을 닮아 물 팔자 다 내어주고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물이라 하겠네 행여 지난 세월 그리워질 때면 눈을 감고 노을빛 가슴으로 연민뿐인 네 생을 불살라 어둠을 밝히고 제로 묻혀갈 한 줄기 빛이 되어라

작품 발표작 2021.01.02

뒷모습|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뒷모습 松竹 김철이 돌아보지 말아라 네 걸어온 뒷길을 해는 내일도 뜬다더군 아침에 거울을 바라보아라 소나무 두꺼운 껍질 속에 속살이 돋듯이 세상이 네게 준 상처 가슴에 딱지로 앉히지 말기를… 지구도 둥글고 세상도 둥그니 네 마음 둥글게 다져 모난 네 모습 달을 닮아 하룻밤을 밝혀 주렴아. 가로등 없는 밤길을 걸어도 앞서가는 사람 뒷모습은 보지 말고 뒤따라 걷는 사람 초롱불 되어 밝아올 새벽을 노래하자

작품 발표작 2020.12.26

나비야 청산 가자|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나비야 청산 가자 松竹 김철이 풍차 같은 세상사 똥짐 지고 덩달아 돌다 보니 어지럽기 그지없어 지조도 절개도 잃은 지 오래일세 다 놓고 가라시는 선조들 크신 말씀조차 듣는 둥 마는 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으니 인생의 뿌리조차 흔들림이 당연지사 유수 같은 세월이라 물같이 바람같이 흐르라는 가르침 뒤로 하고 제 뜻대로 살았으니 부질없을 인생사 욕심으로 내를 이루리 험한 세상 먼 길이라 한 마디 가슴으로 살 수가 없었더냐 세 마디 가슴인데도 가볍기가 종잇장 같구나 너를 닮고 싶은 심정 꿀떡이니 나비야 청산 가자

작품 발표작 2020.12.19

되새김질|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되새김질 松竹 김철이 한쪽 귀퉁이 이 빠진 사발 아침에 먹다 남은 식은밥 한 덩이 시장기 반찬 삼아 배추 시래깃국 국물 부어 말아 먹던 그 모습도 누런 콧물 빼물고 칼바람 혹한 두렵다 하지 않으며 눈썰매 적토마 몰아 빙판을 달려 천하를 호령하던 그 표정도 아련한 추억으로 되살아나 외양간 여물 먹는 소가 되어 과거에 얽매여 울고 웃는 인간의 본성 뉘라서 쉬 알리

작품 발표작 2020.12.15

다듬잇돌 소리|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다듬잇돌 소리 松竹 김철이 아직도 아련한 그 소리 가슴에 사무치는 모정이 되어 오늘도 귓전에 맴돌다 사라진다. 인생은 늙어도 추억 속 시절은 늙지 않는 것 철없던 시절 낮잠 자는 나의 머리맡에 한 소절 어머니 자장가로 단잠 재우더니 이 순간 현실 속 단잠을 깨운다. 누가 지은 곡조이고 누가 지은 가사인지 세상 제일의 노래가 되어 신발도 신지 않고 온 동네 뛰놀다 해질녘에 돌아온다. 해 묶은 여인의 가슴앓이 엇박자 장단 속에 하루해가 저물어 서산마루 붉게 걸터앉는다.

작품 발표작 2020.12.05

산길|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산길 松竹 김철이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구비, 구비 열두 구비 봇짐장수 한이 서려 뻐꾸기 외로운 울음으로 남는 곳 깊은 계곡 흐르는 옥수 선녀가 내려와 나무꾼 넋을 빼놓고 사랑이란 사슬로 사지를 혼탁케 했던 원천이여 달빛도 넘다 지쳐버릴 산기슭마다 허리 잘린 산하의 비명이라 그 옛날 물 좋고 산수 좋다던 그 말 이제는 전설 속 그리운 몇 마디 설화로 남는구려

작품 발표작 2020.11.28

천생(天生) 그 삶의 향기를 따라서|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천생(天生) 그 삶의 향기를 따라서 松竹 김철이 가진 것 별로 없지만 해 뜨는 내일이 있기에 이 순간 삶이 힘겹게 하여도 동지섣달 눈밭에 피어난 한 송이 꽃처럼 오늘 주어진 몫이 천복(天福)이라 하겠네 속고 속이는 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라 하여도 더 갖고픈 욕망(慾望) 버린 지 오래이라 한 근도 채 못 되는 마음에 세상 제일의 황새 날개를 달더군 가난한 가문의 후손이라 유년(幼年) 시절 뜨거운 눈물 숱하게 흘렸건만 영혼보다 더 아끼고 사모하는 이 동행해 주니 고향 갈 발걸음 나비와 같더라 가져갈 것 하나 없는 이 세상 옷 한 벌 걸쳤으니 모래바람 판을 치는 광야(廣野)에 홀로 누워도 마음의 꽃불 절로 필 테지 불 꺼진 창가에 두견(杜鵑)새 슬피 울어도 먼 냇가 물안개 피기에 반딧불이 꽁지에 실 꼬리 달아..

작품 발표작 2020.11.21

소박한 삶|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소박한 삶 松竹 김철이 봄들에 절로 피는 민들레 홀씨의 헌신적 몸짓에서 늘 내려놓는 연습을 하라시는 천명을 절로 새겨듣는다. 나그네 본분을 다하려는 듯 저 홀로 가는 구름아 어차피 홀로 가야 할 귀향길에 비라도 벗 되게 해 주기를 수많은 세월이 말없이 흘러 품지 못할 시절의 아픔이 되어 이미 떠나버린 내 임의 목소리로 남아도 아름답던 추억의 솔밭길을 걸으리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건 또 다르게 찾아올 미래가 있기에 물젖은 솜처럼 세상 저 깊은 물속으로 젖어보련다.

작품 발표작 2020.11.14

무연분묘(無緣墳墓)|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무연분묘(無緣墳墓) 松竹 김철이 세월이 무상하게 흘러핑계 없는 무덤 없다던데해명도 없듯이 허상의 기억 속에 지워진 것은차라리 눈부신 현실내려앉은 분묘(墳墓)는몇 줌 흙먼지로 돌아가오욕(五慾)을 죄다 훌훌 털어버린 흔적일 테고 잡초만 무성하고 누우신 곳그 어딘지 구분하기 힘든 현실은어영부영 시간의 농간에 허비되는세상만물(世上萬物)을 향한 공손한 예절일 텐데 천만년을 더 살고픈 욕망으로 죽어서도 미련 버리지 못해서 세워놓은 묘표(墓表)는검푸른 이끼 표면이 달고자연이란 작명(作名)의 명예욕을 불려가니 인간사 이별이란세상 그 어느 곳에 생존했던가?제 고향 어딘지는 모르지만갖은 잡초 벗하며 나고 자라서 돌보는 이 하나 없는 숲을 이루고 흙을 돋으며 세상 만물 본질(本質)이 되는 것을…

작품 발표작 2020.05.08

몽상(夢想)|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몽상(夢想) 松竹 김철이 세월아 세상이 떠밀어도너만 가거라난, 지게 목발 두들겨청산에 쉬다 가련다 정월 초하루설빔 차려입고묶은 세금 다 거둘 심사인가온 동네 두루 다녀세뱃돈으로 채운 복주머니다람쥐 볼 주머니 같더라 정월 대보름복조리 받쳐 들고 문전걸식 웬 말이냐부스럼 악귀 쫓아내려개집 앞 쪼그려 앉아 나 한술 똥개 한술얻어온 오곡밥 나눠 먹었네 팔월대보름논두렁 쉼 없이 누벼준 누렁이 덕분에햅쌀 햇과일 배 불리고씨름판 강강술래 밤낮을 누볐지 동짓달 스무하루동짓달 칼바람에 잘려 나간낮의 길이만큼이나기나긴 밤 추억 살이 되살리려가마솥 새알심 팥물에 동동 떠오른다.

작품 발표작 2020.04.27

신(新) 청산별곡(靑山別曲)|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신(新) 청산별곡(靑山別曲) 松竹 김철이 시든 잔잎 하나 빌려 달래서푸른 잎 무성한 나뭇가지 빌려줬더니새 울음 우짖을 밑동마저 베려는가서툰 나무꾼쓱싹쓱싹 톱자루를 드리미네 새야! 새야! 울지 말아라밤을 자고 일어나도 울지 말아라 너네보다 시름 많은 나도짙은 밤을 자고 일어나면 울지 않는데설령 날이 밝지 않아도 올빼미 밤샘 울음 새날을 부르고개구리 목맨 울음 윤삼월 냇가에 차는데나으리 새끼줄 돌팔매는 길을 잃으니피 토하는 올빼미 개구리 눈물 밤낮을 메우리 누굴 향해 던지던 돌팔매질이더냐누굴 맞히려던 돌팔매질이더냐흉한 이도 정한 이도 구별 없이왜 죽어야 하는지 통 영문도 모른 채죄다 생죽음을 당하누나

작품 발표작 2020.04.24

인생노름|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인생노름 松竹 김철이 판이 넓어 좋고 판돈 커서 좋구나밭팔고 논 팔아서 허리띠 풀어놓고 걸판지게 한 판 놀아보세 훈수 두는 자, 백 리 가고개평 뜯는 자, 천 리 가라거칠 것 없는 이 한판에 전 생애를 걸었노라 때로는 광박 써서 가슴 시릴 테고 때로는 피박 쓰고 피눈물 쏟을 테지만 기왕 내친김에 쓰리고는 불러야 사내대장부지 제아무리 고귀하고 우아해도 세 끼니 밥 안 먹고 사는 자 못 봤는데 배 깔고 방에 누워세상 호령하는 자 못 봤다네 노력해서 남 줄 쏘냐 기왕에 예 왔으니 이 대풍진 세상 싹 쓰리나 하고 감세

작품 발표작 2020.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