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분묘(無緣墳墓)
松竹 김철이
세월이 무상하게 흘러
핑계 없는 무덤 없다던데
해명도 없듯이
허상의 기억 속에 지워진 것은
차라리 눈부신 현실
내려앉은 분묘(墳墓)는
몇 줌 흙먼지로 돌아가
오욕(五慾)을 죄다 훌훌 털어버린 흔적일 테고
잡초만 무성하고
누우신 곳
그 어딘지 구분하기 힘든 현실은
어영부영 시간의 농간에 허비되는
세상만물(世上萬物)을 향한 공손한 예절일 텐데
천만년을 더 살고픈 욕망으로
죽어서도 미련 버리지 못해서
세워놓은 묘표(墓表)는
검푸른 이끼 표면이 달고
자연이란 작명(作名)의 명예욕을 불려가니
인간사 이별이란
세상 그 어느 곳에 생존했던가?
제 고향 어딘지는 모르지만
갖은 잡초 벗하며 나고 자라서
돌보는 이 하나 없는
숲을 이루고 흙을 돋으며
세상 만물 본질(本質)이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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