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夢想)
松竹 김철이
세월아 세상이 떠밀어도
너만 가거라
난, 지게 목발 두들겨
청산에 쉬다 가련다
정월 초하루
설빔 차려입고
묶은 세금 다 거둘 심사인가
온 동네 두루 다녀
세뱃돈으로 채운 복주머니
다람쥐 볼 주머니 같더라
정월 대보름
복조리 받쳐 들고 문전걸식 웬 말이냐
부스럼 악귀 쫓아내려
개집 앞 쪼그려 앉아
나 한술 똥개 한술
얻어온 오곡밥 나눠 먹었네
팔월대보름
논두렁 쉼 없이 누벼준 누렁이 덕분에
햅쌀 햇과일 배 불리고
씨름판 강강술래 밤낮을 누볐지
동짓달 스무하루
동짓달 칼바람에 잘려 나간
낮의 길이만큼이나
기나긴 밤 추억 살이 되살리려
가마솥 새알심 팥물에 동동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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