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松竹 김철이
숱한 세월
생애 터전 일구려
생트집 같은 생애 도리깨질
수백 수천 차례
품 안에 거두어들인 건 쭉정이 몇 알 뿐
동고동락했던 허수아비 허공에 딴전을 피운다.
텅 빈 가슴
더 내어줄 것도 없는데
허기진 참새 떼 극성은
노을 진 가을 논두렁 채워가도
저녁 하늘
홀로 날 기러기 흘릴 눈물은 없더라
그래도 내겐 소중한 인생
김밥 한 줄 말 기력이 없어도
세상 소풍 함께 해줄
내 영혼 반 토막 곁에 있으니
몇 술 보리밥 먹고
썩은 방귀 뀔 궁리라도 해야지
만약에
하늘이 내게
하늘이 내게 한 생애 덤으로 빌려준다면
세상 구경 끝내고
내 고향 돌아가는 날
더불어 사랑하고
더불어 행복했던 세월에 고리대금 이자 붙여
한 생애 허락하신
내 임께 아낌없이 내어 드릴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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