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룩 132

누룩 | 정화된 영혼을 얻으며

정화된 영혼을 얻으며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나 자신과의 문제, 타인과 의 문제, 그리고 사물, 사건과의 문제로 고민하며 삽니 다. 이 문제들의 해결책은 이미 나 자신 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이 외부의 상황이 바뀌어 그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망집(妄執)도 보이지 않는 영혼을 더럽힙니다. 사람의 지혜가 열려 문명의 이기(利器)가 발달할수록 점점 나밖에 모르는 개인주의가 늘어나는 현실에서, 안전한 삶을 위하여 우리가 오염된 자연을 보호하고 파괴된 환경을 쾌적하게 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우리 신앙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살기 힘겨운 이 웃을 배려하기 위해 하느님의 사랑을 통해서, 볼 수 없 는 영혼을 스스로 정화하는 일입니다. 배려는 내 마음을 타인에게 ..

세대간 소통 2024.06.15

누룩 | 작은 노력으로 지구를 구할 수 있습니다.

작은 노력으로 지구를 구할 수 있습니다.  요즘 세상에 가장 안타까운 특징을 꼽으라면 ‘물질 만능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돈과 같은 ‘물질’은 인간 삶에 꼭 필요하다고 볼 수 있지만, 무엇 이든 지나친 것은 없는 것만 못하지요. 물질에 대한 집착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은 초등학교 교실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아이들의 마음에는 어떻게 자 라겠다는 ‘꿈’보다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욕심’이 앞서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집에 사느냐가 친구 관계 의 중요한 기준이 돼 버렸습니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 은 어른들의 과욕이 투영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창조하실 때 물질에 집착하도 록 만드셨을까요? 적어도 지나친 욕심은 하느님의 뜻 과는..

세대간 소통 2024.06.08

누룩 | 천국에서 별처럼 빛나게 하소서

천국에서 별처럼 빛나게 하소서   제 신앙의 시작은 어머니로부터였습니다. 세례, 첫 영성체, 견진성사 그리고 수년간의 주일학교를 통해 어느덧 저에게 주일은 ‘성당에 가야 하는 날’이 되었습 니다. 성인이 되어서는 청년회에 가입하여 활발히 활동하 였는데, 문득 이러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왜 성당에 다니는 걸까?’ 언제부턴가 청년회 활동이 친목만을 추구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의무감으로 주 일미사를 챙기는 제 자신을 발견하였기 때문입니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떼제 기도모임, 가톨릭 학 생회, 교사회 등 다양한 활동을 해보기도 하고 신부님 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해 보았지만 저의 의문은 속 시 원하게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코로나로 3년 만에 재개된 부가고연 (부산가톨릭고등..

세대간 소통 2024.06.01

누룩 | 하느님 사랑의 환대와 시노드적인 경청

하느님 사랑의 환대와 시노드적인 경청  안녕하십니까? 청소년 주일을 맞이해서 환대와 경 청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나누고 싶습니다. 환대(Hospitalitas)는 고대 로마 시대에서부터 최고 의 미덕 중 하나였고, 여행자를 환대하는 관습으로 자 리잡혀 있었습니다. 호텔(Hotel)과 병원(Hospital)이 라는 말도 모두 이 말에서 유래합니다. 환대는 성경에 서도 나타나는데, 대표적으로는 구약의 아브라함과 세 천사(창세 18,1-8 참조) 장면에서 아브라함이 나그네 를 환대하는 모습에서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습 니다. 첫 번째는 ‘먼저 다가감’입니다. 아브라함은 나그네 가 구걸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아도 되도록 먼저 따뜻 하게 다가가서 그들을 맞이했습니다. 두 번째는 ‘무조 건적’인 환대입니다..

세대간 소통 2024.05.25

누룩 | 인간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인간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최근에 저는 40여 년 전 기억으로 매우 힘들었습니 다. 중학생 때 기억입니다. 10살도 채 되지 않은 중증 장애를 가진 아이와 잠시 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장 애 정도가 심해서인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 지 않았던 아이였습니다. 그런 아이를 어머니께서는 갓난아이를 키우듯 하루 종일 그 아이 곁에서 모든 정 성을 쏟으셨습니다. 어느 날 밤 방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자그마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형!” 제가 고개 를 돌렸을 때 그 아이는 제 옆에 와 있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순간 짜증이 났고, 어머니를 불렀습니다. 잠시 후 어머니께서 그 아이를 데리고 나 가셨지만, 제 마음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미움과 짜증으 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밤새 그 아이가 받..

세대간 소통 2024.05.18

누룩 | 라파엘라, 교사가 되다

라파엘라, 교사가 되다  찬미예수님! 범일성당 초등부 주일학교 교사 허수진 라파엘라입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교사회 활동을 하며 느낀 감사함과 받은 사랑을 교구민들과 함께 나 누고 싶다는 생각에 이 글을 씁니다. 주변에서 하느님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저는 고등학 교에서 우연한 기회로 세례를 받게 되었습니다. 당시 만 해도 어린 마음에 친구들이랑 노는 것이 좋아 주일 학교에 열심히 다녔습니다. 주일학교를 졸업하고 나 서는 조용히 신앙생활을 하는 신자가 되고 싶었습니 다만 코로나로 정체되었던 주일학교가 은총시장과 함 께 되살아나면서 중고등부 교무 선생님과 신부님, 그 리고 분과장님의 요청으로 교사회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3년 전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면 “얘가 교사를 한다 고?”라는 말을 들을 정도..

세대간 소통 2024.05.04

누룩 | 나를 찾아오신 때

나를 찾아오신 때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의 멸망을 예고하며 우셨다. 그 때 예루살렘을 향하여 단호하게 말씀하신다. “네 안에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있지 않게 만들어 버릴 것 이다. 하느님께서 너를 찾아오신 때를 네가 알지 못하 였기 때문이다.”(루카 19,44) ‘너를 찾아오신 때를 네가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라는 말씀을 읽으며 나는 두려 움을 느꼈다. 주님께서는 분명 나에게도 가끔, 혹은 자 주 찾아오셨을 것이다. 그분께서 나를 찾아오셨는데 내가 알지 못했던 때는 언제였을까. 이른 새벽, 맑은 정신으로 눈을 뜨게 되면 그것은 주 님께서 나를 부르시는 것이라고 했다. 묵상하기 좋고 기도하기 좋은 고요한 시간, 이불 속에 누워서 쓸데없 는 잡념으로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말았다면 주님께 서 나를 찾아오..

세대간 소통 2024.04.27

누룩 | “평화가 너희와 함께!”

“평화가 너희와 함께!” ‘지란지교’라 하면, 늘 유안진 시인의 시가 생각납니 다. “…이야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 지 않는 친구…”가 곧, 지란지교를 나누는 벗이지요. 가족이나 친지일지라도, 마음속 생각을 드러내어 이 야기를 나누기가 쉽지 않은 세상입니다. ‘말이 날까’ 두 려워서입니다. 상대방을 믿고 나눈, 속 깊은 대화가 돌 고 돌아 다른 사람에게서 듣게 되는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 같습니다.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게 세 상 사는 모습인가 봅니다. 수년 전 이야기입니다. 사월 중순 즈음에 한 학생이 면담을 신청해 왔습니다. ‘말이 날까’ 두려워 가족에게 조차 말할 용기를 내지 못하던 차에 저를 찾아온 것입 니다. 믿고 상담하러 와 준 것만 해도 고마웠습니다. 여러 날 학생..

세대간 소통 2024.04.13

누룩 | 나의 행복 리스트

나의 행복 리스트 청·청·해(청소년·청년의 해)의 목표가 쉬워서 한 번 에 외워졌다. “하느님 안에서 청소년과 청년이 행복을 느끼는 것” 8년 동안 성당을 다니며 행복을 느꼈던 기 억과 본당 공동체에서 받은 사랑을 알리고 싶다는 생 각에 쓰게 되었다. 1. 스물한 살, 비신자였던 내 고민을 진심으로 경청 해주고 함께 고민해 준 신부님. 2. 그냥 이유 없이 반갑다며 10m 전부터 손 흔들고, 손잡아 준 수녀님. 3. 언젠가 내가 세례를 받을 때 대모를 서주겠다며 웃었던 오빠,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이라면 전부 응 원하고 믿어주는 항상 내 편인 대모님. 4. 궁금한 것이 많았던 나의 질문을 다 받아주고, 오 르간도 가르쳐 준 오빠. 5. 몸이 아파 힘들어할 때 따스하게 안수해 준 신부 님과 기도해준 청년들...

세대간 소통 2024.04.06

누룩 | 무덤을 허물고 일어나

무덤을 허물고 일어나 세례받은 지 50년이 다 돼가니 그만큼의 부활을 보 냈을 겁니다. 어릴 땐 달걀주는 부활절이 명절 같아 좋 았습니다. 한때는 부활 사건을 의심한 적도 있었습니 다. 흰머리가 생길 때쯤에서야 십자가의 희생과 예수 님 부활을 통해 우리도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부활의 신비를 조금씩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부활의 기쁨을 간직한 주님의 백성으로 살기보다 세상일에 바쁜척하 며 예수님 주변을 서성이는 ‘부활구경꾼’으로 살아온 시간이 훨씬 많았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사순절을 맞이하며 신약성경 필사를 시작했습 니다. 예수님을 조금이라도 내 몸 가까이 느껴보고 싶 었습니다. 눈으로만 읽을 때보다 말씀이 내게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것 같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쓴 날과 안 쓴 날의 차이가 ..

세대간 소통 2024.03.30

누룩 | 뿌리 찾기와 순교자

뿌리 찾기와 순교자 족보는 시조부터 편찬 당대까지의 계보를 기록한 가 계기록(家系記錄)을 통칭한다. 특히 조선시대 족보는 양반 계급의 우월한 사회적 지위를 잘 드러내고 공고 하게 만드는 문화적 상징물이다. 당대 양반들이 족보 출간에 소비한 종이는 인구 1인당 세계 최고인데, 바 로 족보가 갖는 이러한 함의(含意) 때문이다. 이처럼 양반들이 족보를 편찬 간행하는 일은 자신들의 정체 성을 확립해 나가는 주요한 방법 가운데 하나였다. 성씨와 계보에 대한 지식은 보학(譜學)이라 불렸다. 이는 당대 양반이 그들의 지위에 걸맞게 처신하기 위 해서는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상식이었다. 오늘날 성 씨와 본관에 관한 지식이 전통문화의 중요한 일부로 인식되는 것 또한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므로 현재 일반인들에게도 자신들..

세대간 소통 2024.03.16

누룩 | 참 삶의 길

참 삶의 길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이 지혜를 가르쳐 주지만, 힘겹지만 진정한 체험을 지속하다보면 영적인 성장이 일어나서 어떠한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꿋꿋이 나아갈 수 있다.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한 사람의 스토리가 있다. 그는 조직 폭력배와 마약쟁이라는 어둠의 삶을 박차고 일어 나 진정한 빛을 발견했다. 풀 한 포기 없는 척박한 땅이 었지만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난 후 생명의 꽃이 피어 나는 느낌을 그에게서 받는다. 하요한과의 인연은 20년 전 그의 아들의 정신과 진 료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잘 몰랐으나 시간 이 지나면서 파란만장한 그의 삶을 알게 되었다. 그는 13살 때 가출하여 소매치기로 소년원을 전전했고, 성 인이 되자 시외버스터미널을 관리하는 깡패조직에 들 어가 각목과 쇠 파이프를 휘두..

세대간 소통 2024.03.09

누룩 | 나에게 새로운 삶을 주신 분

나에게 새로운 삶을 주신 분 고등학교 3학년 때 주님의 부르심으로 성당에 오게 된 저는 매주 꿀 같은 주말 아침잠을 주님께 봉헌하여 기쁘디기쁜 부활절 밤에 세례를 받았습니다. 수험생활 중 매주 성당에 나갈 수는 없었지만, 틈틈이 아침·저녁 기도와 묵주기도를 바치며 주님과 대화하고 그분 안에 서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끝없는 터널 같았던 수험생활을 마치며 신앙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었던 저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품고 청년회에 들어갔습니다. 또래의 청년들과 서로의 신앙 을 나누고 다양한 행사를 통해 예수님을 알아가는 삶 은 말라붙었던 제 마음을 다시 따스하게 적셔주었습니 다. 하지만 스무 살이 된 청년에게 속세의 유혹은 성당 의 즐거움보다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게다가 힘든 일 들도..

세대간 소통 2024.03.02

누룩 | 일상 속 작은 실천

일상 속 작은 실천 올해 일곱 살이 된 제 아이가 아주 어릴 적, 모기에 물려 심하게 붓거나 피부 트러블로 힘들어할 때 도움 이 되는 게 뭘까 생각하다가 천연화장품과 비누 만들 기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로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하며 계속하고 있는 ‘천연화장품과 비누 만들기’ 는 자기개발은 물론 마음의 힐링까지 책임지고 있습 니다. 처음에는 만들어 쓰는 것이 재미있고 피부에 좀 더 좋겠지라는 단순한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점점 더워지는 날씨, 이상기온과 홍수와 태풍 등 지구는 지 속적으로 힘듦을 표현했고 기후 위기에 대한 고민이 더해졌습니다. 내 아이는 물론 우리가 함께 살아 나갈 지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공부하는 시간이 이어지던 중, 제로웨이스트를 통해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

세대간 소통 2024.02.24

누룩 | 신비롭게 연결되어 있는 인간의 몸처럼

신비롭게 연결되어 있는 인간의 몸처럼 어린 시절 오빠를 따라 공놀이, 달리기 등 활동적인 운동을 좋아했던 저는 발목을 자주 접질렸습니다. 어 머니께서는 다친 저를 한의원에 데리고 가 침을 맞게 하셨습니다. 어린 저는 발목이 아픈데 팔과 머리에 침 을 놓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사람의 몸은 다 연결되 어 있다는 한의사의 말도 신기한 동화처럼 들렸습니다. 이후 성인이 되어 부산선택주말 봉사자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또래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웃고 우는 청년들을 바라보며 이 또한 대단하다는 느 낌이 들었습니다. 생면부지인 사람들이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그 이야기에 진심으 로 공감하고 경청하는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마치 하 느님께서 사람의 몸을 신비롭게 연결해 놓은 것처럼 당신 ..

세대간 소통 2024.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