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새로운 삶을 주신 분
고등학교 3학년 때 주님의 부르심으로 성당에 오게 된 저는 매주 꿀 같은 주말 아침잠을 주님께 봉헌하여 기쁘디기쁜 부활절 밤에 세례를 받았습니다. 수험생활 중 매주 성당에 나갈 수는 없었지만, 틈틈이 아침·저녁 기도와 묵주기도를 바치며 주님과 대화하고 그분 안에 서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끝없는 터널 같았던 수험생활을 마치며 신앙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었던 저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품고 청년회에 들어갔습니다. 또래의 청년들과 서로의 신앙 을 나누고 다양한 행사를 통해 예수님을 알아가는 삶 은 말라붙었던 제 마음을 다시 따스하게 적셔주었습니 다. 하지만 스무 살이 된 청년에게 속세의 유혹은 성당 의 즐거움보다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게다가 힘든 일 들도 겹치면서 ‘주님께서 계시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 었습니다. 점점 주님으로부터 멀어졌고, 성당을 빠진 다는 양심의 가책은 갈수록 무뎌지다 결국 냉담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음성을 다시 듣고 성당에 나가기 시작한 것은 우연히도 사순 시기였습니다. 부산가톨릭평화방송에 서 주님과 교회 공동체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는 청년 들의 음성은 한동안 잊고 있었던 저의 짧은 신앙생활 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함께 희로애락을 나누고 서로 의 상처를 포근히 감싸주었던 그때의 시간을 주님께서 방송을 통해 저에게 일깨워 주신 것 같았습니다.
주님은 자비로이 돌아온 탕자를 품어주셨습니다. 그 렇지만 저는 긴 냉담 기간의 부끄러움과 죄책감으로 십자가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미사 순서를 헷갈릴 때나 기도문을 겨우 외울 때마다 마음은 괴로 움으로 가득 찼고 얼굴은 수치심으로 벌게졌습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주님은 제게 “보아라, 내가 선택한 나의 종 내가 사랑하는 이, 내 마음에 드는 이다.”(마태 12,18)라고 말씀해 주시며 저에게 넘치는 사랑을 주시 고 붙잡아주셨습니다.
저는 주님의 품 안에서 다시 태어났습니다. 예전에 는 보지 못했던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느끼고 만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주님이 그려놓으신 청사진이라고 생각하며 인 내하고 성모님처럼 그분의 뜻을 곰곰이 생각해 보려 고 합니다. 삶이란 길을 걷다 보면 주님께서 정말 나의 짐을 함께 들어주고 계시는지, 나의 기도를 듣고 계시 는지 의구심이 들며 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너는 나를 보고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라는 주님의 말씀처럼 주님께 대 한 믿음을 굳건히 가지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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