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청소년특집 | 멋지게 자라는 중

松竹/김철이 2024. 2. 27. 16:02

멋지게 자라는 중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떤 생각이 자꾸만 떠올라 불안함을 느껴본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대다수의 사 람은 잠깐 불안해하다가도 곧 그 생각이 사라져 다시 불안하지 않은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어떤 사 람들은 불안을 유발하는 생각이나 이미지, 충동이 머 릿속을 떠나지 않아 괴로워합니다. 본인의 의지와 상 관없이 특정 생각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강박적 사 고’와 불안을 없애기 위해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강 박 행동’을 특징으로 하는 정신 질환을 강박증이라고 합니다. 강박증은 평생 유병률이 약 2~3% 정도 되는 흔한 병으로, 소아와 청소년에게도 드물지 않게 나타 납니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정상적으로 활 동할 수 있게 되지만, 치료 과정이 결코 녹록한 것은 아닙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툭툭 던지는 오해의 말 이 치료에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강박증을 포함한 모 든 정신 질환은 치료와 도움이 필요한 문제이지, 의지 가 부족하거나 정신력이 약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닙 니다.

 

캐나다의 작가 테레사 토튼이 쓴 청소년 소설 ≪13 층의 슈퍼 히어로≫는 열다섯 살 소년 애덤이 강박증 을 치료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애덤은 ‘정화 의식’을 치르지 않으면 자신과 가족, 이웃에게 나쁜 일 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시달립니다. 불안을 느낄 때면 머릿속으로 소수(素數)를 외우거나 손가락으 로 원을 그리고 발을 구릅니다. 이제 됐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반복하는 것이 애덤의 정화 의식입니다. 정 화 의식을 치르는 자신이 수치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 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게 사랑하는 주변인들을 지 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던 애덤은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주치의 선생님이 지도하는 청소년 강박증 지원 모임에 참여합니다. 그곳에서 강박증이 있는 다른 친 구들을 만나게 되지요. 건강 염려증, 식이장애, 폐소 공포증 등 각기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은 서로 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줍니다. 치료를 위한 아주 작은 노력에도 가장 큰 박수를 쳐줄 수 있는 친구들 덕분에 애덤은 자기도 모르는 새 조금씩 마음의 힘을 쌓아갑 니다. 치료 과정이 늘 순탄하지는 않습니다.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 생각하면 다시 세 발짝 뒷걸음질하 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지치고 힘든 애덤에게 다정한 이웃 폴란스키 부인은 말합니다. “힘든 일은 금방 지 나갈 거야, 애덤. 멋지게 자라는 건 정말 힘든 일이란 다.”(314쪽)

 

강박증이 있는 청소년은 남들보다 조금 더 힘든 성 장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나를 힘들게 하고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이 증상이 대체 언제 끝날 지, 끝나기는 할지 답답하고 두려울 겁니다. 외롭기 도 하고요. 그 사고와 행동을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 해도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고 기다려주는 사람이 청 소년의 곁에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조금 더 힘내 서 전문가와 치료 과정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마다의 아픔을 안고 성장하는 청소년들 이 용기 내어 오늘도 작은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기 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