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말씀의 이삭 | 저는 찬양 사도입니다

松竹/김철이 2024. 3. 5. 10:00

저는 찬양 사도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2010년은 제게 참 특별하고 소중한 것들을 많이 허락해 주신 해였던 것 같습니다. 늦은 나이 에 전역해서 ‘어떻게 다시 활동을 시작할 수 있을까? 무엇 을 해야 하지?’라는 의문으로 가득 차 두렵기만 하던 때, 육군 훈련소에 근무하시던 신부님께서 저를 매주 있던 세 례식과 주일 미사의 찬양 봉사자로 불러 주셨습니다. 지 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찬양 사도로서 저를 있게 한 출 발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남자들만 있는 곳에 내가 가면 좋아할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제게 맡겨진 일에 최선 을 다하며 열심히 찬양했습니다. 1000여 명이 넘는 훈련 병들 앞에서 남자인 제가 혼자 성가 연습을 시키고 묵상 곡을 나눈다는 것. 지금 생각해 봐도 떨리는 시작이었습 니다. 하지만 함께하는 훈련병들의 큰 성가 소리와 언제 나 반갑게 맞이해 주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서 그 떨림은 조금씩 큰 기쁨과 기다림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또한 묵상곡 노랫말을 조그마한 수첩에 적어 와서 그 뜻을 물어보는 훈련병들도 생기기 시작했고, 더 나아가 다른 부대 성당으로 찬양을 갔을 때 “훈련병 때 형의 성가 를 듣고 힘을 받고 용기를 내었어요.”라고 이야기해 주는 소중한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신부님께서 “성가를 알고 불러야 해.”라고 말씀하시며 신학 공부를 제안하셔서 가톨릭교리신학원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까지, 게다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서 공부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공부 를 하면서 읽은 책과 강의의 내용들이 조금씩 귀에 들어 오면서 그리스도인으로서 필요한 지혜를 배우는 기쁨과 나 자신이 많은 은총을 받고 있다는 깨달음에 행복한 시 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전에는 단지 멋있는 노래를 부르면서 나 자신이 돋보이고 싶었다 면 이제는 그것들을 내려놓고 ‘노래’가 아닌 ‘찬양’으로 노 랫말을 한 번 더 묵상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나눌 수 있 게 변화되어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밤 늦은 시각 에 미사 성가 봉사를 마치고 정리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저 뒤에서 허리가 굽으신 할머니 한 분이 다가오셔서 “감 사합니다.”라며 두 손을 꼭 잡아주셨습니다.이러한 소중 한 체험들을 마음에 꼭 담아 두고 늘 겸손한 마음으로 찬 양 사도로서 길을 걷고 있습니다. 흔히 찬양 사도의 삶은 ‘배고픈’ 길이라고 합니다.하지만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 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이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왜?’라는 의문을 ‘아!’라는 감탄사로 바꾸어 주신 하느 님께 감사드리며 저에게 허락해 주신 소중한 찬양으로 누 군가에게 힘과 위로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