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관사|씨앗과 다이어리 8집 중에서(화숲동인) 철도관사 松竹 김철이 육십 년 전 생애 추억이 서려 있는 곳, 철조망 담장 밖 개나리 노란 미소가 길섶에 줄을 잇고 적산가옥 앞마당 한쪽에 황백색 감꽃이 똬리를 튼다네 빨갛게 영근 앵두 몇 알의 유혹이 창 안 동심을 불러내고 고사리손 뻗어 한 주먹 움켜쥐니 손 안 가득 초여름이 뛰.. 작품 발표작 2020.04.08
운문사 엘레지/씨앗과 다이어리 8집 중에서(화숲동인) 운문사 엘레지 松竹 김철이 인적 드문 운문사 가을은 화려한데 경내 떠도는 여승의 외로운 한숨 소리 속세의 그리운 임 잊을 길이 없어서 법당 촛불 밝혀 홀로 흐느낄 적에 산새도 들새도 슬피 따라, 울었지 감정 없는 운문사 쇠북 울음에 비구니 더욱 서럽다. 산길 따라 몇 백 리 숲길 거.. 작품 발표작 2020.04.01
무명(無名)/씨앗과 다이어리 8집 중에서(화숲동인) 무명(無名) 松竹 김철이 한 시절 푸르던 양귀비 꽃잎은 가는 시절 부여잡고 울지만 화려하지 못한 외모 때문에 끝이 없는 세상 시련 가슴에 품었던 솔잎은 사계(四季)를 웃더라 낙엽에 불 질러 아픈 상처 태우려 하니 상처는 더더욱 아프다 피를 토하고 돌아본 황령산은 못 본 척 한마디 .. 작품 발표작 2020.03.24
된장찌개/씨앗과 다이어리 8집 중에서(화숲동인) 된장찌개 松竹 김철이 오랜 민족의 역사를 풀어나가듯이 된장 한 덩어리 풀어 물 한 바가지 정성을 담고 보글보글 뚝배기 읊어가는 옛 추억을 듣는다. 몇 백 년 지기 죽마고우 고추장 손목 잡고 달아오르는 뚝배기 물속에 한 때 온천욕 즐기려니 눈치 없는 마른 멸치 몇 마리 물에 떠서 비.. 작품 발표작 2020.03.12
꿈결/씨앗과 다이어리 8집 중에서(화숲동인) 꿈결 松竹 김철이 온 공일 새벽 댓바람 낚싯대 다래끼 양어깨 둘러메고 아버지 낚시를, 가신다. 부스스 눈 비비는 둘째 아들 머리 한 번 쓰다듬고 바늘구멍 황소바람 빠져나가듯 안방 문턱을 넘어서신다. 방문 틈 사이 몰래 숨어드는 동지섣달 찬바람에 자리끼 살얼음 얼고 아버지 잽싼 .. 작품 발표작 2020.03.07
옹달샘/씨앗과 다이어리 8집 중에서(화숲동인) 옹달샘 松竹 김철이 조그만 손거울 숲속에 감춰 놓고 먼 하늘 단숨에 내려와 큰 얼굴 큰 모습 비쳐 본다. 산속에 숨겨놓은 작은 물거울 모두 잠든 밤사이 달도 별도 가끔 몰래 내려와 들여다보고 간다. 작품 발표작 2020.02.28
빙점(氷點)/씨앗과 다이어리 8집 중에서(화숲동인) 빙점(氷點) 松竹 김철이 인생살이 다 그런 거지 뭐, 말 몇 마디로 치부해버리면 마음 상하지 않을 것을… 정녕 버리지 못한 아쉬움이 목을 조이니 통 숨을 쉴 수가 없다. 마냥 개똥밭에 뒹굴어도 저승보다 이승이 낫다지만, 여우 머리로 살 것인지 호랑이 꼬리로 살 것인지 결정권조차 없.. 작품 발표작 2020.02.19
한가위/우리가 비 그대는 時 6집 중에서(화숲동인) 한가위 松竹 김철이 사연 많은 청솔가지 푸르름 끝에 오랜 기다림에 지친 초승달 모시조개처럼 빚어 매달아 놓고 열사흘부스럼 앓듯 고롱고롱 먹물 빛 야밤을 홀로 앓던 못난 그리움을 열나흘 밤 속설 탓에 짧은 밤 길게 새던 철부지 걱정 사발에 담아 밀쳐두고 못다 푼 열한 달의 한풀이.. 작품 발표작 2019.10.11
전설 따라 삼천리/우리가 비 그대는 時 6집 중에서(화숲동인) 전설 따라 삼천리 松竹 김철이 시절은 아직 차가운데 할 일 많은 봄 들녘 서성이던 실바람 서슬 시퍼런 동장군 칼춤이 두려워 언 하늘이랑 속 깊이 잠자던 일비 몇 오라기 흔들어 깨워 완도의 외로운 해변 언저리 동백꽃 꽃 마음을 심더라 매미 울음들 들리지 않는데 사지가 축 늘어진 나.. 작품 발표작 2019.10.08
고목/우리가 비 그대는 時 6집 중에서(화숲동인) 고목 松竹 김철이 고목은 결코 시들지 않는다 다만 꽃을 피우지 못할 뿐이지 아직 눈 들뜬 들녘 실바람 조심스레 불어와 가루비 곱게 뿌려놓으니 물 덜 오른 나뭇가지 가지마다 싹트게 하고 눈부시도록 화려한 꽃 피워도 건넌방 할미의 서글픈 심정이다 오뉴월 문틈으로 문바람 몰래 불.. 작품 발표작 2019.10.03
부표(浮漂)우리가 비 그대는 時 6집 중에서(화숲동인) 부표(浮漂) 松竹 김철이 인생은 걸작을 소망하며 살지만 죄다 졸작의 인생을 산다. 북녘에서 부는 바람 몇 점 비구름을 몰고 올 테지 부피도 무게도 알지 못하면서 비구름 갈 길 예측하더라. 들판에 퍼질러 앉아 못 부르는 노래 목청 높여 불러대지만 누구 하나 들어주는 이 없구나. 한평.. 작품 발표작 2019.09.30
가을 풍광/우리가 비 그대는 時 6집 중에서(화숲동인) 가을 풍광 松竹 김철이 높다란 하늘 아래 전쟁이 터진 듯이 시절 향한 선전포고로 한순간 공습경보도 없이 포격 지점을 찾았는지 고추잠자리 편대의 저공비행이 한참이고 겁에 질린 실베짱이 죄 없는 엉덩이만 하늘로 치솟더라 비 내리고 햇살 내려준 은혜가 어딘데 그 은공도 잊은 채 .. 작품 발표작 2019.09.28
바다처럼/우리가 비 그대는 時 6집 중에서(화숲동인) 바다처럼 松竹 김철이 시끌벅적 하루가 시끄럽다. 하늘과 바다가 멀리 맞닿는 곳에 예상하지 못할 하루의 약속이 조곤조곤 맺혀가고 갈매기 토해 내는 울음이 갈 길 바쁜 통통선 물길을 잠시 멈추게 하듯 겹겹이 돋아나 봄을 피우는 개나리 영혼처럼 따뜻한 바다가 되려네 가슴에 묻은 .. 작품 발표작 2019.09.25
가을 로맨스/우리가 비 그대는 時 6집 중에서(화숲동인) 가을 로맨스 松竹 김철이 어느 계절 어느 벌판에서 놀던 놈팽이 바람일까 한 줄기 건들바람이 건들건들 불어와 푸르던 잎새 마음을 흔드니 어느 사이 계절 안방에 앉은 단풍잎 붉으레 물이 든다 시절은 세월 열차에 올라 무형의 레일을 타고 앞만 보며 달리는데 어느 임의 품에 쉬던 가루.. 작품 발표작 2019.09.23
가을의 심로/우리가 비 그대는 時 6집 중에서(화숲동인) 가을의 심로 松竹 김철이 봄이 흐르던 시절 다산왕 가슴이 되어 가지마다 잎새와의 모자간 정을 쌓으며 조곤조곤 희로애락 영글더니 어느새 가지엔 이별이 치렁치렁 달린다. 아쉽다. 아직 못다 한 모자간 이야기가 허황한 길섶을 서성이는데 시절은 슬하에 시집보낼 딸을 둔 친정어머니.. 작품 발표작 2019.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