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향기/꾼 중에서 고향의 향기 - 松竹/김철이 - 첫돌 박이 아기마냥 동편마루 소롯이 걸터앉아 발그레 웃으며 서편마루 향해 붉은 혀 내밀어 놀리는 듯 하루를 시작한다 온 마을 시끄럽게 울어 깨우는 어느 집 첫닭 회치는 소리 담장 따라 줄타기하듯 아슬아슬 오르는 연한 잉크빛 나팔꽃 수줍은 몸짓 다하여 아침을 알.. 개인♡시집 2011.03.29
바람꽃/꾼 중에서 바람꽃 - 松竹/김철이 - 추운 한 계절 산기슭 골짜기 희게 피던 눈꽃 아직 시들지 않았고 시린 한 시절 빈 나뭇가지마다 희게 차던 눈바람 아직 남아있건만 겨우내 추워 떨며 깊은 땅속 흙 알갱이 움켜쥐고 동면하던 고집 센 연초록 작은 잎새 그리 크지 않은 잎눈 크게 뜨고 노란빛 봄뜰 우러러 핀다 강.. 개인♡시집 2011.03.24
동강은 말이 없다/꾼 중에서 동강은 말이 없다 - 松竹/김철이 - 숱한 사연의 불씨에 깃털은 타서 까만 재가 되고 날개는 타서 하얀 눈이 내렸는가… 먹이 찾는 백갈매기 울어 울어도 말라버린 눈물은 흐르질 않고 이미 옛모습 찾을 길 없는 강물은 우락부락 그늘빛 무서운 눈망울을 부라린다 봄이 오면 유채꽃 널부러지게 피어 만.. 개인♡시집 2011.03.23
구름국화/꾼 중에서 구름국화 - 松竹 /김철이 - 하늘을 오르지 못한 소망을 이루려 피는 꽃의 넋이라도 되는 듯 사계절 추워 떨면서도 하늘 가까운 백두산 연봉을 홀로 찾는다. 오르지 못할 헛된 꿈인 것을 능히 알기에 미련 다 버리고 늘, 공평하게 흐르는 바다라도 찾으려나 마른잎 비늘로 피고 진다 사계 추운 고산에 피.. 개인♡시집 2011.03.17
초우(虞祭)/꾼 중에서 초우(虞祭) - 松竹/김철이 - 인생 백 년을 산다 한들 병든 날과 힘든 날, 고된 날과 슬픈 날을 다 제하면 단 십 년도 못산다 하였거늘 살 주시고 뼈 주셨던 우리 부모 살아생전 효도를 불효화 하고 불효를 효도화 하였더니 당신들 다 가신 오늘에야 땅을 치며 후회한들 무슨 소용 있으리오 살아생전 생신.. 개인♡시집 2011.03.16
검은 딱새/꾼 중에서 검은 딱새 - 松竹 /김철이 - 아침에 첫 손님을 부르는 까만 연미복 까치도 아니면서 평생 닮은 모습 닮은꼴 생을 살아야 할 작은 몸짓 큰 울음을 운다 검정 꼬리 회색빛 큰 무늬 날갯짓도 곱게 강남 갔던 제비도 아니건만 춘삼월 온 대지위에 날아든다 나그네 외로운 삶이 싫어서일까 사계절 텃세 부리.. 개인♡시집 2011.03.15
모닝커피/꾼 중에서 모닝커피 - 松竹/김철이 = 양귀비 화려한 꽃잎 하루의 숱한 인고와 시련을 아는 듯 아침 햇살 무수히 부서져 내리는 사연을 삼키고 역사 속 그림자로 필 무렵 동창 활짝 열어 쏟아져 내리는 아침을 맞아 내 생의 벗으로 초대하여 하루를 함께 울고 순간을 함께 웃는다 하루를 동반할 시련들의 무게는 어.. 개인♡시집 2011.03.11
오징어/꾼 중에서 오징어 - 松竹 / 김철이 팔도강산 유람 못한 한이라도 맺힌 것일까… 다섯 쌍 열 개의 발로 뛰고 걷다가 찻길조차 끊겨버린 울릉도 앞바다 도달하여 검푸른 파도 위에 연습 없이 뛰어든다 칼날처럼 서설도 시퍼런 파도에 부닥친 탓인가 삼각형 몸도 제 빠르게 온 바다 휘젓다가 물결 위에 실려가는 뱃.. 개인♡시집 2011.03.09
이슬/꾼 중에서 이슬 - 松竹 / 김철이 정든 고향 향한 물방울의 그리움이 되어 나팔꽃 새하얀 속살 위에 살포시 주저앉아 세상 하루의 무게를 머금어 실눈 뜬 풀잎을 흔들어 깨운다 동틀 무렵 원의 역사를 기록이라도 하려는 듯 흰 나리꽃 옅은 꽃망울 조심스레 간지렵혀 활짝 웃는 꽃 웃음을 터뜨려 놓는다 해는 밝았.. 개인♡시집 2011.03.08
연화(蓮花)/꾼 중에서 연화(蓮花) - 松竹 /김철이 - 용왕의 부르심으로 물에 피는가… 민물고기도 아니면서 민물에 태어나 민물에 사는 여러 해 물이 좋아 물에 피는 흰 줄기 붉은 수초 진흙 속에 진주라 하던가… 아기도 아니면서 길고 가늘게 기는데 백옥같은 긴 줄기 깃에 한 송이 흰 꽃으로 피는 그리운 부초 원형 잎새도 .. 개인♡시집 2011.03.07
안개꽃 (꾼 중에서) 안개꽃 - 松竹 /김철이 - 뙤약볕 더운 모정의 젖줄을 오목한 입에 물어 앙증맞은 흰 꽃으로 무리지어 피더니 보일듯 보일듯 잘 보이지 않는 소박한 소망으로 늦가을 화려한 들녘에 진다 이 세상 여러 해 살고파 피었지만 대자연 순리따라 작은 꽃잎 뽀족히 내밀어 한 해 살이 짧은 일생을 접는다 온 유.. 개인♡시집 2010.06.24
달구지 (꾼 중에서) 달구지 - 松竹 /김철이 - 욕심 많은 양귀비 붉은 꽃잎은 꽃잎에 맺힌 이슬 줄지어 세워놓고 밝으래 떠오르는 햇살 벗을 삼아 총칼도 없이 어두운 밤을 천천히 물리칠 쯤 하는 일 없이 괜히 마음만 바쁜 외양간 황소는 식사도 채 다하지 못한 듯 온 종일 느린 동작으로 되새김질 하고 눈치도 없는 주인은 .. 개인♡시집 2010.06.22
에밀레종 (꾼 중에서) 에밀레종 - 松竹 / 김철이 - 거대한 일천년 역사 위에 오롯이 올려놓을 고도 신라의 소리를 일구기 위해 숱한 땀과 피를 쏟아왔던 콧대 높은 신라인들 나라와 민족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백성 숱한 희생 속에서도 이룰 수 없었던 34년 긴 세월 부질없고 소용없는 헛된 꿈이 어느 누구의 생각인지 어느 .. 개인♡시집 2010.06.21
고향길 (꾼 중에서) 고향길 - 松竹 /김철이 - 아침이슬 눈부벼 하루를 열 때 종다리 노랫소리 더 높아 우지지는데 철부지 개구쟁이 아이들 추위도 잃었는지 고함소리 하늘을 찌른다 겨우내 움츠리던 수양버들 얼음 풀려 흐르는 샛강에 초록빛 머리를 감고 진달래 붉은 꽃잎은 한 잎 두 잎 야산을 덮는다 덜컹대는 달구지 .. 개인♡시집 2010.06.15
고향집 (꾼 중에서) 고향집 - 松竹 /김철이 - 앞마당 양귀비 화사한 꽃삼지 어제에 이어 또 다른 오늘을 기약하며 하루의 동창을 열어 밝히는데 아침밥 지으시는 어머니 정성은 온 집안 가득 찬다 아궁이 속 장작은 태워 사라질 혼신을 태우고 활활 타는 불길은 도공의 가슴이 되어 더욱 뜨거운데 깊은 속마음 모르는 복실.. 개인♡시집 2010.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