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우(虞祭)
- 松竹/김철이 -
인생 백 년을 산다 한들
병든 날과 힘든 날,
고된 날과 슬픈 날을 다 제하면
단 십 년도 못산다 하였거늘
살 주시고 뼈 주셨던 우리 부모
살아생전 효도를 불효화 하고
불효를 효도화 하였더니
당신들 다 가신 오늘에야
땅을 치며 후회한들
무슨 소용 있으리오
살아생전 생신상 한번 변변히 차려 드리지 못했으니
당신들 오신 날엔 기억 속 비가 내리고
당신들 가신 날엔 가슴속 눈이 내려서
오신 날 못 차렸던 상 섭섭다 여기지 마시고
가신 날 조촐한 상 차렸으니
천 리인지 만 리인지 알 수는 없사오나
먼 길 떠나시다 힘겹지 않으시게
차린 것 없사오나 많이 드시고 가소서…
살아생전 올리지 못한 불효자식 술잔
당신들 가신 첫날에야 눈물로써 올리오니
이승 미련 다 버리고 저승 영복 고이 찾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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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우(虞祭)
: 사람이 죽어 당일 지내는 제사의 존칭이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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