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보러 산에 오르는가
정광철 마르첼리노 신부님(조촌동성당)
우리는 무엇을 보러 산에 오르고 있나요?
“자 보라, 어둠이 땅을 덮 고 암흑이 겨레들을 덮으리 라. 그러나 네 위에는 주님 께서 떠오르시고, 그분의 영광이 네 위에 나타나리라. 민족들이 너의 빛을 향하여, 임금들이 떠오르는 너의 광명을 향하여 오리라.”(이사 60,2-3)
그 빛은 강렬하지도, 뜨겁지도 않습니다. 너무 밝아 쳐다보지도 못하고 피할 수밖에 없는 그런 강한 빛이 아닙니다. 어두운 밤을 걷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끝 까지 우리 앞에서 가고, 우리 위에서 함께하며, 우리 뒤에서 지켜주는 작은 별빛일 뿐입니다. 이 세대를 뭐 라 말할까요. 어둠이 땅을 덮고, 암흑이 겨레들을 덮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이 어두운 세상에, 작은 별이 우리 앞에 우리 위에 우리 뒤에 그리고 우리 를 통하여 빛나고 있습니다. 그 작은 별이 모든 민족을 곧은길로 인도합니다.
“동방에서 본 별이 그들을 앞서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 …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 어 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 하였다. 또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마태 2,9-11)
유다인도 아니고 그 어떤 지도자도 아니고 임금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머나먼 동방의 박사들이 그 작 은 별빛을 따라 그들보다 먼저 아기 예수님을 찾아옵 니다.
아기 예수님-그리스도-메시아-임금님을 위한 세상 의 가장 귀한 선물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들고 옵니 다. 그러면 우리는, 작은 별을 보고 찾아온 이 아름다 운 길에 어떤 마음을 지녔는지. 또한, 무엇을 보려고 이 아름다운 산에 오르게 되었는지 묻습니다.
우리는 구원을 보러 모였습니다.
아기 예수님 - 그리스도 - 메시아 - 임금님을 만나러 모였습니다. 우리와 함께하시려, 가장 나약하고 가난해 지신 분을 만나보러 모여왔습니다. 우리 사랑을 기꺼 이 받으시려고 칼과 창도 방패와 갑옷도 걸치지 않은 벌거벗은 아기 예수님, 당신을 안아달라고 팔을 벌리시 고 우리를 바라보시는 아기 예수님을 얼싸안아드리고 얼러드리려 모여왔습니다. 하느님의 어린양을 보러 온 우리는, 기쁜 빛으로 가득하고, 우리 마음은 두근거리 며 벅차오릅니다. 이 마음이 우리가 드리는 황금과 유 황과 몰약입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위하여 나에게 주신 은총의 직무를 여러분은 들었을 줄 압니다. … 곧 다른 민족들 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복음을 통하여, 공동 상속 자가 되고 한 몸의 지체가 되며 약속의 공동 수혜자가 된다는 것입니다.”(에페 3,2.6)
우리는 빛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위에 주님의 영 광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빛나 는 사람들이 아니라 빛인 주님으로 빛나는 사람들입 니다.
그분을 따라 우리도 어둠과 죽음의 골짜기를 걷는 누군가에게 태양은 못되더라도 평화의 작은 빛이라도 되어 주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사제의 공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희망의 순례자가 되자! | 김대건 베드로 신부님(대전가톨릭대학교 사무처장) (3) | 2025.01.05 |
---|---|
“엎드려 경배하였다.” | 노우재 미카엘 신부님(서동성당 주임) (0) | 2025.01.04 |
“가정은 가장 중요한 기초 공동체” | 윤정엽 세례자 요한 신부님(휴천동 본당 주임) (0) | 2024.12.30 |
신비를 바라보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랑 | 윤웅렬 하상바오로 신부님(등촌1동성당 부주임) (0) | 2024.12.29 |
청(소)년들을 향한 그리스도의 교회의 변함없는 사랑 | 박상일 대건 안드레아 신부님(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수원교구대회 준비위원회 부국장) (0) | 2024.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