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엎드려 경배하였다.” | 노우재 미카엘 신부님(서동성당 주임)

松竹/김철이 2025. 1. 4. 21:05

“엎드려 경배하였다.”

 

                                                 노우재 미카엘 신부님(서동성당 주임)

 

 

유다인들은 메시아를 기다린 사람들이었습니다. 메 시아 임금이 오시어 다윗 왕국을 다시 일으켜 주기를 고대하던 이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을 보면 아주 이상합니다. 메시아가 탄생했는데 유다인들은 꿈적하지 않고 이방인들만 아기 예수님을 찾아 경배 합니다. 왜 그럴까요?

 

동방 박사들은 유다인들의 임금이 탄생했으니 예루 살렘에 계시겠거니, 유다 백성들이 환호하고 있겠거 니 했는데 예상과 달리 예루살렘은 너무 조용했습니 다. 그래서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하고 공개적으로 물었습니다. 헤로데는 당 시 유다 지역을 다스린 임금이었지만 “유다인들의 임 금”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왕좌를 잃을까 위협감을 느 꼈고 새로 태어난 메시아를 없애버리려 음모를 꾸미 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백성의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을 모두 모아 놓고, 메시아가 태어날 곳이 어디 인지” 위치를 추적했습니다. 그들은 백성의 지도자였 고, 성경을 가르친 이들이었고, 메시아가 오기를 기다 린 사람들이었습니다. 특히 율법 학자들은 학식이 가 장 뛰어난 사람답게 예언서를 근거로 “유다 베들레헴 입니다.”하고 곧바로 답을 내놓았습니다. 동방 박사들 은 이를 듣고 베들레헴을 향해 곧장 길을 떠나, “어머 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 배[했습니다].” 그런데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은 어떻게 했나요? 이들도 메시아 임금이 탄생한 것을 알 았고, 그 위치를 알아내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면 이들 이 먼저 메시아를 경배하러 떠나야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기만 했습 니다. 입으로는 주님을 경배하라고 말한 이들이 실제 로는 주님을 찾지 않은 겁니다. 날마다 율법서를 공부 하며 주님의 가르침을 가장 잘 알던 이들이 실제로는 주님께 아무런 관심이 없었던 겁니다. 그들은 헤로데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헤로데의 품이, 그가 제 공하는 돈과 힘의 그늘이 너무나 아늑했습니다. 겉으 로는 주님을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자신의 영광과 세 상의 편안함을 추구했던 겁니다.

 

오늘 복음은 당시 유다교를 첨예하게 비판하는 내용 을 담고 있습니다. 동방 박사들은 부귀영화를 뒤로 하 고 메시아를 찾아 경배했건만, 유다교 지도자들은 메 시아를 받아들이지 않고 세상 것만 찾았습니다. 그러 고 보면 옛날이야기가 아닙니다. 자기 잘되는 것만 바 랄 뿐 주님을 찾고 따르는 데는 그다지 관심 없는 현세 대를 위한 이야기입니다. 입으로만 주님, 주님 해서는 안 됩니다. 동방 박사들처럼 자신을 주님께 맡겨드리 며 “엎드려 경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