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순례자, 동방 박사
최광희마태오 신부님(문화홍보국장)
새해 첫 주일, 우리는 주님 공현 대축일을 맞이합니다. ‘공현’은 동방 박사들이 아기 예수님께 경배하며 그분이 메시아임을 세상에 알린 사건입니다. 공현 대축일은 단순 히 과거의 한순간을 기억하는 것을 넘어, 오늘날 우리 삶 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어린 시절 조금은 엉뚱했던 저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을 수 있는 성탄을 기뻐하면서도, 삼왕이 안치되는 공 현 대축일을 더 기다렸던 기억이 납니다. 어린 마음에 성 탄 구유는 동방 박사들이 자리를 잡고 놓일 때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좋아했던 기억이 있습니 다. 어린아이의 단순한 생각이었지만, 이 기억에서 공현 의 의미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동방 박사들은 어떤 생각으로 길을 떠나왔을까요? 그 들은 익숙한 삶을 뒤로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나섰습 니다. 오직 별빛을 따라 이 여정을 이어갔습니다. 프란치 스코 교황님의 말씀처럼 동방 박사들은 “안정된 삶에 안 주하지 않고 하늘의 표징에 따라 새로운 지평을 향해” 나 아갔던 것입니다.
이 여정은 쉬운 여정이 아니었을 겁니다. 물리적인 어 려움은 물론 낯선 미래의 불확실성을 견뎌야만 했을 테니 까요. 두고 온 안정적인 과거에 대한 향수와 집착이 이들 의 발목을 계속 잡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이 계 속 별을 따라갈 수 있었던 것은 끈덕진 기다림 덕분이었 습니다. “하늘 아래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코헬 3,1)는 고백이 보여주는 것과 같은, 하느 님을 향한 신뢰와 믿음이 인내심의 원천이 되어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르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여정을 견디게 해 주었을 것입니다.
그 인내심이 동방의 별을 볼 수 있게 하지 않았을까요? 신앙의 본질은 지식도 아니며, 지위도 아니었습니다. 당 시 유다 종교 지도자들과 헤로데왕은 성경에 대한 많은 지식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그러한 믿음을 통한 기다림이 없었기에 별도 메시아도 보지 못했습니다. 오로지 이방인 인 동방 박사들만이 표징을 알아본 것입니다.
성탄과 희년의 시기를 시작하며 우리는 ‘희망’을 묵상 합니다. 동방 박사들이 믿음을 통해 기다림의 덕을 쌓으 며 얻은 결실은 바로 ‘희망’입니다. 어두운 밤중에만 길을 걸어야 했던 그들은 오히려 밤에도 별이 밝게 빛나며 그 들을 이끌어준다는 확신 속에 희망을 키웠을 것입니다.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면, 이제 동방 박사들이 구유 에 자리를 잡고 완성된 모습, 그 장면은 바로 희망이 실현 되어 완성된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우리도 평탄 한 삶에 지쳐 슬픔에 그저 젖어 들지는 맙시다. 주님을 향 한 희망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편견 과 한계를 넘어 ‘희망의 빛’을 발견하고, 그 희망을 찾아 나 서는 현대의 동방 박사가 될 수 있길 간절히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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