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가정은 가장 중요한 기초 공동체” | 윤정엽 세례자 요한 신부님(휴천동 본당 주임)

松竹/김철이 2024. 12. 30. 10:30

“가정은 가장 중요한 기초 공동체”

 

                                                                      윤정엽 세례자 요한 신부님(휴천동 본당 주임)

 

 

어느덧 한 해 마지막 주일입니다. 교회는 해마다 성탄 대축일 바로 다음에 오는 주일을 성가정 축일로 지냅니다

 

오늘 축일의 정식 명칭은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 가정 축일’입니다. 우리는 가정공동체 안에서 태어나고 살아왔습니다. 오늘날 가족의 해체를 쉽게 말하지만, 인간 삶의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가정공동체 아니겠습니까? 특별히 그리스도인들은 주님께서 보여주신 성가정을 본받아야 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보면 예수님의 가정이 그렇게 화목한 가정이었던가? 라는 의문이 듭니다. 예수님은 12살이 되던 해 가족과 함께 파스카 축제를 지내러 예루살렘에 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성모님과 요셉 성인은 예수님을 잃어 버렸습니다.

 

사흘 밤낮으로 찾다가 결국 예루살렘 성전에서 예수님을 찾았습니다. 예수님은 부모님이 걱정하든 말든 율법 교사들과 토론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을 본 성모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얘야 우리에게 왜 이렇게 하였느냐?(루카 2,48) 네 아버지와 내가 너를 애타게 찾았단다.” 말하자면 가출한 자식에게 왜 부모를 찾지 않았냐고 말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예수님의 대답입니다.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 모르셨습니까?” (루카 2,49)

 

보통 화목한 가정에서 자식이 부모에게 이렇게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대답을 통해 성가정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제 아버지의 집’. 결국 성가정의 중심에는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모님도 더 이상의 말씀은 하지 않으시고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했다고 합니다. 결국 성가정의 첫 번째 조건은 하느님을 중심에 두고 산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복음에 나오는 성가정의 모습을 한번 떠올려 보십시오. 그다지 특별할 게 없습니다. 오히려 보통 평범한 가정보다 못합니다. 결혼하기 전에 성모님은 이미 예수님을 잉태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낳자마자 산후 조리도 못하고 헤로데왕의 박해를 피해 멀리 이집트까지 피난 가야만 했던 파란만장한 가족이었습니다. 그때의 요셉 성인의 마음 또한 어떠했겠습니까? 그 상황에서도 가족을 지키려는 가장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요셉 성인은 주로 하는 일은 망치질, 대패질 하는 것이었고, 성모님은 가족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집안일을 돌보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이런 부모님 곁에서 순종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일상 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소명을 누구 하나 게으름 피우지 않고 하느님을 중심으로 성실하게 생활했습니다.

 

성가정은 결코 특별한 가정이 아닙니다. 가족을 위해, 서로를 위한 마음으로 자기에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한 가정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버지로서, 어머니는 어머니로서, 자녀는 자녀로서의 본분을 다했던 것입니다.

 

성가정은 하느님을 가정에 중심에 두고, 각자 일상의 삶 안에서 충실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가정이 바로 성가정입니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무엇보다 다시 한 번 가정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