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에서
도정호 바오로 신부님(초량성당 주임)
온 마음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가난한 무명가수, 간 절함으로 뛰는 운동선수들의 땀의 진심이 사람들에게 전해집니다. 그 진심의 힘은 대단합니다. 나를 돌아보 게 하고,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마음을 열게 합니 다. 그렇습니다. 힘 있는 사람, 많이 가진 사람도 나를 움직이게 하고 나를 돌아보게 하지만 가진 것 없는 사 람, 힘없는 사람, 작은 일에 변함없이 성실한 사람, 몸 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남을 먼저 생각하는 이른바 날개 없는 천사, 얼굴 없는 천사들은 더 큰 힘으로 사 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가슴을 열게 합니다.
대림절이 가까우면 교회는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복 음, 자신의 삶의 흔적을 돌아보게 하는 복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복음을 들려줍니다. 오늘 복 음처럼 세상 종말에 대한 이야기도 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복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런데 메시지보다는 천재지변으로 불바다가 된 세상, 까무러칠 정도로 온통 혼란한 모습 같은 무서운 장면 에 시선이 머물 수 있습니다. 그 시기를 누구도 알 수 없는 세상 종말의 끔찍한 상황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 지를 우리는 들으려 해야 합니다.
하느님만 아시는 세상 종말(마르 13,32 참조)의 순간은 언젠가는 분명히 올 겁니다. 세상 종말의 상황이 무섭 고 두렵기도 하겠지만 다행스럽게도 끔찍한 세상 종 말을 내 눈으로 목격하기 전에 나의 죽음, 나의 종말 이 먼저 올 겁니다. 인자하신 하느님께서는 마지막 순 간까지 우리를 배려하시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가 되 새겨야 할 것은 세상 종말보다 먼저 나에게 오는 나의 종말입니다. 교회는 순서 없이 다가오는 각자의 종말 은 이미 시작되었지만 ‘살아있는 나’에게 완전함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는 계속 주어지고 있다고, 매 순간 진심으로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다가올 미 래에 대한 걱정보다 지금 그리고 여기가 중요하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오늘 나의 말과 행동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내일로 그대로 이어집니다. 오늘 나의 말과 행동이 나도 모르 게 쌓여가는 나의 습관입니다. 나의 습관이 나의 일상 입니다. 나의 일상 안에 하느님이 계십니까? 우리 안 에 하느님, 하느님의 자리가 있어야 우리는 성령의 도 움으로 인해 완전함으로 갈 수 있습니다. 순간순간 선 하게 하느님을 향해 가는 나의 노력과 실천은 계속되 어야 하고, 선하게 살아가려는 다짐도 지금 여기에서 계속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아름다운 종말을 맞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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