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立秋
松竹 김철이
초가을 조심스레 삽짝을 여니
논두렁 벼메뚜기 살이 통통 오르는데
숨어 울던 귀뚜리
숲속 시절가 가락이 마냥 을씨년스럽다.
두 눈 부릅뜨고
논두렁 한가운데 우뚝 선 허수아비
기상은 가상한데
호시탐탐 달려드는 참새떼는 불감당일세
어정칠월 건들팔월이라
눈코 뜰 새 없던 농심에
한가함이 조붓조붓 노니는데
성급한 소달구지 볏논을 내달리네
네 번을 죽어 되살 신세인데
뭣이 그리 급했던고
무 배추 앞서거니 뒤서거니
농한기 들어설 일손 밭두렁으로 불러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