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농업을 포기한 사회, 목자 없는 양들 | 안영배 요한 신부님(농민사목 전담)

松竹/김철이 2024. 7. 22. 10:15

농업을 포기한 사회, 목자 없는 양들 

 

                                                                             안영배 요한 신부님(농민사목 전담)

 

 

통계청에서 지난해 평균 농가소득이 사상 처음으로 5 천만원을 넘어섰다고 발표했습니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치적으로 홍보했지만, 농촌 지역에 살아가는 그 누구도 농가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고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는 소득 구조가 더 열악한 1인 농가는 제외된 결과이며, 소득이 증대했다지만 농가 부채도 동반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현재 1천만원 남짓 하는 농업소득은 농가소득의 20% 정도로 계속해서 하락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직불금을 비롯한 농외소득이 많다고들 하지만 이를 더해도 도시 근로자 소득과는 비교할 바가 못 됩니다. 농촌소멸, 생태위기, 식량안보 등 더 큰 국가적 재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소 잃고 외양간도 부수고 살림마저 거덜 내는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경제 성장을 위해 농업은 희생 당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경제가 성장하자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라는 외국의 압박이 커졌습니다. 수출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 농업은 다시 희생을 강요받았습니다. 농업 선진국들이 자국의 농업을 유지, 보호하고자 막대한 지원과 보조금을 쏟는다는 사실은 외국의 공업화된 대형 농장의 이미지에 가려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반면 우리 농업은 “수입농산물과 경쟁해라” 혹은 “보조금을 받으려면 규모를 늘려라”와 같은 압박을 받아왔습니다. 그렇게 살아온 지난 반세기, 우리 농업 정책의 결과가 현재의 절망적 모습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성장과 경쟁’이라는 논리만으로 세상을 바라봤습니다. 농업과 환경도 심지어 생명까지도 금전적 가치로 평가하는 세태에 접어든지 오래입니다. 풍요롭고 편리한 세상살이를 얻었을지 모르겠지만,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 더욱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척박함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득합니다.

 

농업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양식을 구하며 건강하고 안정적인 삶을 누리기에 가장 중요한 요건입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토양과 수자원을 관리하여 자연스럽게 환경을 보전하는 역할도 합니다. 더구나 생태순환질서를 존중하는 유기농업은 토양 내에 탄소를 저장하며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정착시켜야 할 시대적 과제가 되 었습니다. 생명을 존중하는 유기농업은 생산자와 생산 단계만이 아닌, 소비자를 비롯하여 건강한 지역 공동체와 공존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농업과 우리가 사는 지역이 건강하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지금껏 우리가 놓치고 살았던 가치들을 재확인하고 재생시켜야 합니다. 이것이 곧 생태적 회개이며, 농촌지역에 사는 우리(부터 시작해야 할 실천입니다.)들의 실천 과제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목자 없는 양들과 같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고 합니다.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심’은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의 말씀, 한없이 품고 베푸시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주셨다는 것입니다. ‘목자 없는 양들’이 누구일까? 늘 희생을 당했고 이제는 외면당하고 있는 농민, 농업 노동자들일 것입니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양식을 얻지 못해 근심에 쌓이고 고통받는 이들도 있습니다. 지금은 아쉬운 것 없고 마음 편한 사람들은 어떻습니까? 세상의 중요한 가치들,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모르는 이들 역시 목자를 잃고 헤매는 이들입니다. 스스로 부유하다고 만족하나 공멸의 길을 걷고 있음을 모르는 이들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농업이 지닌 공익적 가치를 확인해야 합니다. 함께 살아가는 질서, 공동체 정신을 회복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의 질서에 순응해야 합니다. 목자 없는 양들은 바로 우리 자신일 수 있습니다. 측은히 여겨 부르시는 그분의 손길을 거부하고 있는 ‘우리’는 아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