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우리 차례입니다
이윤제 베드로 신부님(천안신방동 주임)
오늘 독서와 복음에 는 ‘죄의 용서’에 관한 말 씀이 공통적으로 나옵니 다. 베드로 사도는 “회 개하고 하느님께 돌아 와 여러분의 죄가 지워 지게”(사도 3,19) 하라고 설교하고 있고, 요한 사 도는 자신이 서간을 쓴 이유가 “죄를 짓지 않게 하려는 것”(1요한 2,1)이 라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를 당신의 이름으로 모든 민족들에게 선포하라 는 사명을 맡기십니다(루카 24,27 참조).
무엇이 죄일까요? 성경은 단순히 계명을 어기거나 양심을 거스른 행위뿐 아니라, 하느님 없이 하느님이 안 계신 것처럼 살아가는 삶이 죄라고 말합니다. 이스 라엘 백성이나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도 자주 하느님을 등지고 그분의 현존을 망각하며 사는 죄를 범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그들의 죄를 용서하시고 변함없는 사랑으로 그들과 함께하셨습니다.
이렇게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되고 그분으로부터 숨 을 받아 생명 있는 존재가 된 사람이 죄를 지어 죽음의 길을 걷게 되자, 하느님은 사람들의 죄를 용서하시기 위 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십니다. 당신의 외아들을 세상에 보내셔서,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죄를 그 아들이 대신 지게 하신 것입니다. 하느님의 아들은 십자가 위에 서 돌아가셨으나 부활하심으로써 인간을 죄와 죽음에서 자유롭게 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예수님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 응답하는 것이 우리의 신앙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뒤 제자들은 죄책감 에 휩싸입니다. 스승을 배반한 죄, 죽음에 대한 두려움 과 공포가 그들을 좌절하게 했을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그런 제자들에게 나타나 “평화가 너희와 함 께!”(요한 20,21; 루카 24,26)라고 인사를 건네십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새 숨을 불어넣으며 죄의 용서를 선 포하십니다(요한 20,23 참조). 생명 있는 존재가 된 아 담이 인간의 첫 창조였다면, 죄를 용서받은 제자들은 성령 안에서 재창조된 새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 다. 제자들은 죄의 용서를 통해 알게 된 주님의 사랑과 자비를 숨겨둘 수 없었습니다. 새 사람이 된 그들은 이 제 하느님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고, 하느님을 떠나 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알게 된 것입니다. 자신의 삶이 바뀌었기에 제자들은 부활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증인이 됩니다.
우리도 여전히 죄를 짓습니다. 죄를 짓고 넘어질 때 마다 실망하고 좌절하며 죽음을 경험하지만, 부활을 체험한 우리는 죄와 죽음에 주저앉지 않습니다. 우리 의 죄를 한결같이 용서해 주신 하느님의 사랑을 알고 믿기 때문입니다. 삶에서 죄의 용서를 체험한 우리가 이제는 제자들처럼 부활의 증인이 되어야 할 차례입 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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