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일반시

松竹/김철이 2023. 2. 9. 21:38

 

                     松竹 김철이

 

 

욕심 없이 흐르는 물은

금세 비워주고

퍼낼 자리를

곧바로 메워가지만

 

줄기 없이 뻗어갈 빛은

국자도 쥐지 않고

어둠을

한 술 한 술 퍼내지만

 

듬직하고 우직한 땅은

귀찮고 질퍽한

물구덩이

그냥 그대로 버려둔다.

 

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구정물 잠시 쉬었다 가고

가랑잎 잠깐 누었다 가게

부모님 품속처럼 오래도록 비워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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