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松竹/김철이 2020. 4. 24. 14:54

"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우리는 지금 전혀 다른 세상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의 삶이 바뀐 것도 그 때문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던 분열이나 전쟁이 이루어낸 위기가 아니라 막을 길이 없는 병균 하나에 서로가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중입니다. 어느 한쪽이 좋아진다고 기뻐하기에 모두가 겪는 이 어려움에 이미 위로가 필요한 이들이 너무 많이 생겼고, 또 모두에게 격려와 도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 시기에 우리가 읽은 복음은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입니다. 당신을 향해 오는 많은 이들을 보시며 예수님이 생각하신 것은 단 하나입니다. 그들을 '먹여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진 것은 빵 다섯개와 물고기 두 마리입니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떻게 빵 다섯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오천명이 넘는 사람들을 먹였는지, 또 남은 것이 열두 광주리에 가득했는지 알 길은 없습니다. 누군가는 나눔의 신비라고 했지만 그 때의 사람들이 예수님 때문에 그렇게 감동을 했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 


하나 확실한 것은 그 때 가진 것은 빵 다섯개와 물고기 두 마리 뿐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어김없이 나누어 졌다는 것 이외에는 모두 상상력과 묵상의 내용일 뿐입니다. 예수님의 바람은 이를 상식적으로 대한 사도들의 반응과 상관 없이 이 일은 벌어집니다. 그리고 모두가 나누어 먹었고 이 이후의 상황은 없습니다. 


주님이 원하신 대로 사람들은 저마다 먹고 싶은 만큼 먹었다는 것이 이 일의 결과입니다. 이 일을 하느님의 놀라운 능력으로 말하는 것도 합당한지 모르겠고, 이것으로 주님이 얻으신 것이 무엇인지도 말하기 어렵습니다. 주님은 그 길로 산으로 기도하러 들어가셨고 사람들은 자기가 갈 길로 흩어졌기 때문입니다. 이것으로 주님이 백성의 지도자가 되신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아는 것은 그 길로 제자들은 강을 건너 갔고 주님은 혼자 새벽까지 기도하셨다는 것이 전부입니다. 


지금 이 시기에 누군가는 치료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또 누군가는 아픈 이를 돌보느라 위험을 각오합니다. 또 누군가는 약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방을 걸어잠그고 벽을 만들어 살아갑니다. 우리는 모두 한계에 부딪혀 있고 우리가 가진 것은 턱없이 부족한 것 뿐입니다. 이것이 무슨 도움이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야말로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그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그럼에도 무엇인가 있습니다. 서로 나눌 마음이 있고, 가진 정성이 있습니다. 누구에게 얼마나 가능할지 모르지만 지금 우리는 그것을 나누어야 합니다. 빵 다섯개와 물고기 두마리 이 큰 기적을 이룬 것은 어느 아이의 손에 들린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결국 모두를 살리고 행복한 하느님의 사랑을 전해주었습니다. 우리가 기대하는 하느님의 은총은 그렇게 손에 들린 그 모자란 것들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여전히 함께 하는 우리이길 바랍니다. 그러면 남은 열두 광주리에 담긴 모든 것으로 또 다른 누군가도 삶을 얻을 수 있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