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땅에서 난 사람은 땅에 속하고 땅에 속한 것을 말하는데, 하늘에서 오시는 분은 모든 것 위에 계신다."

松竹/김철이 2020. 4. 23. 09:55

"땅에서 난 사람은 땅에 속하고 땅에 속한 것을 말하는데,
하늘에서 오시는 분은 모든 것 위에 계신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우리는 부활시기에 요한 복음을 통해 주님 부활의 의미를 다시 배우는 중입니다. 예수님은 '위에서부터 오신 분'입니다. 하느님께서 보내신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성자 하느님이심을 우리는 압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말씀은 땅의 지혜가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진리'이며 곧 이 세상 처음부터 정해진 것입니다. 이것은 세상 창조 때부터 세상에 주어진 기준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착각을 자주 반복합니다. 우리는 사실 하느님을 잘 모릅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알 수 있는 만큼만 압니다. 상상이나 과학을 통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이 우리에게 전해주신 만큼만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을 계시라 하고, 하느님이 우리에게 당신을 알려주시지 않으셨다면 우리는 아예 모르고 살았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말하는 신앙의 진리들은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하늘에 머무는 가치가 아닙니다. 곧 예수 그리스도의 가치는 하늘에만 머무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가 사는 삶에서 이루어진 하느님의 일이자 우리에게 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 곧 우리와 상관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줄곧 하느님의 뜻을 받았음에도 우리와 상관 없는 듯, 혹은 특별한 때만 지정하여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식으로 대해왔습니다. 그렇게 하느님의 뜻을 어기고 하느님은 두려워하는 이중적인 태도가 많았습니다. 



"땅에서 난 사람은 땅에 속하고 땅에 속한 것을 말하는데, 하늘에서 오시는 분은 모든 것 위에 계신다."



그래서 세상 일은 세상의 이치 속으로 또 하느님의 일은 전혀 다른 영역에서 지키는 것으로 여기거나 가르치고 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것은 지금 우리에게도 자주 일어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하늘에서 오신 예수님은 모든 것 위에 계신다고 복음은 말합니다. 이것은 이 땅 위에 있다는 것이지 하늘에 계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곧 예수님은 이 세상이 만들어 낸 가치 위에 하느님의 본래 뜻을 밝혀주셨고 우리는 예수님에게서 우리가 세상에서 이루어야 할 하느님의 뜻, 곧 세상의 진짜 가치를 배우게 됩니다. 그럼에도 계속 손사래를 치고 그것은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분은 땅이 아니라 여전히 하늘에서 사신 분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부활을 말하는 우리는 예수님의 뜻이 이 세상에 대한 가르침임을 고백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분의 부활은 세상에서 이루어진 것이며 그 전 우리는 우리의 태도를 십자가를 통해 세상에서 지우려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활은 세상에 지워지지 않을 하느님의 뜻을 직접 새겼고 우리는 그 부활을 말하며 세상에 전해진 하느님의 하늘의 뜻을 전해 받았습니다. 


더 이상의 거짓말이나 회피가 가능하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아직 하느님을 모르는 것처럼 세상의 법칙을 하느님과 분리하려 하지만 우리는 세상을 하느님의 뜻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믿는다는 것의 의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따르는 것. 그것은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 곧 하느님을 알고 살아가는 우리의 가치를 말합니다. 죽음도 우리를 어쩌지 못하는 영원한 사랑의 사람이 되는 길이 신앙인의 삶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뜻으로 세상에 살아야 합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