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입장의 동일함"을 기억하며

松竹/김철이 2019. 12. 16. 12:23

"입장의 동일함"을 기억하며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신영복 선생님의 입장의 동일함이라는 글귀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하느님 아래에 있는 우리 모두가 '같다'는 표현보다 '함께'라는 표현을 더 좋아합니다.


우리가 살아야 하는 삶이란 하느님의 뜻을 자신의 처지에서 제 각기 방법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의 동일한 모습이 아니라 서로 다른 다양한 모습 속에서 누구든 하느님의 사랑으로 서로 연결되어 살아가는 삶을 바랍니다.


저는 성직자로 살아갑니다. 성직자 다움을 시간에 비례하여 얼마나 잃어버렸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그러나 이 일은 사람다움의 문제일 뿐 직무를 맡기신 하느님의 뜻은 변하지도 퇴색되지도 않습니다. 이유는 이것은 개인을 위해 주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으로 시간을 흐릅니다.


나도 언젠가는 평신도였다고 말할 이유는 더더욱 없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엄연한 사실이지만 그때도 지금도 해야 할 일의 차이가 있을 뿐 살아야 할 몫은 모두가 같습니다. 지금은 말하고 가르치며 스스로가 그 가치를 살아야 하는 위치에 있을 뿐입니다.


오히려 조심해야 하는 것은 '사는 만큼 가르칠 수 있다'는 겸손한듯한 게으름을 부리지 않는 것입니다. 언제고 우리는 사는 만큼 가르친 적도 가르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우리는 진리를 말해야 하고 정의를 가르쳐야 하며 사랑을 입에 달고 그 모든 것을 스스로 실천해야 하는 사람들일 뿐입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입장의 동일함은 여기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실천적 연대는 그렇게 우리가 만나는 장을 말하며 이 모든 것은 실천하는 우리의 삶이 있을 때 행복도 구원도 꿈꿀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