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일반시

겨울밤(1)

松竹/김철이 2009. 2. 4. 20:37

★ 겨울밤(1) ★ - 松竹 / 김철이 - 소쩍새 슬피 울어 고독이 물드는 야밤에 옷 벗은 들녘은 가슴 시린 찬바람만 이는데 그 누가 급히 불러왔는가 눈곱조차 떼지 못한 싸락눈 흰색 꼬리도 곱게 사각거린다. 몇 달 며칠째 옷 한 벌 입지 못하고 까만 밤 하얗게 지새우던 황갈색 잎새도 오금이 저린 듯 불어오는 실바람에 온 힘을 다해 해 밝을 내일을 기다린다. 넓은 하늘 넓다 않고 무향의 새하얀 향기를 길게 늘어놓던 초승달 기나 긴 시간이 지루하기라도 한 듯이 연심 작은 하품을 하고 밤길 걷던 나그네 한결 가벼운 걸음을 재촉한다. 이미 오래전 본분을 다하고 텅 빈 두렁마다 길게 누운 허수아비 찾는 이 없어 심히 외로운데 심정도 모르는 밤새 몇 마리 계절조차 잃었는가 끝없는 수다를 늘어놓고 애타는 밤 허수아비 속마음은 더욱 까맣게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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