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일반시

길잃은 사슴

松竹/김철이 2009. 2. 4. 20:00

♤ 길잃은 사슴 ♤ - 松竹 / 김철이 - 옷 벗은 겨울나무는 진갈색 가지를 떠는데 하늘나라 선녀들 곱게 찧어 내리는 새하얀 백설기련가… 온 산하 사뿐히 내려앉아 놀더니 금새, 새하얀 눈 산을 쌓는다. 계절조차 잃었는가… 눈 내려 하얀 물이 든 산등성이 발 시린 고통마저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신발 벗은 사슴 두 마리 때늦은 먹이를 찾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옷 벗은 겨울나무는 흰색 외투를 걸치는데 등창 시린 이 외로움은 더욱 짙어만 가고 심정도 모르는 눈바람은 거센 위세만 높이 세워간다. 해는 지려 서산에 머무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쩍새 이른 울음은 회색빛 눈물로 흐르고 둥지를 찾지 못한 두 마리 사슴, 태산처럼 밀려드는 서글픔에 땅 꺼지는 큰 한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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