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문학 27

어머니의 텃밭|(수필)한비문학

어머니의 텃밭 김철이 내 나이 열여덟 되든 해 대한민국 정식 문학 작가로 입문하던 날, 어머니 날 보고 훗날 기회가 난다면 나의 글 자락 한 귀퉁이에 한(恨) 많고 원(怨) 많은 당신 인생을 몇 자 써주지 않겠냐고 하셨는데 자식 된 처지에서 시절 탓에 가정환경 탓에, 고개가 절로 내저어질 정도로 지독한 아픔을 겪어야 했던 모친 고생담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한 획 한 획 써 내려갈 때마다 가슴이 아려서 눈물이 범벅될 텐데 어머니 고생하신 세월을 누구보다 많이 보고 들었던 처지에서 살이 터지고 뼈가 으스러지는 어머니 고생담을 쓰는 일만은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 살다 가신 한 생애 십 분의 칠 세월을 살고 보니 어렴풋이 어머니 앓인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것..

작품 발표작 2021.09.01

내 이름 석 자_(수필)한비문학

내 이름 석 자 김철이 좋은 이름을 가진 자는 인생에 반은 성공한 것이다. 이름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은 자기의 이름 석 자다. 이러한 명언에 관해 반론을 제기하는 한편 내 이름 석 자에 관한 설(說)을 글로 옮겨보려 한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먼저 지니는 것이 이름 석 자다. 세상 모든 것 타인들과 모든 것 죄다 나누어도 유독 나눌 수 없는 것이 이름이기도 하다. 한 인생에 있어 이름은 그만큼 소중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가정에 후세가 태어났을 시나 부모가 지어준 이름이 출세 가도를 달리는데 합당하지 않다고 여겨지거나 많은 재산을 축적해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겨질 시 적지 않은 시간적 금전적 투자를 불사하며 전국 유명 작명가를 찾기..

작품 발표작 2021.07.07

절망은 없다._(수필)한비문학

절망은 없다. 김철이 국내 TV가 흔치 않았던 시절, 모 라디오 방송의 주간 다큐멘터리 “절망은 없다.”라는 프로그램이 방송된 바 있는데 불치병환자, 고시합격고학생, 전과자 등 갖은 절망과 역경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보람에 찬 오늘을 몸소 이루어낸 각계각층 사람들의 실제 삶의 이야기를 단막극으로 엮어 방송하는 형식을 갖춘 프로그램이었다.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수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고 또 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 그러나 그 당시 열한 살 철부지였던 나는 “웃기네, 절망은 있다.”라고 빡빡 우기곤 했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부터 줄곧 갖은 고생 다 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며 느꼈던 나로서는 절망(絶望)이란 단어의 뜻을 부모님께 전해 듣고는 “절망은 없다.”라는 프로그램을..

작품 발표작 2021.05.12

참새와 개미 2부작 1부_(수필)한비문학

참새와 개미 2부작 1부 김철이 세상은 날이 갈수록 과학 문명의 혜택을 등에 업고 윤택한 걸음을 재촉하는데 사람들의 인심은 날이 갈수록 야박해지고 각박해지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예전엔 낯선 길을 가다 길을 몰라 어느 누구를 잡고 물어보아도 본인의 갈 길이 아무리 바빠도 마치 자신들의 부모, 형제들에게 길을 가르쳐 주듯 길을 묻는 이의 손목을 잡고 친절하게 목적지를 일러주는가 하면 본인이 모르는 길이라면 다른 행인들에게 물어서라도 길을 찾는 이의 목적지를 일러주곤 했었다. 한데 요즈음 인심은 어떤가? 예전처럼 그렇게 친절히 길을 가르쳐 주는 이도 없겠지만 간혹 그런 사람이 있다손 치더라도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 주는 이의 마음도 모르고 마치 치안이나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를 하는 것이 태반이다. 심한 ..

작품 발표작 2021.01.27

잃어버린 정(情)을 찾아서(수필)한비문학

잃어버린 정(情)을 찾아서 김철이 먹거리 대풍작 시대와 볼거리 대홍수 세대를 살면서도 먹는 것도 많고 보는 것도 많으니, 많은 것 품은 사람들답게 감사하는 삶의 토대 위에서 좀은 여유롭고 남에게 베풀며 사는 것이 도리인 것을 감사는커녕 걸핏하면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현대인들을 보면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절로 느껴진다.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에서 나눔의 문화와 경로우대(敬老優待) 사상(思想)이 실종된 지 이미 오래되었다지만, 머리를 하늘로 두고 이 시대를 사는 한 구성원으로 먼 시대를 살다 가신 조상님들께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할 듯하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듯 또 그렇게 겨울은 우리를 찾아오겠지만, 단 하나 수십 년 전에 우리 이웃들의 가슴속에서 이미 산송장이 되어버린 정(情)은 행방불명 영영 돌아..

작품 발표작 2020.11.25

비누와 양초의 삶처럼(수필)한비문학

비누와 양초의 삶처럼 김철이 지금 이 시대의 전쟁은 국경을 마주하고 총칼을 맞대어 밀고 밀리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땅따먹기 전쟁이 아니라 갖은 전염병과 인간이 적이 되어 벌이는 국경 없는 전쟁이 아닌가 싶다. 당장 코앞에 벌어지는 사태만 보아도 그렇지 않은가? 이름도 선진국형인 코로나 19 발병이 어디서부터 시작이 됐는지 모를 일이지만, 숱한 세월 동안 의학 선진국 경제 대국을 자칭하며 후진국 국민을 마치 미개인 취급하며 콧대를 세워오던 나라들마저도 코로나 19라는 한낱 전염병 앞에 맥도 못 춘 채 무릎을 꿇어야 하는 실정이니 냉소를 금치 못할 일이 아닌가! 국가별 코로나 19 전염성 비율을 봐도 선진국 개화인이라 자청하던 나라들이 더욱 심각성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다지도 심각한 사태 중에도 이 난국을..

작품 발표작 2020.10.28

사노라면_(수필)한비문학

사노라면 김철이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한 생애를 사노라면 웃을 날도 있고 울 날도 있다. 물론 태어날 때는 누구나 울면서 태어난다고 하더라만. 십여 년 전 선종하시고 지금은 그 인자하신 모습을 뵐 수는 없지만, 가톨릭 부산교구에 소속돼 계셨던 노 사제 한 분이 계셨는데 그 사제는 입가에 웃음이 떠날 날이 없었다. 그 사제는 공식 자석이든 비공식 자석이든 늘 입버릇처럼 말했다. 여니 사람은 세상에 태어날 때 죄다 울면서 태어난다고들 하는데 당신은 어머니께 전해 듣기로는 배에서 나올 때부터 웃으면서 태어났다고 말이다. 그 사제는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늘 웃으며 말씀하셨다. 당신은 아무리 슬픈 일을 맞이해도 울기는커녕 슬픈 표정을 지을 수가 없다고 하셨다. 그 노 사제는 평생을 시야로 볼 수 없는 외길 사제의..

작품 발표작 2020.09.09

연작 수필 3부작 고향의 그림자|제3부 하룻밤 풋사랑_(수필)한비문학

연작 수필 3부작 고향의 그림자_제3부 하룻밤 풋사랑 김철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살았건 못 살았건 유년 시절을 보낸 고향을 향한 그리움으로 살다가 평생을 몸담아 생활해온 세상과의 작별 시 고향을 떠올리며 눈을 감는다고 한다.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그리워하는 건 오감을 지닌 인간들뿐만 아니라 미물에 속하는 짐승들의 세계에서도 별 차이가 없는 듯하다. 생애 마지막까지 해풍에 밀려다니는 물과 동고동락하던 연어도 죽을 때가 점차 가까워지면 자신이 태어난 연안을 찾는다고 하며, 여우 역시 뭇짐승과 적자생존(適者生存) 따라 힘겨루기 하던 세상과 이별할 때면 자신이 태어났던 굴을 향해 머리를 둔다고 하는데... 나 역시, 육십 평생 인생살이에 있어 가장 아름답게 살았다고 느껴지는 건 연산2동 철도관사에서 천둥벌거숭이..

작품 발표작 2020.08.18

연작 수필 3부작 고향의 그림자|제2부 거기 누구 없소?_(수필)한비문학

연작 수필 3부작 고향의 그림자_제2부 거기 누구 없소? 김철이 세상 사람들은 평생을 살면서 갖가지 추억을 체험한다. 누구는 어린 시절부터 윤택한 가정 형편 덕분에 마냥 유년 시절의 추억을 자랑거리로 삼지만, 누구는 어려웠던 가사 탓에 성장 후 유년 시절이 치가 떨릴 정도로 싫고 어쩌다 간혹 되새김질하기조차 싫어서 옛 추억이란 단어조차 떠올리기를 몸서리를 치며 본인이 지닌 재력과 권력을 한배를 빌려 태어났던 형제들에게마저 공유하지 않고 외면하는 이도 주변에서 종종 접하곤 한다. 누구는 어린 시절 가정형편이 너무 가난하고 힘들어서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원망하며 성장 과정에 갖은 고생을 다 하는 노력 끝에 고진감래라는 교훈을 뛰어넘을 정도의 권력과 재력을 누리게 된 성공사례자 중에는 너무나 힘들었던 성장 과..

작품 발표작 2020.07.16

연작수필3부작 고향의 그림자|제1부 영혼속의 내 고향은?_(수필)한비문학

연작수필3부작 고향의 그림자_제1부 영혼속의 내 고향은? 김철이 남녀노소 누구나 마음 한편에는 고향에 대한 아련함이 묻어있다. 얼음이 풀리기 시작한 들녘에서 진달래 꽃잎 입에 물고 봄을 희롱하며 살을 에는 겨울의 기억을 애써 지우려 했던 모습. 성급한 마음에 입었던 옷 죄다 훌렁훌렁 벗어 던진 채 아직은 차게 느껴지는 냇물로 뛰어들어 손가락 사이로 요리조리 빠져나가려는 민물고기 한 마리 잡아보려고 엎어지고 자빠지며 물장구치던 모습, 저만치 물러나 앉은 매미울음 사이로 오곡백과 무르익는 냄새가 절로 묻어나고 하늘과 땅 사이 허공을 타고 붉은 노을빛 자태를 뽐내던 고추잠자리를 쫓아 이리저리 잠자리채 휘두르던 모습, 언 손 호호 불며 서툰 손 제주로 만들어진 썰매에 올라 형이나 누나의 힘으로 눈 언덕을 달리며..

작품 발표작 2020.06.10

독공(獨功)|(수필)한비문학

독공(獨功) 김철이 보내는 사람을 변경하려면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보내는 사람 변경하러 가기 닫기 독공(獨功)이란 판소리 가객(歌客)들이 득음(得音), 즉 소리의 경지에 오르기 위하여 토굴 또는 폭포 앞에서 하는 발성 훈련. 독공창(獨功唱)은 폭포 소리를 이겨내게 하거나 외부소리와 섞이지 않는 토굴 속에서 반사음으로써 창법을 교정하는 판소리 특유의 발성 수련이다. 그러나 이 독공이란 단어가 판소리를 전공하는 소리꾼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고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독공이란 단어는 세상천지 머리를 하늘로 두고 두 발을 땅을 디디며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분명히 해당되며 관련이 있는 단어임에 틀림이 없다.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본다면 세상 사람은 누구나 이 독공이란 ..

작품 발표작 2020.05.11

생활 태도가 인생이 되듯|(수필)한비문학

생활 태도가 인생이 되듯 김철이 대한민국 국민성을 오합지졸로, 대한민국 삼천리 금수강산을 오합지졸의 춤판으로 이뤄내는 데 크게 이바지했던 공로자를 만천하에 알리고자 이 장을 연다. 2020년 새해 벽두부터 코로나 19 폐렴 탓에, 국내외가 마치 오뉴월 통시를 쑤셔놓은 듯하다. 발병 진원지(發病震源地)가 중국 우한으로 알려진 코로나 19 폐렴은 전염성이 강해 수많은 희생자를 유발 시키며 지난 겨울을 통째 지배했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능력이 이다지도 나약하고 빈약할 수 없다는 자책이 수시로 들었던 시기였다. 개인적으로 몸이 성치 못하니 이럴 때 내 주변의 사람들을 도와주는 건 나 하나 전염병에 간염 되지 않게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것이라 여기며, 지난 몇 달 동안 두문불출하며 외부 사람들과의 접촉을..

작품 발표작 2020.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