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손거울 353

엉뚱한 메뉴가 나오는 식당

엉뚱한 메뉴가 나오는 식당 라면을 시켰는데 우동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햄버거를 시켰는데 만두가 나왔습니다. 이럴 때 문득 주문을 잘못 넣었는지 한번은 의심하게 되는데 나오는 음식마다 매번 다른 음식이 나오게 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요.일본에 있는 이 식당은 ‘주문 실수가 넘치는 식당’입니다. 장사할 마음이 있는 걸까요?그런데 항상 손님이 북적북적한 인기 있는 맛집입니다. 엉뚱한 메뉴를 가져다줘도 화내는 손님은 한 명도 없습니다. 바로 이 식당에서는 특별한 이해와 배려가 넘치는 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이 식당이 특별한 이유는 다름 아닌 아르바이트생들 때문인데, 이곳의 아르바이트생들은 모두 치매에 걸린 할머니들입니다.때로는 직전에 받은 주문을 잊어버리기도 하고 주문과는 다른 메뉴를 가져다주는 실수를..

사회 손거울 2020.02.01

가장 낮은 자세

가장 낮은 자세 어느 날 제 나라의 경공이 공자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정치를 잘 할 수 있습니까?”그러자 공자가 대답했습니다.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우면 됩니다.즉, 각자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때 모든 일이 잘 된다는 뜻입니다.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 정말 쉬운 법칙인데, 사람들은 왜 그 법칙을 지키지 못할까요?그 이유는 ‘착각’ 속에 있습니다. 백성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왕입니다. 그래서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것인데 가장 높은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는 ‘착각’ 회사의 사장도, 정치인도, 종교인도, 한 집안의 가장도, 자식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사장도 직원이 있어야만..

사회 손거울 2020.01.30

할머니가 대신해 줄 것도 아니잖아요

할머니가 대신해 줄 것도 아니잖아요 일본의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한 남자 대학생이 올린 이야기입니다. 이 청년은 어릴 때 부모님의 맞벌이로 거의 할머니 손에 자랐습니다. 할머니의 엄한 사랑으로 예의 바르고 할머니를 잘 따르는 착한 아이로 잘 성장했습니다.그런데 할머니와 손자의 사이가 벌어지는 일이 생겼습니다. 손자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을 때 당시 유행하는 비디오 게임에 당연하다는 듯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푹 빠졌고, 할머니와 대화하는 시간은 갈수록 줄었습니다.어쩌다 할머니가 말을 걸어도, ‘바빠! 레벨업 해야 해. 할머니가 대신해 줄 것도 아니잖아.’라고 쏘아붙이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손자는 어느덧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어서부터는 동아리 활동과 친구들과 노는 것을 어느 것보다도 좋아했고, 대학생..

사회 손거울 2020.01.28

타샤의 정원

타샤의 정원 내가 아주 어릴 때, 엄마는 다른 아저씨와 재혼을 했지만 행복한 시간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엄마는 그 아저씨와 헤어진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느 날 그는 내가 별로 예쁘지 않다고 말하더구나. 아내한테 그렇게 말하는 남자와는 같이 못 살아” 정말 엄마다운 말이었습니다.나를 포함해서 네 명의 아이들을 홀로 키우기 위해 엄마는 언제나 바삐 움직였습니다. 자신의 주특기인 삽화를 그려서 생활비를 벌었습니다. 그렇게 엄마가 그린 그림책이 100권이 넘었습니다. 엄마는 항상 쉴 틈이 없었습니다.엄마는 바쁜 일상으로 녹초가 된 몸으로도 우리 남매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안겨주고자 애썼습니다. 시간이 되실 때마다 인형 놀이, 쿠키 만들기, 그림 그리기를 함께 해주셨지요.그렇게 우리는 어른이 되었고..

사회 손거울 2020.01.23

엄마도 엄마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엄마도 엄마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엄마와 나는 특별한 둘만의 여행을 떠났습니다. 우리는 노을 지는 해변을 함께 걸었습니다. 그날따라 유난히 예쁜 노을이 하늘을 수놓았습니다. 선선했던 바람이 기분 좋게 머릿결을 흩날려 주는 행복한 저녁이었습니다.친구도 아닌 엄마와 단둘이서 이렇게 아름다운 해변을 걷다니… 퇴근하고 집에 가면 부엌에서 보던 엄마의 등. 그 굽은 등을 오늘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여러모로 이상했지만, 이상하리만큼 좋았습니다.“엄마, 여행 오니깐 좋지?”“우리 엄마 보고 싶다.”엄마의 엉뚱한 대답은 내 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엄마의 우리 엄마. 바로 외할머니였습니다. 오래전 요양원에서 세상을 떠나신 외할머니가 보고 싶다는 엄마의 말에 나는 살짝 당황했습니다.엄마는 외할머니와의 가슴 아픈 사연..

사회 손거울 2020.01.21

어쩌면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어쩌면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저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린 나이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왔습니다. ‘넌 아들이니까 부모한테 이렇게 해야지’ ‘넌 가장이니까 그렇게 해야지’ 참 많은 압박감 속에서 스스로를 다그치며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제게 의지를 많이 하시는 어머니를 볼 때면 이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왠지 모르게 서운한 감정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내가 애쓰지 않으면 그동안 이루어왔던 모든 게 무너질 것 같고 가족에게조차 가치 없는 사람이 될 것만 같은 생각에 괴롭습니다.어쩌면 지금 저는 가족들에게 그런 말이 더 듣고 싶습니다. ‘고맙다’, ‘잘해왔다’, ‘대견하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저 한 번 안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BS 다큐프라임 특별기획 ‘감정 시대’ 중에서 – 모든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

사회 손거울 2020.01.18

행복 총 양의 법칙

행복 총 양의 법칙 독일의 작곡가 베토벤은 사랑했던 여인이 떠나고, 난청이 찾아오면서 한때 절망에 빠졌습니다. 현실의 무게를 견딜 수 없었던 그는 어느 수도원을 찾아갔습니다. 수사를 찾아간 베토벤은 힘들었던 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리고 나아갈 길에 대한 조언을 간청했습니다.고민하던 수사는 방으로 들어가 나무 상자를 들고나와 말했습니다. “여기서 유리구슬 하나를 꺼내보게.” 베토벤이 꺼낸 구슬은 검은색이었습니다. 수사는 다시 상자에서 구슬을 하나 꺼내보라고 했습니다. 이번에도 베토벤이 꺼낸 구슬은 검은 구슬이었습니다.그러자 수사가 말했습니다. “이보게, 이 상자 안에는 열 개의 구슬이 들었는데 여덟 개는 검은색이고 나머지 두 개는 흰색이라네. 검은 구슬은 불행과 고통을, 흰 구슬은 행운과 희망을 의미하지..

사회 손거울 2020.01.16

바쁜 일상을 그저 즐기십시오

바쁜 일상을 그저 즐기십시오 영국의 수필가인 찰스 램(Charles Lamb, 1775-1834)에 관한 일화입니다. 그는 1792년 영국 동인도 회사에 취직해 33년간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그의 작품들은 대개 이 직장생활 동안 나온 셈입니다. 하지만 직장생활 때문에 퇴근 후에나 글쓰기가 가능했습니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 시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그래서 그는 늘 정년퇴직을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그는 회사에서 일하는 생활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출근을 하는 날, 찰스 램은 들떠있었습니다. 구속받던 시간은 없어지고, 글쓰기에만 몰두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냥 행복할 것 같았습니다.많은 동료들이 그에게 축하해 주었습니다. “선생님의 명예로운 퇴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제 밤에만..

사회 손거울 2020.01.14

누룽지 할머니

누룽지 할머니 한 고등학교 남학생이 있었습니다. 집이 학교에서 멀었던 남학생은 학교 인근에서 자취했습니다. 자취하다 보니 라면으로 저녁을 해결할 때가 많아서 학교 앞에 있는 할머니 혼자 운영하는 식당에서 가끔은 밥은 사 먹기도 했습니다.식당에 가면 항상 가마솥에 누룽지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남학생이 올 때마다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오늘도 밥을 태워 누룽지가 많네. 밥 먹고 누룽지도 실컷 퍼다 먹거래이. 이놈의 밥은 왜 이리도 잘 타누.”남학생은 돈을 아끼기 위해 친구와 밥 한 공기를 시켜놓고, 항상 누룽지 두 그릇 이상을 거뜬히 비웠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할머니가 연세가 많아서인지, 거스름돈을 더 많이 주셨습니다.남학생은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돈도 없는데 잘 됐다. 이번 한 번..

사회 손거울 2020.01.11

같은 일, 전혀 다른 삶

같은 일, 전혀 다른 삶 어느 날 공자가 조카 공멸을 만나 물었습니다. “네가 벼슬한 뒤로 얻은 것은 무엇이며, 잃은 것은 무엇이냐?”공멸은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대답했습니다. “얻은 것은 없고 잃은 것만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 나랏일이 많아 공부할 새가 없어 학문이 후퇴했으며 둘째, 받는 녹이 너무 적어서 부모님을 제대로 봉양하지 못했습니다. 셋째, 공무에 쫓기다 보니 벗들과의 관계가 멀어졌습니다.”공자는 이번엔 공멸과 같은 벼슬에서 같은 일을 하는 제자 복자천을 만나 같은 질문을 해 보았습니다.복자천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잃은 것은 하나도 없고, 세 가지를 얻었습니다. 첫째, 글로만 읽었던 것을 이제 실천하게 되어 학문이 더욱 밝게 되었고, 둘째, 받는 녹을 아껴 부모님과 친척을 도왔기에..

사회 손거울 2020.01.09

따뜻한 국물

따뜻한 국물 한 아주머니가 떡볶이를 사기 위해 분식을 파는 포장마차로 갔습니다. 사십 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주인아저씨가 장사하고 계셨습니다. 그때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 한 분이 들어오셨습니다. 폐지를 수거하여 힘들게 살아가시는 분이신 거 같았습니다. 포장마차 옆에 세운 수레는 폐지로 가득했습니다.“저기 주인 양반 따뜻한 국물 좀 주시오.” 주인아저씨는 할머니가 부탁한 따끈한 어묵 국물뿐만 아니라 떡볶이 약간에 순대를 얹은 접시 하나를 내놓았습니다. 할머니는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식사를 아직 못하셨는지 금세 한 접시를 다 비우셨습니다.할머니가 계산을 치르려고 하자 주인아저씨가 말했습니다. “할머니, 아까 돈 주셨어요.” “그런가? 아닌 거 같은데…” 옆에서 지켜보던 아주머니도 눈치를 채고 한마디 거..

사회 손거울 2020.01.07

아이들의 심장이 된 할아버지

아이들의 심장이 된 할아버지 재균이는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심장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재균이 아빠는 뇌졸중으로 일을 못 하는 상황이었고, 할아버지가 학원 셔틀버스를 운전해서 버는 수입이 전부였기에 심장 수술비 1천만 원은 너무도 큰돈이었습니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아이를 그냥 하늘나라로 보내자…”어떤 도움이 손길이 없어 결국 수술을 포기하려던 그때, 한 할아버지가 도움의 손길을 보내왔습니다. 그 덕분에 재균이는 다섯 번의 대수술이 있었지만 건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어느새 11살이 된 재균이는 오랜만에 도움을 주신 할아버지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할아버지의 따뜻한 얼굴을 볼 수 없었습니다. 아이가 찾은 곳은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이었기 때문입니다.세상을 떠나기 전..

사회 손거울 2020.01.04

딸아이의 편지

딸아이의 편지 아내를 잃고 일곱 살 난 어린 딸과 단둘이 사는 아빠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아빠가 출근하려는데 갑자기 딸아이가 예쁜 편지봉투를 쭈뼛쭈뼛 건넸습니다. “저기 아빠…이거.” 엄마가 하늘나라에 간 이후부터 말이 없어진 딸아이였습니다. 아빠는 반가운 마음에 “딸 고마워, 잘 읽을게.”하면서 딸의 볼에 입맞춤하고 출근을 하였습니다. 회사에 도착해서는 딸아이가 준 편지는 까맣게 잊었습니다. 월요일 아침이어서 회의준비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것입니다. 아빠는 퇴근 무렵에서야 생각이 나서 편지봉투를 꺼내 보았습니다. 봉투 안에는 작은 메모지와 함께 오천 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딸의 메모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아빠, 엄마가 없어 힘들지? 아빠 양말 구멍 난 거… 내가 엄..

사회 손거울 2020.01.02

두부 장사 할아버지의 눈물

두부 장사 할아버지의 눈물 오래전 저희 동네에는 하루도 쉬지 않고 두부를 팔러 오는 여든의 할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이 할아버지는 이른 아침 시간에 늘 자전거를 타고 호루라기를 불며 신선한 두부를 팔러왔다는 소식을 알렸습니다.그날도 어김없이 호루라기를 불던 할아버지는 그만 자전거에서 중심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그 바람에 자전거에 실려 있던 두부들도 땅에 떨어져 일부는 흙투성이에 깨지고 말았습니다.이때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재빨리 할아버지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아주머니는 늘 이 할아버지에게 두부를 사던 분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늘 고마운 이 아주머니에게 말했습니다. “미안한데 오늘은 다른 데서 두부를 사야겠어요.”그러자 아주머니는 활짝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할아버지 괜찮으니 두부 2모만 주세요. 늘 할아버..

사회 손거울 2019.12.30

남편의 선물

남편의 선물 저는 암 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입니다. 야간 근무를 하는 어느 날 새벽 5시, 갑자기 병실에서 호출 벨이 울렸습니다.“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호출 벨 너머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환자에게 말 못할 급한 일이 생겼나 싶어 부리나케 병실로 달려갔습니다. 병동에서 가장 오래된 입원 환자였습니다.“무슨 일 있으세요?” “간호사님, 미안한데 이것 좀 깎아 주세요.”라며 사과 한 개를 쓱 내미는 것입니다.헐레벌떡 달려왔는데 겨우 사과를 깎아달라니… 큰일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맥이 풀리는 순간이었습니다. 그의 옆에선 그를 간호하던 아내가 곤히 잠들어 있었습니다.“이런 건 보호자에게 부탁해도 되는 거잖아요?” “미안한데 이번만 부탁하니 깎아 줘요.”한마..

사회 손거울 2019.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