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손거울 353

일찍 철이 든다는 건

일찍 철이 든다는 건 초등학생 무렵부터 용돈을 벌기 위해 새벽녘에 일어나 신문을 돌려야 했습니다. 배고파 끼니를 해결해야 할 때면 밥이나 라면을 스스로 차려 먹어야 했습니다. 또래의 친구들이 학교에 갈 시간에 일하러 가야 했었고, 그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 나는 야학으로 향해야 했습니다.그 어린 나이에 여러 가지 일들을 전전했을 땐, 조금이라도 돈을 더 주는 곳이 있으면 불문곡직, 이유 불문하고 닥치는 대로 무슨 일이든 하려 했습니다.단지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렇게 조금씩 벌어 집에도 드렸고 저축도 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조그마한 몸뚱이로 감당할 수 없는 육체적 고통을 고스란히 감내하고 삭혀내야만 했습니다. 서글픔과 외로움 그리고 쓸쓸함으로 하염없는 눈물이 함께 했으며 매우 쓰라..

사회 손거울 2020.03.07

당신의 열정을 향한 세상의 응원

당신의 열정을 향한 세상의 응원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한 장애를 딛고 일어선 헬런 켈러. 휠체어 위에서 우주의 비밀을 연구한 스티븐 호킹. 귀가 들리지 않았어도, 꿈을 잃지 않은 베토벤.이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안 될 것이다’라는 인식 속에서 살았지만, 그들 주변에는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끼고 믿어주는 사람과 스스로 가진 불굴의 의지가 있었습니다.윤희 씨에게도 모든 것을 믿고 응원해 주는 어머니가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약점에 굴하지 않는 의지와 열정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인간의 사랑과 열정이 가진 가능성을 생각하면, 어머니와 친구들이 전하는 마음과 함께 노력하는 윤희 씨에게 ‘안 될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부끄럽기만 합니다.사람들을 감탄하게 만드는 모든 위대한 업적들은 거듭되는 실패와 수많은 도..

사회 손거울 2020.03.05

우린 버림받은 게 아니었어요

우린 버림받은 게 아니었어요 “부모님이 우리를 버린 것이 아니었어요.” 이미 마흔을 훌쩍 넘긴 남매가 어린아이처럼 울었습니다. 기쁨의 눈물이었습니다. 37년 전 집안 사정이 어려워 친척 집을 전전하던 남매는, 작은아버지가 남매를 부모에게 데려다주던 길에 미아가 되었습니다.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작은아버지는 차마 형님에게 사실을 말하지 못했고 그러던 중 갑작스러운 변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남매의 부모는 당시 10살인 아들과 7살인 딸을 찾아 나섰지만 유일한 목격자였던 작은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결국 아이들을 찾는다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끝내 포기할 수 없던 부모는 37년이 지난 2012년에 다시 한번 자녀들의 실종 신고를 내었습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아이들이 실종되었는지 알 수 없었지..

사회 손거울 2020.03.03

사랑받으며 자란 티

사랑받으며 자란 티 오랫동안 아파트 상가에서 작은 꽃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꽃집을 드나드는 손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 주변 분들의 개인적인 사정도 잘 알게 됩니다. 우리 집 단골손님 중에는 5년 전 사고로 남편을 잃고 혼자 딸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한 분이 계십니다. 일부러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지나가는 말로 대충 사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뿐인 중학생인 딸을 어긋나지 않게 키우고 있으면서 꽃을 좋아하는 딸을 위해 퇴근길에 자주 방문해서 꽃을 사서 가십니다. 가장 바쁜 날 중 하나인 작년 어버이날이었습니다. 카네이션을 대량으로 들여놓고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학생이 가게로 와서 카네이션을 골랐습니다. 아이가 고른 꽃을 포장하며 저는 그만 생각 없이 말하고 말았습니다. “꽃을 ..

사회 손거울 2020.02.29

반값 스티커

반값 스티커 어느 동네에 크기는 작지만, 온갖 생필품을 팔고 있는 마트. 분유 판매대에서 갓난아기를 업고 있는 젊은 엄마가 분유를 찾고 있었습니다. 남루해 보이는 엄마는 만 원짜리 한 장을 꼭 쥐고 있었는데, 진열된 분유들은 너무 비싸서 그 만 원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없었습니다. 마트 사장이 분유 판매대를 지나다 그 엄마를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뭔가 수상해 보여 아기 엄마를 주시했지만, 아무래도 분유를 사려는 데 돈이 모자라 고민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딱한 사정이라 해도 정찰제로 물건을 파는 마트에서 그냥 상품을 내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아기 엄마가 혹시나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고민하던 사장은 분유의 유통기한을 체크 하는 척하다가 슬그머니 분유통 하나를 바닥에 떨어트리고..

사회 손거울 2020.02.27

자랑스러운 아들입니다

자랑스러운 아들입니다 저는 부산에서 아내와 함께, 부모가 돌보지 못하는 아이들을 바르게 양육하면서 그룹홈을 운영하는 사람입니다. 주변 사람들은 보람되지만 힘든 일을 한다고 걱정하지만 사실 아이들을 돌보는 일 자체는 힘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들과 살아가는 생활이 즐겁습니다. 정말 힘든 것은 주변 사람들의 편견입니다. 그룹홈 아이들은 나쁜 짓을 쉽게 할 것 같다는 이상한 편견이 가장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똑같이 사랑받고 사랑할 줄 아는 평범한 아이들입니다. 그런데 긴 시간 동안 그룹홈을 운영하면서 유난히 독특했던 아이가 한 명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저희와 함께했는데 그 전에는 친부에게 지독한 가정폭력으로 고통받던 아이였습니다. 그룹홈으로 온 아이들은..

사회 손거울 2020.02.25

고마워 나에게 와줘서

고마워 나에게 와줘서 부모가 되는 일이란, 비장애인에게도 고되고, 조심스럽고, 많은 지혜와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참된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앞이 보이는 눈보다, 아이를 위한 곧은 마음이 더 중요합니다. 그 중요한 마음을 누구보다 더 굳게 가지고 있는 현영 씨는 잘 해낼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자식으로서의 인생을 살아오던 현영 씨에게 부모로서의 삶이라는 인생의 2막이 펼쳐졌습니다. 먹고, 자고, 입고, 배설하는 모든 것을 돌봐줘야 할, 작고, 연약하고, 사랑스러운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 현영 씨의 인생 역시 엄마의 삶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조금 천천히 진행하지만, 누구보다 올곧고 진실한 어머니의 삶을 지키는 현영 씨와 가족들의 삶은 아름다울 것입니다. 그 삶을 ‘따뜻한 하루..

사회 손거울 2020.02.22

작은아버지의 장례식장

작은아버지의 장례식장 평생 공무원으로 지내시다가 얼마 전 노환으로 돌아가신 저희 작은아버지는 가난한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셔서 본인의 꿈보다 부모님의 권유로 공무원으로 몸 바쳐 일하셨던 분이었습니다. 연세가 많으시고 은퇴하신 지 꽤 오래되셨는데도 생전에 주변 분들에게 덕을 쌓으셨던 작은아버지의 장례식장은 조문객으로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많은 조문객으로 시끌벅적한 장례를 치르는 중 한 노숙인이 작은아버지의 장례식장을 찾아왔습니다. 일반 조문객과 다른 모습에 모두 흘끔흘끔 쳐다보고 있을 때 상주인 사촌 형이 먼저 다가가 안내했습니다. 그러자 그 노숙인이 사촌 형에게 말했습니다. “제가 처지가 이래서 조의금 낼 돈도 없습니다. 죄송하지만 식사는 하지 않아도 되니 그저 돌아가신 분께 인사 한번..

사회 손거울 2020.02.20

저희 아들 칭찬 좀 해 주시겠어요

저희 아들 칭찬 좀 해 주시겠어요 얼마 전 따뜻한 하루에 소개된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사연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적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용기를 내서 저희 아들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에서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직원이 많지 않았기에 더욱 서로에게 의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계획에 없던 임신에 놀라 남자에게 말했지만, 그 남자는 아직 아이를 키울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서 수술을 하기 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를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그 남자는 저를 떠나 버리더군요. 그렇게 저는 미혼모가 되어버렸습니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나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지금보다 더 안 좋은 눈초리로 수군대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있었기에 ..

사회 손거울 2020.02.18

존경하도록 가르치다

존경하도록 가르치다 어느 초등학생 소녀가 학교에 가자마자 담임선생님에게, 길에서 주워온 야생화를 내밀며 이 꽃 이름이 무엇인지 질문했습니다.선생님은 꽃을 한참 보시더니 말했습니다. “미안해서 어떡하지 선생님도 잘 모르겠는데 내일 알아보고 알려줄게.”선생님의 말에 소녀는 깜짝 놀랐습니다. 선생님은 세상에 모르는 게 없을 거라 믿었기 때문입니다.집으로 돌아온 소녀는 아빠에게 말했습니다. “아빠. 오늘 학교 가는 길에 주운 꽃인데 이 꽃 이름이 뭐예요? 우리 학교 담임선생님도 모른다고 해서 놀랐어요.”그런데 소녀는 오늘 두 번이나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믿었던 아빠도 꽃 이름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소녀의 아빠는 식물학을 전공으로 대학에서 강의하시기 때문입니다.다음 날 학교에 간 소녀를 담임선생..

사회 손거울 2020.02.15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사랑만 있다면 어떤 것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결혼을 했지만, 아내보다 제가 부족한 것이 많았던 거 같습니다. 더욱이 경제적인 상황도 어렵다 보니 결국 아내와 이혼하고 지금은 아이 2명을 혼자서 기르고 있습니다.제 직업은 대리운전기사입니다. 밤새 취한 손님들을 상대하고 파김치가 되어 집에 들어오면 잠든 아이들을 깨워 씻기고, 옷 입히고, 아침을 먹이고, 학교에 보냅니다.그리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를 정리하고, 점심도 먹지 않고 눈을 붙입니다. 한숨이라도 더 자는 것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이면 저녁준비를 하고, 식사가 끝나면 숙제를 봐주고 최대한 일찍 재웁니다. 이제 다시 일하러 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어두운..

사회 손거울 2020.02.13

양념치킨에 담긴 배려

양념치킨에 담긴 배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어느 치킨집 이야기입니다.“오늘 치킨 양념이 너무 매운 것 같네. 그리고 왜 이렇게 닭고기도 너무 튀겨서 질기고, 이걸 어떻게 돈 받고 팔 수 있나!”그런데 이 항의는 손님의 항의가 아니라 치킨 가게 사장이 주방을 향해 말하는 항의였습니다. 주방을 향해 한참 더 뭐라고 말하던 사장은 가게 안에서 양념치킨을 먹고 있던 손님인 할아버지와 손자에게 다가와 말했습니다.“아이고 어르신 죄송합니다. 오늘 양념치킨 맛이 별로 없었습니다. 다시 오시면 꼭 맛있는 양념치킨을 드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가게는 맛이 없으면 돈을 받지 않습니다.”손자에게 양념치킨을 사주던 할아버지는 왼팔이 불편하셨고 옷차림도 매우 남루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치킨을 왜 안 드시냐는 손자의 물..

사회 손거울 2020.02.11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낙서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낙서 소년은 하얀 분필로 자신의 다리를 그려 넣고 있습니다. 한때는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람쥐처럼 달리던 자신의 다리가 너무도 그리운가 봅니다.어설픈 그림으로라도 그 흔적을 찾아봅니다. 하지만 전쟁으로 사라진 소년의 다리는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아직 이 세상에는, 오직 자신들의 욕심과 탐욕 때문에 약자가 눈물 흘리는 어둡고 아픈 곳이 있습니다. 더는 전쟁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없기는 따뜻한 하루는 소망해봅니다.단 한 장의 사진을 본 것만으로 애틋한 마음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일어납니다. 다행히도 소년은 현재 구호단체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나와 관련이 없고 전혀 모르는 아이라도 처음부터 고통받을 일이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우리들입니다. # 오늘의 명언 좋은 전쟁과..

사회 손거울 2020.02.08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정호승 시인 –따뜻하고 아름다운 말로 마음을 전하는 정호승 시인은 그늘을 사랑하는 사람과 눈물을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시(詩)를 ..

사회 손거울 2020.02.06

행운도 노력하는 사람에게 찾아온다

행운도 노력하는 사람에게 찾아온다 일기예보에 없던 강한 돌풍과 비가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낡고 작은 고시원에서 사는 남자는 자신이 일하는 회사 창고의 화물들이 걱정되었습니다.남자는 가난했던 어릴 적 형편으로 배우지 못해 남들이 말하는 좋은 직장은 아니지만 화물창고에서 상하차하는 일에 감사하면서 살았습니다.그런데 그날 들어온 화물이 너무 많아 일부를 창고 밖에 두고 퇴근했는데 갑자기 내리는 비와 돌풍에 당황하게 된 것입니다.혹시 몰라 방수포로 물건을 꼼꼼히 여며놓았지만 비바람이 너무 신경 쓰였던 남자는 결국 일하는 창고로 나가보았습니다.아니나 다를까, 남자가 화물에 씌워놓은 방수포는 바람에 밀려 벗겨지기 일보 직전이었습니다.당황한 남자가 방수포를 감싸고 묶은 로프를 몇 겹으로 더하며 비에 쫄딱 젖고 있을 ..

사회 손거울 2020.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