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좋은 날
松竹 김철이
어머니 널어놓은
앞마당 빨랫줄 위에
촘촘히 눌러앉은 빨래들
그새 참새들 널려 앉아 잡담을 건다.
아버지 저고리 어깨 위에
개구쟁이 본색을 드러내듯
내 속옷 한쪽 팔이 은근슬쩍 얹어져 있고
형 목티에 내 양말 한 짝이
짓궂게 얹혀 논다.
오뉴월 풀밭인 양
어머니 속치마 밑자락
누이동생 속저고리 소매 끝에 내 묻힌
새파란 잉크 자국이 선명하다.
저녁나절 빨랫줄 위에서
쫑알대던 새들도 날아가고
뽀송뽀송 말라가던
빨래들이 바스락바스락
내려오고 군기 잡혀 제자리를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