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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용 요셉 신부님 | 불의 세례 받는 법 | 주님 공현 대축일 전 금요일, 2025 01 03

松竹/김철이 2025. 1. 3. 07:00

[불의 세례 받는 법] 주님 공현 대축일 전 금요일, 전삼용 요셉 신부님, 2025 01 03

(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Kk_lUYargFI

 

 

 

2025년 다해 주님 공현 대축일 전 금요일 – 불의 세례 받는 법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물의 세례와 불의 세례에 관해 말을 합니다. 어제도 말씀드렸듯이 물의 세례를 거치지 않고서는 불의 세례로 건너갈 수 없습니다. 요한이 불의 세례를 받은 이유는 바로 물의 세례를 주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안중근 의사의 영화가 상영되고 있습니다. ‘하얼빈’입니다. 주인공 현빈은 처음에 안중근 역을 맡을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칫 현빈이 일본에서 인기가 높아서 그 인기를 잃게 될까 봐 거부하려 한 것처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빈은 그런 이유 때문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고 합니다. 다만 안중근 의사의 무게감을 자기가 버텨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고 합니다. 워낙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처럼 근대에 가장 위대한 인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혹시나 자신의 부족한 연기가 그분의 위대함을 저해할까 두려웠던 것입니다. 
이 영화의 감독은 안중근을 표현하기 위해 편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영하의 추위에서 관객을 속이지 않는 현실감을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고생해서인지, 현빈은 마지막 장면을 다 찍고 나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드디어 그 무거운 압박감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전에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얼마나 안중근의 무게가 컸으면 그렇게 힘들었을까요? 

우리가 현빈처럼 안중근이라는 인물에 대해 잘 알 수 있을까요? 현빈은 그를 표현하기 위해 많은 책을 읽고 연구하고 실제로 추위와 전투 장면 속에서 그를 체험해냈습니다. 그만큼 안중근이라는 인물의 고뇌와 인생을 올바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때 그가 흘린 눈물이 ‘불의 세례’와 비견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영웅’이나 ‘하얼빈’과 같은 안중근 의사의 삶에 대해 알기 위해 뮤지컬이나 영화를 본다면 이는 물의 세례를 받는 것입니다. 세례는 새로 태어남인데 그분으로부터 직접 태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분을 알리려는 누군가에 의해 알게 되는 지식입니다. 이것으로 그분을 온전히 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요한도 이렇게 말합니다. 
“나도 저분을 알지 못하였다. 내가 와서 물로 세례를 준 것은, 저분께서 이스라엘에 알려지시게 하려는 것이었다.”
이렇게 물의 세례를 주기 위해 그분이 어떤 분인지 알리려고 할 때 불의 세례를 받게 됩니다. 요한은 이어서 말합니다. 
“나도 저분을 알지 못하였다. 그러나 물로 세례를 주라고 나를 보내신 그분께서 나에게 일러 주셨다. ‘성령이 내려와 어떤 분 위에 머무르는 것을 네가 볼 터인데, 바로 그분이 성령으로 세례를 주시는 분이다.’ 과연 나는 보았다. 그래서 저분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고 내가 증언하였다.”
제가 신학교에서 “그래, 너 나에게 많이 주었니? 난 네게 다 주었다.”라고 하실 때 그건 불의 세례였습니다. 눈물이 났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제가 되어 그분의 증거가 되겠다는 물의 세례를 주는 존재가 되겠다는 결심 다음에 온 것입니다. 불의 세례를 받아야 그분으로부터 직접 새로 태어납니다. 이것까지 가기 위해서는 세례자 요한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2019)에서 유관순 역을 맡았던 고아성 배우도 같은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유관순 열사는 입에 담기도 어려울 정도의 고문으로 사망하였습니다. 음식을 먹이지 않는 것은 고문도 아니었을 정도입니다. 유관순 열사는 죽을 때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내 손톱이 빠져나가고 내 귀와 코가 잘리고, 내 손과 다리가 부러져도 그 고통은 이길 수 있으나 나라를 잃어버린 그 고통만은 견딜 수 없다.” 
고아성 배우는 유관순 열사의 강렬한 눈빛을 갖기 위해 실제로 닷새 동안 음식을 먹지 않으며 유관순을 자신처럼 느껴보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3·1운동 1주년을 맞아 감옥에서 대한독립 만세를 선창하는 장면에서는 자기 심장이 너무 크게 뛰어 무선 마이크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옮겨 달아야 했을 정도였습니다. 이 심장으로 새로 태어나는 순간이 불의 세례인 것입니다. 물의 세례를 주려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새로 태어남의 축복입니다. 이 장면을 8호실 안에 있던 25명과 아이컨택을 하면서 낭독했고 컷이 되자마자 다들 약속한 듯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뜻깊은 기억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주연 짐 카비젤은 이 영화를 찍다가 그리스도를 만나 그 이후에는 그리스도를 전하는 전도사가 되었습니다. 짐 카비젤은 십자가에 매달리는 장면을 찍기 직전 의사로부터 심장이 위험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멜 깁슨 감독은 계속 찍을 것이냐고 짐에게 물어봅니다. 짐은 대답합니다. 
 “이것은 저와 하느님과의 관계입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십자가에 매달렸던 그는 자신에게서 탈혼이 되어 십자가에 매달린 자기 모습을 보았다고 합니다. 곧 그리스도를 본 것입니다. 우리가 진심으로 그리스도를 전하려고 할 때, 곧 물의 세례를 주려고 할 때 그분께서는 우리를 새로 태어나게 해 주십니다. 이에 관하여 짐 카비젤은 말합니다. 
“놀라운 것은, 모두들 부활은 원하지만, 고통은 원치 않는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