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순위
김용태 마태오 신부님(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네 사람이 물에 빠졌 다. 대통령, 의사, 본 당신부, 대학생이다. 과연 누구를 먼저 구해 야 할까? 정답은… 넷 중에서 가장 ‘수영 못 하는 사람’이다. 우리 삶에는 ‘우선순위’라는 것이 있다. 한정된 시간, 한정된 능력 안에서 모든 것을 다 챙길 수는 없으니 가장 소중하고 가장 절박한 것부터 먼저 챙기는 것이다.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인간은 남녀노소, 빈부귀 천을 막론하고 동등한 존엄성을 지닌다. 따라서 모든 인간의 생명은 다 같이 소중하다. 대통령의 생명이 말단 공무원의 생명보다 더 귀하다고 말할 수 없고, 부자의 생명이 가난한 이의 생명보다 더 값지다고 말할 수 없고, 젊은이의 생명이 노인의 생명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니 모두에게 소중한 생명을 우리는 다 함께 잘 살아내야 한다. 이는 하느님의 뜻이기도 하다.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은 내게 맡기신 사람을 하나도 잃지 않고 마지막 날에 모 두 살리는 일이다.”(요한 6,39)
다만 똑같은 생명이라도 각자의 사정과 형편에 따라 그 위급함과 절박함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똑같이 물에 빠졌어도 수영을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그 처지 가 달라지듯이, 똑같이 배고프고 똑같이 병에 걸려도 통장 잔고에 따라 그 처지가 달라진다. 그러니 생명의 소중함은 다 같다 하더라도 단 하나도 잃지 않고 모두 가 함께 살기 위해서는 가장 어려운 처지의 가장 절박 한 이들부터 먼저 구해야 한다. 과연 착한 목자는 “아 흔아홉 마리 양을 산에 남겨 둔 채 길 잃은 양을 찾아 나서지”(마태 18,12) 않는가!
결국 우리 모두의 구원은 이 ‘우선순위’에 우리 모두 가 동참할 때 가능해진다. 이는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이 선포한 하느님 구원의 모습에서도 드러난다. 골짜기는 모두 메워지고 산과 언덕은 모두 낮아져서 굽 은 데는 곧아지고 거친 길은 평탄하게 되는 것은 결국 산과 언덕이 깎여 골짜기를 메워줄 때 가능하게 된다. 골짜기에 대한 우선적 선택에 산과 언덕이 동참하는 모 습이다. 우리 모두의 구원은 이처럼 가장 절박하고 가 장 가난한 사람에 대한 우선적 선택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물론 빌라도와 헤로데, 한나스와 카야파 못지않은 자들이 다스리는 지금의 이 세상에서 주님의 구원을 선 포한다는 것은 우리 또한 세례자 요한처럼 수난을 각 오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이야말로 이 시대의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여야 하지 않겠 는가! 여전히 골짜기는 깊고 산과 언덕은 높기만 한 세 상이지만 우리의 정성과 노력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루카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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