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
문종원 베드로 신부님(주교좌 기도 사제)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 의 세례를 선포하고, 오실 예수님의 길을 준비하라고 외 칩니다. 공관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4,17)라고 선포하십니다. ‘회개하 여라.’의 의미는 ‘삶을 쇄신하라.’, ‘마음과 정신을 완전히 바꾸어라!’, ‘죄에서 벗어나 하느님께로 향하라.’ 등을 뜻 합니다.
‘회개’는 방탕한 짓을 그만두고 올바로 행동하라는 의미 만은 아닙니다. 품행이 단정하고, 행동에 어긋남이 없고, 책임감 있고, 율법을 철저히 지키고, 기도도 많이 하는 바 리사이들이 사실은 그들이 그토록 고대하던 메시아와 가 장 갈등이 많았습니다. 그들은 엄격주의, 완벽주의, 율법 주의, 공로 업적주의, 우월감, 중독증(권력, 명예, 폭력), 상호 의존적 관계, 세심증, 간헐적 폭발 장애(분노조절장애), 편집 증에 사로잡힌 이중인격자들입니다. 이러한 위선자들 때 문에 백성은 도탄에 빠졌고, 결국 나라가 망했습니다.
마르코복음에서 사도들은 일면 예수님의 외침을 이해한 것처럼 보입니다.(1,16-20 참조) 그러나 그들도 예수님께서 말 씀하신 의미를 잘못 알아들었음을 복음의 후반부에서 분명 하게 알려줍니다. 그들은 자신을 영광스럽게 하려는 생각 에 십자가를 지고 종이 되라는 말씀에 귀를 막았습니다.
바리사이든 제자들이든 모두 진정한 회개, 즉 그들 자신 을 분명히 대면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이에 따라 예수님 의 첫 번째 메시지는 공관 복음에서 ‘회개하여라.’이지만, 요 한복음에서는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였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두 제자가 “묵고 계시는 데가 어딘지 알고 싶습니 다.” 하고 말하자 와서 보라고 하셨습니다.(공동번역 요한 1,38)
이 같은 회개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는 여러 방법과 많 은 단계들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에서 ~으로’라는 패 턴(분열된 상태에서 온전함으로, 죄에서 은총으로, 정체 상태에서 새 삶으로 의 변화)을 따르는데, 반드시 어떤 것을 ‘거쳐야’만 합니다. 바오로 사도의 회개 역시 눈이 멀고 하느님의 권능을 체 험하면서 단번에 완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전에 중요하 게 생각했던 가치들과 우선순위들을 재평가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회개는 윤리 항목 몇 개를 고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처럼 되는 것입니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 어가지 못한다.”(마태 18,3) 어린이처럼 된다는 것은 하느님 의 모상을 드러낸다는 것으로, 내재하시는 하느님의 모상 을 회복시켜 한층 더 그분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심리학에 따르면, 이 아이는 본래의 자기(self)입니다. 훌 륭하고, 거룩하고, 강하고, 능력 있고, 기쁨이 가득하고, 현명하고, 희망에 차 있고, 그 자체가 선물인 삶을 살아가 는 존재입니다. 이 아이는 참된 자기, 내면의 아이, 성스 러운 아이, 경이로운 아이, 지혜로운 아이로도 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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