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박상운 토마스 신부님(안식년)
“다윗의 자손이신 예수 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티매오의 아들 바르티 매오라는 눈먼 거지는 예 수님을 향해 외칩니다. 어 둠 가운데 머물던 그에게 예수님은 구원자이십니다. 절박함으로 마지막 희 망을 붙든 채, 군중 사이에 계시는 예수님을 향해 힘껏 부르짖습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잠자코 있 으라고 꾸짖으며 예수님과 그의 사이를 갈라놓습 니다. 그들의 방해에도 그는 다시 한번 큰 소리로 외칩니다.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 십시오!”
그때 예수님께서는 걸음을 멈추시고 “그를 불 러오너라.” 하십니다. 다른 이들이 귀 막고 입 막 았던 그 소리를 주님께서는 들어주십니다. 누구도 귀 기울이거나 말 걸지 않았던 눈먼 거지에게 주 님께서는 길을 내어주십니다. 겉옷을 벗어 던지고 벌떡 일어난 티매오의 아들은 예수님 앞에 무릎 을 꿇습니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스승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예수님과 바르티매오 사이에는 긴말이 필요 없 습니다. 그가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눈먼 이 가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보았기에 예수님을 따르 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백 성(마태 4,16)에게 세상의 빛(요한 9,5)이 되어 주십 니다. 울음소리와 애끊는 통곡을 하며(마태 2,18) 고통과 좌절 가운데 아파하는 이들의 부르짖는 목 소리를 외면하지 않으시고, 그들을 만나주십니다. 십자가의 길에서마저 예수님 때문에 가슴을 치며 통곡하는 여자들을(루카 23,27) 위로하시는 주님이 십니다.
이 이야기는 예수님의 예루살렘을 향한 여정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예루살렘을 향한 길은 곧 십 자가를 향한 길입니다. 눈먼 이가 눈을 뜨고 보게 된 것은, 지상에서의 영광이 아니라 다윗의 아들 이며 스승이신 분의 십자가 죽음입니다. 길가에 앉아 구걸하며 지내던 티매오의 아들 바르티매오 라는 눈먼 거지가 예수님을 통하여 다시 보게 된 것은 그분의 가장 큰 영광입니다. 자비로우신 주 님께서는 세상을 보는 눈만이 아니라, 하느님을 뵐 수 있는 눈을 뜨도록 해주셨습니다. 나의 눈을 뜨 고 본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나라들이 적대감과 불화로 전쟁 중에 있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전쟁으로 인 해 어둠 가운데 고통받고 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전쟁으로 들끓고 있는 이 세상에 평화를 위해 기 도해 달라고 호소하십니다.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 이 기도해야 한다.”(루카 18,1)고 하신 예수님의 말 씀은 우리가 오늘날에도 평화를 위한 힘든 ‘싸움’ 에서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해 줍니다. 우리 도 바르티매오처럼 외쳤으면 합니다. 우리가 다시 보아야 할 전쟁이 없는 평화의 세상을 청해야 합 니다. 주님께서 들어주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외쳐 야 합니다.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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