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오용환 가브리엘 신부님(동래성당 주임)
헬렌켈러가 어느 날 숲속을 다녀온 친구에게 무엇을 보았느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는 별반 특별한 것이 없 었다고 했습니다. 헬렌켈러는 두 귀를 열고 두 눈을 뜨 고도 별로 특별한 것을 보질 못했다는 말을 이해할 수 가 없었습니다. 그녀는 만일 나에게 사흘만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첫째 날은 자신을 가르치고 이끌 어 주신 선생님을 보고 싶고, 둘째 날은 아침엔 먼동이 트는 태양을 보고 싶고, 저녁엔 노을과 별을 보고 싶 고,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대자연을 보고 싶다고 했습 니다. 마지막 날은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하루 일상 의 삶을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보통 사람들이 매일 누리면서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하고 소박한 것 들을 보고 싶었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눈먼 거지 바르티매오는 무엇 을 그토록 보고 싶었길래 예수님께서 지나가신다는 소리를 듣고 “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 풀어 주십시오.”하고 고함을 질렀을까? 주변 사람들 이 조용히 하라고 꾸짖고 만류했는데도 불구하고 아 랑곳하지 않고 더욱더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그가 외 쳤던 소리에는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간절함과 절 박감이 있었습니다. 죽을 만큼 원하는 것이었기에 창 피나 굴욕이나 체면 따위 등 남의 이목은 안중에 없었 습니다.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하는 그의 외침이 얼마 나 간절하고 절박했으면 예수님께서 가시던 발걸음을 멈추어 서서 그를 불러오라고 했을까 싶습니다. 겉옷 을 벗어 던져 버리고 예수님께 다가서자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하고 묻자 그는 “제가 다 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하고 청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 였다.”라고 말씀하시자 그는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바르티매오는 도대체 무엇을 보고 싶었길래 다시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그토록 간절히 청했을까?
먼저, 보고 싶은 것, 관심 있는 것만 보면서 눈먼 이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일상(日常)의 소중함을 깨닫 게 해줍니다. 그리고 정말 간절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주님께 청하면 우리의 기도를 반드시 들어주신다는 믿음을 보여줍니다.
주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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