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일반시

상강霜降

松竹/김철이 2024. 10. 17. 14:25

상강霜降 

 

                                 松竹 김철이

 

 

얼기설기 맺은 정 냉정도 하게

나뭇가지마다 꽃단풍 지고

비어갈 가지 끝에 서리꽃이 매달려 필 무렵

뒷문 밖 동장군 무딘 칼날을 갈더라

 

한해 가을걷이 끝낸 논두렁엔

게으른 허수아비 하품만 늘어가는데

가는 시절 이별하기 아쉬운 듯

길섶마다 낙엽들 억지가 대판일세

 

농번기 잰걸음 걷던 농심은

국화주 몇 잔에 시름을 떨치는데

늦여름 설거지 마친 단풍잎

알록달록 생가슴만 타들어 가겠네

 

시절의 끝자락을 환칠하듯

점점 드높아져 가는 하늘 붓도 없이

하늘 아랫동네 뜨락마다

천하제일 풍경화를 마냥 휘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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