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일반시

채무

松竹/김철이 2024. 10. 13. 17:08

채무

 

                  松竹 김철이

 

 

몇천 년을 살 것도 아닌데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도 면했고

보릿고개 넘던 시절도 이미 넘었건만

왜 그리도

아프고 시렸을까.

 

울 아배

삼베 적삼 등에

구슬땀 마를 날이 없었지

넷째 놈 병고 살이 대신 사시느라

 

울 어매

모시 저고리 고름에

피눈물 가실 날이 없었지

자식 놈 병치레 몸소 겪으시느라

 

몇백 년 더 살아

양친 은혜 갚고 또 갚은들

한순간 신발 끈 묶긴데

은혜 갚을 부모 없으니

빚쟁이 된 이 몸은 대체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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