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松竹 김철이
몇천 년을 살 것도 아닌데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도 면했고
보릿고개 넘던 시절도 이미 넘었건만
왜 그리도
아프고 시렸을까.
울 아배
삼베 적삼 등에
구슬땀 마를 날이 없었지
넷째 놈 병고 살이 대신 사시느라
울 어매
모시 저고리 고름에
피눈물 가실 날이 없었지
자식 놈 병치레 몸소 겪으시느라
몇백 년 더 살아
양친 은혜 갚고 또 갚은들
한순간 신발 끈 묶긴데
은혜 갚을 부모 없으니
빚쟁이 된 이 몸은 대체 어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