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사람에게는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그렇지 않다. | 윤대성 세례자 요한 신부님 (군종사목)

松竹/김철이 2024. 10. 9. 17:37

“사람에게는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그렇지 않다.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마르 10,27)

 

 

                                                                                              윤대성 세례자 요한 신부님 (군종사목)

 

 

군인 주일을 맞아 김포 해병2사단에서 안부 인사 를 보냅니다.

 

오늘은 제57회 군인 주 일로써 종교를 초월하여 지 금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수고하는 군인들과 그들과 동반하고 있는 군종신부들을 위하여 기억하고 기 도하는 날입니다. 노적성해(露積成海) ‘한 방울의 물이 모여서 바다를 이룬다.’는 말처럼, 오늘 여러 분께서 보내주시는 작은 성원과 기도가 한 사람의 군인을 살린다는 것을 꼭 기억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한국에서 전역자들이 모이면 나이가 어떻든 시 간이 얼마나 지났던 꼭 하는 얘기가 하나 있죠. 바 로 ‘군대 이야기’입니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 지 자신의 힘들었던 군생활을 추억하며 누가 더 힘들었나 경쟁이 붙는 광경을 우리는 자주 보곤 합니다. 때론 맛있는 허풍까지 첨가되며 이상하고 재밌는 이야기로 재탄생하기도 합니다. 이미 다 지 난 일이니까요. 그런데 제가 다시 군대에 와서 보 니 현역들은 180도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입 니다. 바로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다)’의 모습입니다.

 

정말로 힘든 사람은 주변에 힘들다고 말 못 하 는 것처럼 군인들의 모습이 저에게 그렇게 다가옵 니다. 아마 절대 바뀌지 않는 군대의 모습과 불현 듯 찾아오는 인생의 처량함에 배가 고픈 친구들보 다 마음이 아픈 친구들이 군대 안에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과연 이들의 마음과 영혼이 어떻게 하면 구원 받을 수 있을까요.

 

저는 그 해답을 오늘 복음말씀 안에서 묵상하 고 싶습니다. “사람에게는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 는 그렇지 않다.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마르 10,27) 내 인생의 가장 밑바닥처럼 느껴지는 어둡고 처참한 그 자리에서 언제나 나와 함께 하 셨던 예수님의 사랑을 체험할 때 우리의 삶은 ‘할 수 없음’에서 ‘있음’으로 나아가고, 슬프고 외로웠 던 우리의 마음이 주님의 기쁨으로 충만해질 것이 기 때문입니다. 그때에 우리의 감겼던 두 눈이 떠 지고, 막혔던 입이 하느님을 향한 찬미로 노래하 게 될 것이라 희망합니다. 여러분도 기도로 동참 해 주십시오.

 

마지막으로 앞으로 군대에 오게 될 우리의 청년 들, 미래의 군인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여러분들 이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소중한 사람인 것처럼 군대에서도 한 명 한 명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소 중한 존재들이 군대 안에서 불신과 회의감에 빠져 사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 다. 군대에 오게 된다면 군인으로서 지녀야 할 책 임감과 명예를 끝까지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디 이름만 들어도 알아주는 특수부대를 나와야 지만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하 루도 자신의 젊음을 바쳐 근무하는 모든 군인들 이 명예롭다고 저는 자부합니다. 군대는 누구나 올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여 러분들의 의미 있는 선택 속에서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기를 빕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