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가진 것 | 서강진 스테파노 신부님(서대신성당 성사담당)

松竹/김철이 2024. 10. 11. 09:45

가진 것

 

                                   서강진 스테파노 신부님(서대신성당 성사담당)

 

 

 

미사를 마치고 신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 다. 이제 겨우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의 한 아이 가 아장아장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곁에 있던 엄마가 아이에게 “손에 들고 있는 사탕을 신부님께 선물로 드 려.”라고 하였습니다. 순간 저는 궁금해졌습니다. ‘과 연 그럴 수 있을까. 저 아이에게 사탕은 가진 것 전부 일 텐데.’ 그 아이는 선뜻 사탕을 내밀었습니다. 지금 도 사제관의 책장 위에는 그 아이가 준 사탕이 있습니 다. 그 사탕을 볼 때마다 생각하게 합니다. 그 아이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내가 가 진 것을 주저없이 누군가에게 내어놓을 수 있을까?

 

오늘 복음은 예수님 앞에 달려와 무릎을 꿇었던 어 떤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그는 지금의 우리처 럼 영원한 생명에 대한 갈망으로 예수님께 다가갔을 것입니다. 그는 영원한 생명을 받기 위해 자신의 온 삶 을 성실히 살아온 사람이었으며 무엇이 부족할까 진 지하게 고민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예수님께 묻 습니다. “제가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그의 물음에 예수님께서는 지금껏 생각하 지 못했던 말씀을 하십니다.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 나 있다. 가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 라. 그러면 너는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 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순간 울상이 되어버렸습니 다. 이것만큼은 내어놓을 수 없다고 여겼던 바로 그것 을 그분께서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그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고 말씀하시지만, 막상 그것은 바로 그 에게 있어 포기할 수 없는 그의 전부였습니다. 가진 것 을 내어놓는다면, 지금껏 쌓아온 나의 노력들이 허무 하게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 것입니다. 그리고 온전히 주님의 말씀에만 맡기며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그는 예수님을, 그분 의 말씀을 따르지 못하게 됩니다.

 

어려서부터 사제가 되고 싶었던 한 아이는 신학교에 갔고 마침내 사제가 되었습니다. 사제가 된 이후에도 사제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압니다. 자신의 힘만으로 사제가 될 수 없었고 살아갈 수도 없다는 것을. 주님을 따른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게 너무나 많다는 것을.

 

“주님의 넘치는 은총으로 언제나 저희와 함께하시 어 저희가 끊임없이 좋은 일을 하도록 이끌어 주소 서.”(본기도) 그가 가진 것은 주님께서 주신 모든 것입 니다.